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매크로 VIEW] "연준아,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303/2023032102109963066001[1].jpg "[이윤희의 매크로 VIEW] \"연준아,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안녕하세요? 디지털타임스 이윤희 기자입니다. 저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을 취재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윤희의 매크로 VIEW]는 자본시장에 영향을 주는 매크로(Macro, 거시경제)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얼마 전에 최종회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셨나요? 극의 중심인물은 이 복수극을 이끄는 주인공 동은(송혜교 분)과 '악의 축' 연진(임지연 분)입니다. 드라마는 동은의 편지로 시작됩니다. 학창시절 당한 끔찍한 학교폭력의 가해자 연진에게 보내는 글입니다. "그리운 연진에게… 연진아..."
다정한 편지글이 무색하게도 연진은 동은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응징에 속수무책 무너지게 됩니다. 얼마 전부터 여의도에서는 "연준아" 하는 독백이나, "연준은 악당인 연진과 재준을 합한 말"이라던가 하는 우스개 소리가 떠돌았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인기 드라마 속 악역에 빗댄 겁니다. 최근엔 연준에 대한 시장의 원망이 극에 달하게 된 사건이 터졌습니다.
미국의 16위 상업은행이자 실리콘밸리의 '자금줄'로 불리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초단기 파산을 해버린 일입니다. 파산 당시 이 은행의 총 자산은 2090억달러, 예금은 1754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실적도 견조했습니다. 지난해와 전년인 2021년엔 각각 1조원이 훨씬 넘는 당기순이익을 냈던 은행입니다.
저금리 시대 풍부해진 유동성은 테크 스타트업와 같은 성장 산업에 과잉 공급됐습니다. SVB는 실리콘밸리에 포진한 벤처 특화은행이었던 셈입니다. SVB도 급성장했습니다. 은행은 늘어난 예금을 안전자산인 미 장기국채에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국채가격이 폭락하고, 테크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과 주가에 예금인출을 시작합니다. SVB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국채를 팔아야 했는데요. 보유 채권의 일부인 매도가능증권만 팔아도 채권손실액이 18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은행은 약 23억달러 증자를 시도했는데, 이 또한 예금주들에게는 위기의 신호로 읽혔습니다. 예금 인출은 가속화됐고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지난 10일 하루 동안 이 은행 전체 예금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420억달러, 그러니까 한화로 55조원이 도망가버렸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스마트폰 런'이라고도 부릅니다. 모바일 뱅킹을 통해 보다 신속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일어났다는 말이지요. 정보통신(IT) 기술의 진보로 성장해 온 은행이 그 기술 때문에 더 빨리 망했다니, 참 아이러니하지요?
결국 SVB는 지급불능상태에 빠졌고 미국 금융당국은 위기설이 불거진지 만 이틀만에 SVB 파산을 선고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법정 관리인으로 세웠습니다. 시스템 위기로 번져갈 것이 두려웠던 미 재무부와 연준, FDIC는 결국 예금자를 전면보호한다는 사실상의 구제금융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어 가상화폐 전문 은행인 시그니처은행도 파산했고, 불길은 유럽까지 넘어갑니다.
167년 역사의 크레디트스위스가 다음 타자로 지목됐습니다. 한 때는 글로벌 '톱 4' 투자은행(IB)이었던 바로 그 은행 말입니다. '크레디트(신용)'과 '스위스'라는 이름이 주던 안전과 신뢰의 상징과 같던 은행이었지요. 결국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고 스위스 중앙은행이 지원하기로 하면서 소란이 일단락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놓기는 영 꺼림칙합니다. 우리가 힙한 'MZ세대'는 아니지만 오래 살다보니(?) 아는 것이 있지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려 보면, 은행 도산은 경기침체와 금융 위기의 신호탄이었습니다. 구조조정, 실업률 상승, 기업의 줄도산과 증시 하락, 2차 뱅크런, 3차 뱅크런…. 이 두려움이 현실이 된다면 아마도 지난 금융위기처럼 연준이 개입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현재 인플레이션은 6%, 그 때와 다릅니다. 연준은 오늘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3월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연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연준아….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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