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자금규모 부풀린데다
조삼모사식 데이터 지원 '공분'
"물가안정 민간에 떠넘겨" 비판도
조삼모사식 데이터 지원 '공분'
"물가안정 민간에 떠넘겨" 비판도
![[은행·통신 `찔끔 대책` 논란] 은행, CEO 셀프연임 목매다 `동네북`… 통신, 어설픈 대책도 `역풍`](http://contents.dt.co.kr/images/202302/2023021702100363074001[1].jpg "[은행·통신 `찔끔 대책` 논란] 은행, CEO 셀프연임 목매다 `동네북`… 통신, 어설픈 대책도 `역풍`")
윤석열 대통령이 '고통분담'을 강도높게 언급하면서 은행, 통신 업계가 후속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5일 열린 정부의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앞두고 부랴부랴 발표한 계획은 오히려 여론의 역풍과 함께 대통령실의 화를 자극했다. 섣불리 새로운 방안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새로운 대책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사회공헌 규모 부풀린 은행연합회의 자충수=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사회공헌 계획을 내놓기 위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내놓은 사회공헌 계획이 자충수가 된 탓이다.
은행연합회는 전날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10조원이라는 숫자로 포장했지만 실제 은행들이 투입하는 돈은 7800억원이었고, 지원 금액 대부분은 보증 배수 효과를 통한 대출 증가액이었다. 이마저도 지난달 말 이미 발표했던 5000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늘어난 금액은 2800억원 뿐인데, 전체 지원 규모를 5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포장했다. 은행연합회 측은 이 돈을 투입해 자금공급을 일으켰을 때 10조원의 효과가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은행권을 향한 비판 여론만 키운 꼴이 됐다.
게다가 은행연합회의 5000억원 규모 사회공헌에 계획도 새롭게 추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2012년과 2018년에도 각각 5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청년 창업지원, 일자리 창출 등 사회공헌에 나선 바 있다. 이번 5000억원 조성도 그 연장선인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앞서 은행연합회의 사회공헌 발표와 관련해 "통상적인 관행이나 업무에 포함된 내용들이 포장된 것이 아닌지"라고 의심했다.
이 원장은 또 "은행권이 협회 차원에서 발표하는 사회공헌 내용이 단체로 포장되면서 은행간 경쟁적 측면이 조성되지 않는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금감원은 각 은행들의 개별적인 사회공헌 규모를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은행·통신 `찔끔 대책` 논란] 은행, CEO 셀프연임 목매다 `동네북`… 통신, 어설픈 대책도 `역풍`](http://contents.dt.co.kr/images/202302/2023021702100363074001[2].jpg "[은행·통신 `찔끔 대책` 논란] 은행, CEO 셀프연임 목매다 `동네북`… 통신, 어설픈 대책도 `역풍`")
◇통신업계의 조삼모사 데이터 무료 제공= 통신업계가 발표한 대책도 조삼모사식 미봉책이라는 비판 여론이 크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비상경제민생회의에 맞춰 3월 한달간 대용량 무료 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KT는 이날 소상공인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자사 건물에 입주한 임차인 대상으로 3개월간 임대료 감면을 시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통신비 인하와는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도 은행·통신사가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이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며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통신업계는 정부의 서민안정대책에 공감하면서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찾기 위한 방안 모색에 분주한 움직임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기업의 상품 출시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5G 중간요금제 출시 등 정부의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 통신료 부담 완화 효과 방안을 찾고 있다"며 "다만 정부의 가이드성 정책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선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은행권도 정부의 의중 파악에 나서는 한편 후속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개별 은행이 단독으로 새로운 계획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독자적으로 대책을 내놨다가 향후 다른 업체와 비교되는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눈치게임을 벌이며 여론을 살피는 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대책을 하루아침에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은행 내부적인 절차도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방안들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자체적인 대책을 내놓기가 조심스럽다"며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도 은행권 공동 모금보다는 개별 은행들이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공동 모금이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았다. 개별 지주회사 또는 개별 은행의 특색에 맞게 하는 쪽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기집권 부작용이 결국 부메랑= 은행권이 '동네북'이 된 건 금융지주 회장들이 '셀프 연임'에 목을 매다가 자초한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3연임, 4연임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3월 퇴임한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4연임에 성공했고, 신한금융 초대 회장인 라응찬 전 회장도 4연임했다. 현재 5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3연임 중이다. 업계에선 '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최소 3연임이 보장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금융당국이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무난히 3연임에 성공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비결은 CEO 승계 프로그램 등에 직접 참여하거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사외이사를 꾸리는 것이었다. 사실상 지주 회장이 자신의 연임을 결정하는 구조다. 셀프 연임을 위해서는 주주와 직원들의 지지도 필요했다. 연임을 위한 명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필요했고, '배당 잔치',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동안 쌓여왔던 장기집권 부작용이 결국 부메랑이 됐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 이같은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지만 금융당국은 CEO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강조한다. 국회에서도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를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한 재원 마련을 민간에 떠넘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발언 이후 은행·통신 업계 관련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논란이다. 은행 직원들은 당장 올해 성과급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은행 직원은 "열심히 일한 보상으로 성과급을 받는 것인데 성과가 좋은데도 줄이라고 한다면 일할 의욕이 당연히 떨어지지 않겠나"라며 "성과급을 제외하면 기본급여가 크게 높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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