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에게 '울산 KTX 역세권 땅 시세차익 의혹' 진상규명을 압박하며 대여(對與)투쟁까지 선언했던 황 전 대표는 만남에서 의혹을 재론하지 않고, 협력 기조로 180도 전환했다. '가치중심 정당'을 주문하면서 '패스트트랙 충돌 재판'에 직면한 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배려를 당부했다.
두사람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일식당에서 회동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황 전 대표와) 내년 총선을 위해 당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논의했다)"라며 울산 부동산 의혹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회동에 배석한 강민국 당 수석대변인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원팀으로 함께 가자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황 전 대표가 공안검사 출신이셔서 민주노총 간첩 침투사건에 대해 두분이 우려를 많이 표하시고 사회 전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대화의 '코드'가 맞았음을 시사했다. 또 양측이 '집권여당으로서 민생경제, 일자리라든지 집값·세금 문제에 대해 확실한 성과를 내야된다'는 인식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황 전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당과 나라가 어려울 때 살릴 수 있는 협력의 틀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다"며 "김 대표께서 당을 앞으로 어떻게 꾸려나가겠다고 말씀하셨다. 저는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답했고, 제가 말씀드린 아젠다가 몇개 있다"고 했다. 민생중심 정당, 가치중심 정당, 국회의원 특권 개혁 등이다.
황 전 대표는 이 중 가치중심 정당화에 관해 "우리 당의 (보수정당으로서) '가치'가 많이 무너졌다"며 "당헌당규에 보면 우리의 정신과 믿음이란 항목이 있었다. '어떤 정당을 지향한다'는 게 6~7페이지 정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없어졌다"면서 "이를 회복시켜 내보내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고 김 대표도 전적으로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2019년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원내에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진영과 공수처설치법·수사권조정법·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패스트트랙 3법 통과 저지 '몸싸움'을 벌인 뒤 국회법 위반 등으로 쌍방 고소고발된 의원들의 거취 문제를 꺼냈다. 황 전 대표는 "(재판에 넘겨져)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의원, 동지들이 많다. 여야가 같이 걸려 있는 문제라 해결책을 모색해주면 좋겠다"며 김 대표에게 구제 방안을 주문했다.
당초 전대 막바지 김기현 후보 사퇴와 대여투쟁까지 선언했다가 기조가 변했다는 기자들의 지적엔 "제가 가는 길은 변한 게 없다"며 "당대표가 새로 세워졌으니 당이 정상화되고 다시 일어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병립할 수 없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안철수 의원을 만났을 때와 달리, 당내 특별위원회 위원장직 등 제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황 전 대표는 "당직 제안을 하면 받기 어렵다는 얘기를 평소에 했다. 그래서 따로 있지 않았다"면서도 "다음에 만났을 땐 있을지도 모르겠죠?"라고 여지를 뒀다.
그는 김 대표의 울산 KTX 역세권 부동산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했던 것에 관해선 "불법이나 잘못에 대해선 반드시 고쳐야 한다. (전대 기간) 문제제기는 충분히 했다"며 "김 대표도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국민이 잘 아실 것이다. 잘 해결해 나가리라고 생각한다. 제가 아직 보고 있다"고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