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 70%로 줄이고 이율 상향
임대·분양주택 계획 차질 우려
임대·분양주택 계획 차질 우려
<사진=LH>
지원책을 믿고 빠르게 늘었던 사업예정지역이 대거 이탈하며 정부의 임대·분양주택 공급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융자지원 규모가 줄었다. 기존 총 사업비의 최대 90%까지 지원하던 가로주택정비사업 융자를 70%로 줄이고, 연 1.5%였던 이율은 2.2%로 상향했다. 이미 대출이 실행된 사업지나 후보지로 선정된 곳 모두 영향을 받지만, 조건 조정 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 절차는 없었다.
운용계획이 변경되면서 대출을 실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모두 내용을 변경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신규와 기존 대출의 이율을 모두 인상했고, 해당 시점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 바뀐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 LH역시 현재 선정된 '공공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후보지에 11월부터 최대 지원 규모를 축소한다고 통보했다.
현재 가로주택정비사업에 투입된 기금 규모만 1조원(360곳)이 넘는다. 이율 상승으로 조합의 부담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서울에서 370여세대 규모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사업장의 사업비가 약 1500억원으로, 사업비 90%에 대해 기금대출을 받았을 경우 연 이자는 기존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10억원 늘어난다. 대출 실행 이후 5년 뒤 일시상환 조건이 붙어 해당 조합은 이자만 총 사업비의 10%인 150억원을 내야 한다.
LH가 지난 2020년부터 공모를 통해 선정한 공공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후보지의 이탈도 우려된다.
처음 사업을 도입할 당시 최대 90%까지 기금대출이 가능하다고 홍보했지만, 선정 이후 11월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 지원규모는 70%로 줄어든다.
이번 지원규모 축소로 현재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공모를 통해 사업을 진행 중인 56곳 중 35개 사업지는 융자금액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사업이 상당기간 지연된 곳도 있어 사업성 저하에 따라 사업 자체를 취소하는 곳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이후 주택가격 급등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빠르게 늘면서 기금대출 대기수요도 늘었지만, 이번 조건 변경에 따라 대기 사업지들도 사업성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 기준 전체 기금 규모가 2675억원에 불과해 실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업장은 많지 않아 대기지역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조합은 최근 기금대출 지연으로 조합 해산을 추진 중이다. 최근 부동산 개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금대출 외 다른 방안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 취소지역이 늘어날 경우, 당초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공급을 계획했던 임대주택이나 일반분양 주택도 줄어든다.
이미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 중인 지역도 갑자기 바뀐 조건 변동에 따른 조합원 부담금 증가로 진통이 예상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대부분 조합원 규모가 300세대 미만이다. 조합원이 200명인 곳에서 사업비가 100억원만 늘어나도 가구당 부담금은 5000만원이 증가한다.
국토부는 시장상황 변경과 대기수요 증가로 지원규모 축소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최대 지원금을 줄이는 대신 전체 기금은 늘려 더 많은 지역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기금대출의 경우 운용계획에 따라 조건 조정이 가능해 별도의 주민의견수렴 절차는 마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랜 기간 사업이 지연된 곳이 많은데, 이를 모두 기다릴 수는 없어 조합설립인가를 기준으로 지원 조건을 변경했다"며 "오히려 이번 지원규모 조정으로 기금대출이 실행되는 사업장이 많아지면서 공급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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