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고물가 지속… 경제 악화 우려
CJ·오뚜기 등 12개 식품 업체에 당부
풀무원·하이트진로 등 업계 가격 동결
"기업들만 죽어나간다" 볼멘 목소리도
CJ·오뚜기 등 12개 식품 업체에 당부
풀무원·하이트진로 등 업계 가격 동결
"기업들만 죽어나간다" 볼멘 목소리도
고물가를 방치할 경우 단순한 여론 악화를 넘어 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는 데다, 경제활력 약화 등 연쇄적인 부작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정부는 무엇보다 식품과 주류 등 업계를 직접 만나 가격 인상을 되도록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에 몇몇 식품업체들은 사전에 예고했던 인상 계획을 철회하며 정부 측 메시지에 호응하고 있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5%대의 고물가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업계를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원재료 등 소줏값 인상 요인을 살펴보고 있고, 국세청도 주류업체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초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농심 등 12개 주요 식품 제조업체 임원진들을 불러모아 '물가 안정을 위한 식품기업의 역할'을 당부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식품이나 주류는 가격이 오르는 절댓값에 비해 국민이 실제 느끼는 인상 정도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에 사활을 거는 것은 민심 이반과 무관치 않다. 다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물가가 낮아지지 않으면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정책적 선택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물가가 안정되려면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경기 반등 시점도 늦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외 측면에서 다시 물가 상승압력을 자극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중국의 리오프닝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유발해 국내 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작년 중순 정점을 찍고, 점차 우하향하던 물가가 재차 반등할 여지도 적잖은 셈이다.
이미 고물가로 인한 충격은 경제 지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작년 연간으로 생산과 소비, 투자 모두 전년 대비 늘었지만, 가장 최근인 작년 12월 기준으로는 전월 대비 생산과 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추운 날씨로 동절기 의류 판매 등이 늘면서 소매판매만 1.4% 느는 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에 화답하고 있다. 풀무원은 내달 1일부터 올리려고 했던 풀무원샘물 생수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풀무원은 "적자 전환할 만큼 회사가 재무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들의 고통 등을 고려해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도 "최근 소주 가격 인상과 관련해 문의가 이어지고 예측 기사가 나오고 있어 이로 인해 국민과 소비자, 자영업자들이 일부 혼란이 있으신 것 같다"며 "당사는 당분간 소주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의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가 치솟는 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민간기업들의 가격 정책을 억누르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향후 가격 급등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물가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민간 기업들의 가격 정책을 억누르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앞장서 강제로 가격을 억누르더라도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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