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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향으로의 시간여행… "과거를 끌어와 현대와 연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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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씨' 20주년 개인전 여는 비누 조각가 신미경
시간·물질 공존 다층구조 표현
오늘부터 6월10일까지 전시회
"스페이스 씨의 20년이 잘 드러나면서 제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씨실과 날실처럼 조직해 평평하게 이어보자고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비누 조각가인 신미경(사진) 작가는 코리아나미술관과 화장박물관이 공존하는 스페이스 씨의 개관 20주년을 맞아 개인전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을 2일부터 오는 6월 10일까지 개최한다.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신 작가는 "과거의 것을 끌어와 현대와 연결 짓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며 "이번 전시에서 박물관은 작품의 배경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물질적 실체이자 다차원의 시간·물질이 공존하는 다층적 구조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옛날 작품들을 다시 접하게 되면 그 시절이 떠오르는데, 비누라는 소재가 아주 독특하게 기억을 상기시킨다"며 "그래서 제 작업은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데서 오는 감각적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작업에 반 정도 개입하고 나머지 반은 다른 데서 오길 원한다"며 "조각상의 경우 풍화에 의해 부러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것들을 캐스팅해 정지시킨다"고 덧붙였다.

스페이스 씨는 코리아나화장품 창업자인 유상옥 회장이 2003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세운 복합문화공간이다. 지하 1~2층의 코리아나미술관은 화장품 회사의 특성을 살려 신체, 여성, 아름다움을 주제로 동시대 미술을 선보이는 전시를 해왔다. 5~6층에는 한국 화장문화의 역사와 유물을 다루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이 있다.

신 작가는 단독 작가로는 국내 최초로 박물관과 미술관 두 공간의 4개 층에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하며 신작 70점을 포함해 120점을 선보인다. 미술관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신작 '라지 페인팅 시리즈'를 볼 수 있다. 150호 정도의 대형 철제 틀에 100㎏이 넘는 비누를 녹여 색과 향을 더하고 굳힌 작품들이다. 작가가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페인팅 시리즈'의 확장판으로, 회화의 형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제작방식과 그 물질성은 조각에 가깝다.

두 번째 전시실은 유럽 박물관의 전시실처럼 꾸몄다. 신작 '낭만주의 조각 시리즈'는 함께 전시된 미술관의 서양화·조각 소장품에 영향을 받아 제작했다. 벽면에는 2014년부터 작가가 골동품 액자 프레임을 수집해 복원하고 그림이 있던 자리를 비누로 채워 만든 '페인팅 시리즈'가 미술관의 서양화 컬렉션 및 소장 조각과 함께 교차하며 전시돼 있다. 박물관 전시실 중앙에는 투명비누로 도자기를 캐스팅해 속을 파내고, 최소한의 형태만을 남겨 투명함을 강조한 '고스트 시리즈'를 배치했다. 고려·조선시대에 사용된 동경(청동거울)이 전시돼 있는 유물장에는 비누로 만든 도자기에 은박, 동박을 입혀 마치 몇 백 년의 시간을 함축한 듯 오래된 유물의 모습을 재현한 '화석화된 시간 시리즈'를 함께 전시했다.


6층에서는 '풍화 프로젝트'와 '화장실 프로젝트'를 통해 변형된 모습의 인물상이나 불상 등의 조각을 다시 브론즈로 캐스팅해 번역한 신작을 선보인다. 최근 5개월 간 시내 한 백화점의 화장실에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변형된 모습의 화장실 프로젝트 조각상 6점도 설치했다.
'화장실 프로젝트'는 이번 전시에서도 이어진다. 비누 조각상 4점을 화장실에 설치해 관람객들이 직접 만지고 변형시키는 촉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신 작가는 "전시기간 관람객들에 의해 본연의 모습을 잃고 마모돼가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라고 말한다 .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색·향으로의 시간여행… "과거를 끌어와 현대와 연결했죠"
스페이스 씨 개관 20주년을 맞아 오는 2일 개막하는 신미경 개인전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 전경.

색·향으로의 시간여행… "과거를 끌어와 현대와 연결했죠"
신미경 작가가 스페이스 씨 20주년 기념전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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