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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불복은 생활화, 기득권 금배지만 늘리면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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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혁론 한달 반, "의원 50명 증원" 폭탄
개편안 셋중 중대선거구 하나뿐…2개는 증원
증원도 '무조건 반대' 과반…자체조사와 역행
소선거구 폐지? 비례성 확대? 민심은 시큰둥
불복·거수기·팬덤·아류·특권 정치부터 벗어나야
[한기호의 정치박박] 불복은 생활화, 기득권 금배지만 늘리면 개혁?
지난 1월30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출범식에 참석한 김진표(앞줄 가운데) 국회의장과 정진석(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오른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왼쪽 첫번째) 정의당 대표 등과 의원들이 착석해 있다.<국회 사무처 제공>

"내년 총선을 진영정치, 팬덤정치를 종식하는 일대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정치관계법부터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폭주하는 기관차를 멈춰 세우고 대화와 타협, 통합과 협력의 새 정치시대를 열어야 한다"…지난 1월11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22대 총선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올해 4월10일)까지 선거제도 개혁, 헌법 개정 모두 마치겠다며 꺼낸 구상이다. 하지만 한달하고 2주 가량 뒤, 모두 '간 데 없는' 이야기가 됐다.

개혁이라더니 별안간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 '50명 증원'안(案)으로 돌아왔다. 지난 22일 김진표 의장 산하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는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 3가지 선거제 개편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셋째 안을 제외하면 모두 비례대표로만 의원을 50명 늘리는 것을 전제했다.

자체 복수안 도출에 실패하고 보류한 정개특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안들이다. 1·2안대로면 지역구 의석수는 253명 현행 유지, 비례 의석만 97명으로 배증한다. 3안은 총원 300명이 유지되나, 농어촌 외 지역구를 중·대선거구로 통합해 줄이고 비례를 늘리는 내용이다. 현행 제도의 부작용인 거대양당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에 대해선 2안에 방지 장치를 만들었고, 1·3안의 경우 아예 다른 제도를 채택해 없애려는 것으로 보인다.

3개안 모두 소위 '비례성 확대'가 공통점이다. 연초에 김 의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공감대를 보였던 중대선거구제는 1개 안에 반쪽짜리로 포함됐다. '그게 싫다면 적어도 비례대표로만 의원을 50명 늘리라'는 뜻이 나머지 2개 안에 담겼다. 더불어민주당과, 지역구 경쟁력이 약한 정의당에서 비례성 확대와 30~60명 증원을 전제한 선거제 개편법안을 내고, 민주당 출신 김 의장도 30명 증원 운을 떼더니 나온 결과다.

그러나 이는 정개특위가 1200명 국민의 의견을 물은 '정치개혁 국민 인식조사'(외부기관 위탁·지난 1월 27~30일·온라인 및 전화면접조사 병행·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결과와동떨어져 있다. 정개특위는 선거제 개혁 찬성이 72.4%로 매우 높다고 앞세웠지만, 정치인들이 '사표(死票)양산·승자독식'이라 질타하는 소선거구제에 긍정(36.1%)·부정(37.0%)여론이 비등했고 잘 모름(26.9%)도 4분의1을 넘었다.

1명을 뽑는 소선거구 선호가 40.5%, 2명 이상(2~4명 또는 5명 이상)은 43.7%로 격차가 오차범위 내였다. 의원 정수 확대는 비동의가 57.7%로 동의(29.1%)를 압도했다. '선거제 개편을 위한 의원 증원'으로 물어도 반대가 54.1%, 찬성은 34.1%에 그쳤다. 지난 21대 총선 직전 전례없이 다수의석으로 강행된 준연동형 비례제는 '개편 동의'가 58.8%로 높아(반대 23.3%), 위성정당 혼란 방지가 중론이라고 볼 수 있다.

아예 정당득표율만큼 의석수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제엔 찬성이 46.5%, 반대가 36.5%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의원이 '대한민국 입법기관으로서' 대표성을 지닌다고 보는 47.8%,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를 대표한다고 본 36.3% 응답자가 나뉜 것과 비슷하다. 행정부 예산심의와 감사(監査), 입법 등 '기능'에 초점을 둔 국민이 많지만 '내가 직접 뽑는' 공직자여야 의미가 있다는 여론도 적지 않은 것이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불복은 생활화, 기득권 금배지만 늘리면 개혁?
지난 2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 공부모임 '국민공감'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압도적 민의를 받든다면 정치권이 준연동형 비례제 철폐 그 이상의 합의점을 도출하긴 어려워 보인다. 의원 증원은 '역린'이며, 관철하려면 대국민 설득 명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일례로 현재 제1야당 대표인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지자체장 시절부터 누적된 비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17일) "그깟 5년 정권,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나"라고 일갈했다.

