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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무신` 비극 막자"…커지는 저작권법 개정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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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작가 별세 계기 확산
창작자 권익 개선 강력 요구
"불공정 없앨 근본 대책 필요"
"`검정고무신` 비극 막자"…커지는 저작권법 개정 목소리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검정고무신 고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공동제작자인 이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행이라는 이유로 불공정한 계약을 통해 작품을 강탈하는 행위는 창작자에게 삶 그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과 같다."(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

"고(故) 이우영 작가와 같은 비극이 이 땅에서 다시는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만듦과 동시에 선진적인 저작권 보호 시스템으로 모든 창작자들의 권익을 지켜내겠다."(웹툰협회)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원작자 고(故) 이우영 작가 별세를 계기로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계에 만연한 불공정 계약 관행을 끊고 저작권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대책위)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형설출판사는 캐릭터 인질극을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이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짚고 웹툰 표준계약서와 만화진흥법·예술인권리보장법·저작권법 개정·보완을 통한 창작자 권익 개선을 요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 작가는 지난 2007년 형설앤과 포괄적·무제한·무기한으로 저작물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검정고무신'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대형 유통업체와의 협업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됐음에도 이 작가의 수입은 15년 동안 1200만원에 불과했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강욱천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사무총장은 "1년에 80만원을 지급한 꼴"이라며 "원작 '검정고무신'을 활용해 총 77개 사업을 했으나 사업별로 따지면 15만6000원이 지급된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웹툰 업계는 이번 사태가 불공정 계약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범유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변호사)은 "작가들은 너무나 불리한 수익분배 구조에 갇혀 있고 창작에 본질적 기여를 하지 않은 사업자 측을 공동 저작자로 인정해줘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 대부분의 경우 사업권을 저작자들이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다"면서 "이 모든 것을 그저 작가가 계약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용인해야 한다면 웹툰·만화계의 불공정은 결코 시정되지 못한다. 이 사건은 한 작가의 불운이 아니라 이 업계 전체가 겪는 고통"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22 웹툰 사업체·작가·불공정 계약 실태조사'를 보면 웹툰 작가들의 58.9%가 계약이나 창작·유통 관련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계약 관련 불공정 행위로는 △제작사·플랫폼에 유리한 일방적 계약(40.8%) △계약 체결 전 계약사항 수정요청 거부(32.1%) △특정 작가의 작품 등을 우대한 차별 경험(30.9%) 등이, 창작·유통 관련 불공정 행위로는 △금전적 대가나 명확한 기준 없이 담당자 취향에 따른 반복적인 수정 요구(28.7%) △마케팅·홍보를 해주지 않음(26.3%) △작품에 부당하게 개입(25.9%) 등이 꼽혔다.

이 작가의 별세 이후 정부도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저작권 관련 불공정 계약을 방지하고자 저작권 법률지원센터 구축 TF(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이와 함께 현재 제·개정을 검토 중인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제3자 계약 시 사전동의 의무규정을 포함해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고시를 제정해 6월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최근 내부 회의에서 "출판사나 콘텐츠 제작사의 약관에 저작권, 2차 저작권에 관한 불공정 조항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업계는 저작권 불공정 관행을 근절할 법률 제정 등 그간의 관행을 획기적으로 뿌리 뽑을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범 위원은 "문체부는 상생협의체 때부터 표준계약서 개정을 통한 작가 권익 보호를 약속해 왔지만 막상 개정안을 받아본 창작자들은 오히려 계약에 가깝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더욱이 좋은 표준계약서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가이드라인이나 권고사항에 그쳐 근본적 해결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신일숙 협회장은 "이 작가는 '검정고무신'을 14년이라는 기록적인 기간 동안 연재하면서 세대를 막론한 사랑을 받았다"며 "그런 작가가 작품의 저작권을 강탈당하고 괴로움에 못 이겨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 만화·웹툰계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작자에게 작품은 자신의 삶의 증거이며 분신과도 같은 것"이라며 "대한민국 문화의 화려한 발전을 논하고 소위 K-컬처의 부흥에 기뻐할 때가 아니다. 창작자의 자존감을 비롯해 생명과도 같은 작품을 지키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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