DB하이텍이 소액주주들의 반발에도 반도체 브랜드(설계)사업부를 자회사로 물적분할하고 순수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으로 새 출발하게 됐다. 다만 이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이 추가 행동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DB하이텍은 29일 경기도 부천 본사에서 제70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브랜드사업부 분사 안건을 통과시켰다.
DB하이텍은 이달 초 이사회를 열고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를 자회사로 물적분할하고 고수익 전력반도체에 집중하는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전환하겠다는 안건을 주총에 부의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들이 자회사가 분할 후 상장해 기업가치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양측 간 표대결이 예상됐으나, 사전투표 결과 이미 찬성 요건을 충족하면서 의결권 있는 주식의 53%, 참석주주 주식의 87.1%의 찬성을 얻으며 가결됐다.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미·중 갈등 심화, 러·우 전쟁 장기화 등으로 공급망 불안과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가동률 하락과 가격 인하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이어 실적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파운드리는 고객 이해 상충 이슈를 해소해 거래선과 제품군을 확대해 나가고 브랜드는 전문 경영인 영입과 독자 경영체제 구축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안건은 표결상으로는 쉽게 가결됐으나,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물적분할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목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주주총회 현장에서 "해당 안건을 주총 22일 전에 갑자기 결정해 공시하면서 주주들이 어떤 행동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주주와의 소통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물적분할과 함께 분할 자회사의 상장 계획이 없으며, 상장을 추진하게 된다면 모회사의 주총 특별결의를 의무화하고 또 분할 자회사의 경영현황에 대한 모니터링 체제를 확립하는 등의 주주가치 보호 조항을 마련했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주주들의 불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소액주주연대는 "향후 대응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회사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사외이사·감사위원 신규 선임 안건과 배당 안건 등에서 회사와 주주제안 안건이 부딪혔으나, 모두 사측 안건이 받아들여졌다. 주주 제안으로 보통주 1주당 2417원, 우선주 2467원의 배당 안건이 나왔으나 회사가 제시한 보통주 1300원, 우선주 1350원이 가결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주주가 "미등기임원인 김남호 DB그룹 회장과 김준기 창업회장이 회사의 이사 보수한도보다 많은 68억원을 받고 있는데 정작 주주들에게는 1300원대 배당이라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하자 현장에서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29일 경기도 부천 DB하이텍 본사에서 열린 제70기 주주총회에서 최창식 대표이사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DB하이텍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