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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사우디-이란 화해, 바이든은 방심했고 시진핑은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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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두 맹주 화해, 근본적 변화예상
양국 정보기관 바그다드서 비밀회담
이란, 이스라엘 포위망 와해 필사적
뒤통수 맞은 미국의 향후 행보 주목
핵가진 이스라엘, 이란 공격 시 최악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사우디-이란 화해, 바이든은 방심했고 시진핑은 승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를 통해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역 긴장 완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반면 '이란 포위망'을 구축해온 미국과 이스라엘에겐 심각한 타격이다. 확실한 것은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새 바람이 불 것이란 점이다. 그 바람이 중동 정세를 안정시킬지, 아니면 더 짙은 안갯 속으로 밀어넣을지는 두고 봐야한다.

◇중동 '앙숙'의 극적 데탕트

지난 2016년 1월 2일(현지시간) 사우디 정부는 테러 용의자 47명을 전격 처형했다. 사형이 집행된 사람들 중에는 사우디 시아파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성직자 님르 알님르를 비롯해 시아파 유명인사 4명이 포함됐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란에서 폭력적인 반(反)사우디 시위가 일어났다. 성난 군중이 이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과 영사관을 공격했다. 사우디는 다음날인 3일 이란과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사우디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는 바레인과 수단이 그 뒤를 따라 단교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외교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격하했다.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은 외교 관계가 단절되기 전부터도 사이가 안 좋았다. 양국이 예멘과 시리아 내전에서 서로의 적대세력을 지원하면서 대립은 심화됐다. 예멘·시리아 내전은 양국 간의 '대리 전쟁'으로 발전했다.

2019년 9월에는 사우디의 주요 석유시설과 유전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당시 공격으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이 일시적으로 줄었다. 사우디는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재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란과의 대결을 피하기로 했다. 그가 내건 '사우디 비전 2030'을 위해서도 이란의 위협은 완화되어야 했다. 결국 적과 공존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관계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2021년부터 협상을 시작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우디와 이란의 정보기관 대표들이 비밀회담을 열어 대화를 나눴다. 마침내 지난 10일 베이징(北京)에서 양국은 외교 관계 복원을 선언했다. 7년 만에 화해한 것이다.

이란이 사우디와 손을 잡은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경제 문제다. 이란 경제는 미국의 경제 제재 및 고립 전략으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제재를 우회해 중국에 대한 원유 판매를 늘려 경제를 간신히 유지해 왔다.

이란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트럼프 전 행정부가 파기한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미적거렸다. 미국으로부터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한 이란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보다는 사우디·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경제를 회복하는 쪽을 택했다.

두번째는 '최대의 적'인 이스라엘이 UAE 및 기타 국가와 외교 관계를 수립해 '이란 포위망'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서다. 이번에 사우디와 관계를 복원함으로써 이스라엘의 '포위망'에는 구멍이 크게 뚫렸다.

◇중국은 신중하게 준비했다.

중국은 석유강국 사우디와 이란 간 화해 시나리오를 세워 놓은 후 차근차근 신중하게 나아갔다. 상황은 중국에게 유리했다. 지난 2021년 8월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단행했다. 그 결과 중동에 '공백'이 만들어졌다. 더욱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관계가 냉각되면서 중국이 들어갈 틈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친미 국가이지만 인권 문제로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사우디를 방문했다. 사우디는 시 주석을 극진하게 환대했다. 두 나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2월에는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다. 양국은 대미 공동전선을 과시하면서 전방위 협력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런 두 번의 방문이 사우디-이란 화해의 토대를 확실히 마련했다는 평가다. 시 주석의 중재 무기는 '내정 불간섭'이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거론하는 바이든 대통령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마침내 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이 이끄는 협상단이 지난 6일 비밀리에 베이징을 방문해 4일 동안 협상을 벌였다.

10일 사우디와 이란은 베이징에서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외교 관계를 복원해 상대국에 대사관과 공관을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는 공동성명을 전격 발표했다. 중국이 미국을 따돌리고 사우디, 이란과 함께 '중동 재편'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이날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 주석이 만장일치로 국가주석 및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출된 날이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비밀회담이 열렸다는 사실에 외교가는 놀랐다.

◇뒤통수 맞은 미국, 경악한 이스라엘

사우디-이란 관계 회복은 미국과 이스라엘에겐 심각한 타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허를 찔렸다. 사우디는 미국의 동맹국이다. 이런 사우디가 중국의 도움을 받는다면 미국에겐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중동에서 막강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하지만 이제 중동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무섭게 부각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지배력은 감소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중동 및 외교 정책 전체에 오점을 남길 것이다.

이스라엘은 충격 그 자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우선 외교 목표는 첫째, '이란 포위'를 강화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우디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었다.

7년 전 사우디-이란 외교 관계 단절로 아랍 국가들과 이란 사이의 균열이 심화되자 이스라엘은 이란에 적대적인 아랍 국가들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해 왔다. 트럼프 전 행정부의 중재로 20년 만에 UAE, 바레인과 외교관계 정상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어 작년 말 출범한 네타냐후 극우 연립정부는 이란의 핵 보유를 막기위해 사우디와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모두 무너질 판국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이스라엘의 고립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극우 연립정권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으로 나라가 둘로 갈라졌다. 반정부 시위는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사우디-이란 데탕트로 네타냐후 정권은 내우외환에 빠졌다.

국내 문제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전환시키기 위해 네타냐후 정권이 이란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관계가 좋아 독단적 행동은 자제했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네타냐후 정권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핵 보유국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대재앙이다. 중국이 중재한 사우디-이란 화해의 결과가 이런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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