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납니다." 이현철 포스코 열연부 2열연공장 파트장은 작년 9월 태풍 힌남노가 초토화시킨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을 반년도 채 안돼 복구시킨 소감을 묻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물을 훔치며 이 같이 말했다.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심장 역할을 했던 포항제철소 공장은 수 많은 직원들의 피와 눈물이 섞인 노력 끝에 135일 만인 올해 1월 20일부터 완전 정상 가동 중이다.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한 기자단들 앞에서 최주한 제강부 2제강공장 공장장은 그날의 상황이 마치 재난영화 같았다고 말했다. 최 공장장은 "그날 역시 바람만 불었고 여명이 트는 평화로운 날이었다"며 "하지만 곧바로 침수가 시작되면서 망연자실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정석준 선재부 3선재공장 공장장은 "복구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떠올려 보면 아무래도 처음 복구를 시작했을 때였던 것 같다"라며 "과연 복구가 가능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이영춘 후판부 1후판공장 파트장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직원들의 저력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복구될 것이라 믿었다"라고 말했다.
작년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새벽 경상남도 거제 부근에 상륙하면서 뿌린 비바람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인근의 냉천이 범람해 제철소 안으로 유입됐고, 포항제철소는 1973년 쇳물을 처음 생산한 이후 49년 만에 처음으로 전공정 가동중단 사태를 맞게 됐다.포스코 명장들은 수해복구 과정을 거치면서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더욱 단단하게 뭉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석준 선재부 3선재공장 공장장은 "대부분의 작업자들이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만나서 함께 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하지만 복구작업을 하면서 협력사와 직영, 세대간의 오해와 갈등이 많이 풀렸고 직원들과의 소통도 이전보다 훨씬 더 잘되는 것 같다. 전우애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포항제철소 침수 복구 작업을 마친 뒤 제품의 품질 역시 문제 없다고 자신했다. 천시열 포스코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지금 계획한 생산량보다 초과 달성중이며, 품질도 굉장히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냉천 범람 이후 생산된 제품의 누적 클레임 물량이 40㎏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몇십, 몇백톤 규모의 클레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 내 수많은 센서들이 있는데, 전체 센서는 셀 수 조차 없을 정도다"라며 "아직도 센서가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생기고 있는데 이를 사전에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나면 바로 조치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 전반적으로는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이제 포스코 직원들은 태풍 힌남노를 겪었던 직원들과 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직원들로 나뉠 정도로 큰 전환점이 됐다"며 "제철소 내부에 핵심설비 보호용 차수시설을 보강하고 침수방지 옹벽과 차수판 등도 보완해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포스코 명장들의 모습. 왼쪽부터 정석준 선재부 3선재공장 공장장, 이영춘 후판부 1후판공장 파트장, 이현철 열연부 2열연공장 파트장, 최주한 제강부 2제강공장 공장장. 포스코 제공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천시열 포스코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이 수해 복구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만난 이현철 열연부 2열연공장 파트장의 모습. 이 파트장은 수해 복구 과정을 브리핑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포스코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