"어느 순간에 우리 국민들은 주권자로서의 권력을 되찾고…"란 말이 이어졌다. 불과 0.73%포인트 득표율차로 대선에 패했다지만, 불복이 노골적이다. 전국민 운명이 걸린 5년에 "그깟"이란 언사도 오만하다. 1614만7738표 '역대 최다 득표로 패한 대선후보'로서 자신감일까. 하지만 윤 대통령도 역대급 1639만4815표를 얻어, 박근혜 전 대통령(1577만3128표·51.55%)을 넘어서는 수의 국민을 대표한다. 간단히 부정할 수 있는 주권이 아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줄곧 그랬다. 민주당은 정부 인수 기간에도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스스로 편성해둔 취임식 예산 사용마저 문제삼았고 관심 입법을 '위장 탈당' 등 꼼수로 밀어붙여 공포했다. 민간경제보다 곳간 불리기에 천착해 전례 없는 야당 단독 수정안으로 예산안 기능 마비를 겁박하거나, 각각이 헌법기관이란 의원들이 팬덤 흉내에 동원되고 '출석체크' 대상으로 전락, '대통령이 측근에 호가호위한다'는 헛소리마저 '던지고 보는' 모습이다.국민의힘은 '여소야대'라는 약자성에 호소하더니, 야당과 방향만 다를 뿐 정당민주주의 해체 수준 타락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에 호가호위하는 소위 '핵관', '핵관 호소인', '핵관 하수인' 등 의원들이 "유능한 군주"를 모신다며 "더러운 손(Dirty hands)"을 자칭하며 명분있는 양 찍어내기·줄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공천장이 아른거리니 중진 선배 동료를 비방하는 연판장에도 수십명이 앞다퉈 이름올린다. 지도부 선거를 치른다는데 심판이 보이지 않는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불복은 생활화, 기득권 금배지만 늘리면 개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당원들이 지난 1월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승자독식 폐해를 핑계삼지만 불복을 생활화했고, 가진 권력 과시에 도취한 이들에게 의원 1명도 늘려주고 싶지가 않다. 비례성 강화가 지상가치인가. '라임 사태' 정치인 줄기소에서 보듯 부패와 비례대표가 무관치도 않다. 지역민 선택은 등한시, 정당득표율 최소 문턱만 넘기면 특혜처럼 가져가는 공직 사명감에 하한선이 있을까. '민주당 아류' 논란의 정의당, 같은 친(親)민주노총 스펙트럼 원외정당들, 그외 우상숭배 세력 등에 50석을 늘려 의석을 안겨줘야만 할 절박함이 있나.

그렇다고 '내려놓기'를 하는가. 김 의장이 신년 회견 때 행정부를 "정책집행부서"로 치부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입법권을 강화해야 한다. 조약이나 예산에 대한 국회의 심의권부터 실질화해야 한다. 감사원의 회계검사 권한 역시 국회로 이관"하자고 한 개헌구상을 보면, 정권을 내주자 예산권·감사원을 내놓으라던 거대야당 기조와 판박이다. 입법부엔 폐해가 없나. 차라리 대통령이란 '절대반지'도 없이, 활화산같은 상호 견제가 이뤄지는 의원내각제가 나아 보일 지경이다.

국회의원 총 예산 동결같은 주장도 '50명 증원' 선거제 개편안이 나오자 흐지부지다. 무한 정쟁 속 속세비 인상 순간에만 '기적의 협치'를 이루고 '무노동 무임금'에도 함구해온 여야다. 매년 의원 1명당 연봉·수당·활동비가 2억5000여만원, 총 9명 둘 수 있는 보좌진 인건비 등으로 5억여원을 더 받는다. 애초 300명 몫을 350명에 나눠줘도 지나치다. 일각에선 "보좌진을 2~3명으로 축소하고, 500명의 실무형 국회의원이면 나라를 바꾸겠지"라는 푸념도 나오지만 기대조차 난망하다.

정치인들이 축소가 '불가능하다'고 쉽게 단언하는 지역구 철밥통 기득권이라도 없었으면, 어설픈 공존이 아니라 아예 전면 비례대표제였으면 차라리 나을까. 지역은 지방권력·의회에 맡기고 입법만 집중 논의한다면 국회의원을 300명에서 200명, 100명으로 줄여도 저항이 적을 것이다. 현 상황에선 물론 '헛꿈'이다.

'금배지'들은 거대담론 개혁쇼를 멈추고 정략에 함몰된 정치부터 자성했으면 한다. 또 면책·불체포 특권 폐지, 부작용만 부른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 선거구 획정이나 제때 하길 바란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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