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투자놓치고 유통도 부진
순혈타파 인사도 실패로 돌아가
'롯데=일본기업' 꼬리표도 부담
롯데그룹의 상장사 시가총액이 1년 새 2조2400억원 이상 줄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촉발된 '잃어버린 5년'으로 신성장 사업 투자의 적기를 놓쳤고, 주력인 유통업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대기업 집단 자산순위 5위인 롯데그룹의 시총은 지난 24일 기준 19조1962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날(21조6207억원)보다 11.2%나 감소했다.
유통과 화학 등 주력 업종의 침체에 신성장 사업 부재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주 요인으로 꼽힌다. 같은 기간에 롯데그룹보다 한 계단 위인 LG그룹(4위)의 시총이 18.7%, 한 계단 밑인 포스코그룹(6위)의 시총이 33.6% 각각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롯데그룹의 위기와 추락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1992년부터 이어진 고(故) 구본무 회장의 꾸준한 관심과 뚝심 투자로 실력을 쌓았고, 지난해 상장 직후 곧바로 삼성전자에 이은 시총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롯데그룹에선 마땅히 내세울 만한 신사업을 찾기 힘들다. 지난해 모빌리티 등에 5년간 총 37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공교롭게도 작년말 롯데건설발 유동성 위기에 휘청이면서 투자자금 확보에 의구심을 남겼다.
주력인 유통은 온라인 시장에 적기 대응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 6개 유통 사업 합산 매출(15조70억원)은 쿠팡(약 26조5917억원)에 비해 무려 10조원이나 적었다. 롯데그룹의 이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은 작년 15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재계에서는 △형제간 분쟁 △사법 리스크로 인한 총수 공백 △경직된 조직문화로 인해 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계속 달고 있는 점도 롯데그룹에는 부담이다. 롯데지주는 물론 호텔롯데 등 비상장사까지 여전히 롯데홀딩스 등 일본계 지분 비중이 상당하고, 롯데그룹의 한국 계열사들이 지난해 일본쪽에 배당한 금액만 무려 1000억원에 이른다.
이 와중에 인적쇄신, 순혈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단행했던 인사까지도 성공하지 못했다. 롯데에 영입된 지 1년5개월여 만에 올 1월 돌연 사임한 배상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교수가 대표적이다.
배 교수의 사임에 대해 롯데지주 측은 후진 양성을 위한 강단 복귀 준비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기존 경영진과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배 교수가 떠난 지 2달 가까이 지났지만 롯데지주는 후임 디자인경영센터장을 뽑지 못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잃어버린 5년'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는 재계 일각의 평가에 대해 "별다른 입장 없다"고 말을 아꼈다.김수연·장우진기자
![[기획] `위기의 롯데`… 1년새 시총 11% 추락](//contents.dt.co.kr/images/202303/2023032702100151064001[1].jpg "[기획] `위기의 롯데`… 1년새 시총 11% 추락")
![[기획] `위기의 롯데`… 1년새 시총 11% 추락](http://contents.dt.co.kr/images/202303/2023032702100151064001[1].jpg "[기획] `위기의 롯데`… 1년새 시총 11% 추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