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시스템 문제인데 임직원에 과태료?…제도 손본다
금융권 과태료 제도개선 전문가 회의 개최…실무 태스크포스 구성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내부관리 미흡 등으로 행정의무 위반이 발생했을 때 임직원 개인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현행 체계를 개선해 금융권 과태료 제도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법률상 의무 주체가 금융회사일 경우 의무 수범자인 회사 측에만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민간전문가, 금융권과 함께 '금융권 과태료 제도개선 전문가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향을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과태료는 행정의무 위반에 대해 행정청이 부과하는 금전 제재다. 벌금, 과징금 등과 법규 위반에 대한 금전 제재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법적성격, 부과목적 및 부과대상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
금융 분야의 경우 다른 분야와 비교해 감독행정에서 과태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과태료 부과금액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임직원 개인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지속 증가해 최근 5년간 부과건수의 74.3%를 차지하면서 과태료 적정성, 감독행정 효율성 등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과태료 부과의 법적근거가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으로 규정된 경우도 있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금융행정의 신뢰성·투명성 향상 및 수범자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금융권 과태료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과태료 제도개선 기본방향은 크게 6가지로 △과태료 부과대상자 정비 △과태료 근거규정 구체화 △법률상 한도를 고려한 과태료 기준금액 설정 △과태료 건별부과 원칙 및 예외규정 적용에 관한 기준 구체화 △단순·경미한 위반사항에 대한 개선기회 부여 △과태료-과징금 간 규율체계 정비 등이다.
먼저 현재는 각 금융업법에서 행정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대상자로 '금융회사 또는 임직원'을 규정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를 '의무수범자'로 일괄 정비한다. 법률상 의무 준수 주체가 금융회사라면, 금융회사에만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기존 포괄 규정이던 과태료 근거 규정을 삭제하고, 의무별·행위별로 과태료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법률상 과태료 상한 대비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시행령상 과태료 기준금액도 손보기로 했다. 단순하고 경미한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경고 조치를 해 개선·시정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과태료 부과대상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을 막고, 의무수범자에게 자발적인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현재 금융관계법은 실체적 의무를 포함한 대부분 의무위반 사항에 대해 과태료 중심의 제재체계를 유지 중인데, 경중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금융위는 전문가 회의 이후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부쟁점 구체화, 법령 개정안 마련 등을 진행하고, 하반기 중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강길홍기자 sliz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