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일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고 주 4.5일제를 도입 유도를 추진하는 등 민생이슈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생 정당 이미지를 부각해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돌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예금자 보호가 현행 5000만원까지인데 이를 1억원으로 늘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미국처럼 전체 예금자를(예금액을) 보호할 수도 있는 정책도 곧 발의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시그니처 은행 폐쇄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예금자 불안 심리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원금 전체가 아니라 연체된 대출금에 대해서만 연체이자를 물리는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법 개정안도 박홍근 원내대표 발의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도 다음 주 중 발의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안이 '주 최대 69시간 근무'로 비판받자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김 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주 69시간을 둘러싼 정부·여당 대통령실의 폭탄돌리기가 점입가경"이라며 "69시간 노동은 국민을 과로 사회로 내모는 퇴행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민주당은 69시간 과로 사회가 아닌 주 52시간 제도를 정착시키고 주 4.5일제 사회로 전진할 수 있도록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곡관리법 등 민주당이 민생법안으로 지목해 직회부 처리를 거듭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본회의 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추가 중재안 제안에도 정부·여당은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쌀값 정상화를 위한 법안은 우리가 처리하려던 대로 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안전운임제가 포함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쟁점 법안도 추가로 본회의에 직회부한다는 입장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여당이 전혀 협조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상임위 재적인원) 5분의 3 (동의로 직회부 할 수 있는) 규정에 따를 것"이라며 "이미 본회의에 가 있는 간호법도 상정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의 민생 행보가 실질적인 민생의 도움보다는 여론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양곡관리법의 경우 여야합의 없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강행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행 가능성은 낮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도 지난달 27일 양곡관리법을 바로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대통령의) 거부권이 전제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보다 여야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안을 만드는 것이 진정 농민을 위한 길"이라고 당부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사진은 지난 14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