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8일 법정처리시한을 넘겼음에도 여야 합의·처리가 늦어지는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정부의 막무가내와 여당의 발목잡기로 한 발짝 내딛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와 집권여당이 자신의 책무를 포기한다면 감액 중심의 '단독 수정안' 제출이 불가피함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2023년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여당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민생중심' 예산이라 포장했지, 실제로는 '감액은 찔끔, 증액은 묵묵부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이날 회의는 정책조정회의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예산안 처리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자 민주당은 이 회의를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으로 변경해 진행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채 발행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거라면, 현 정부안의 감액을 더 과감하게 수용해야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고 민생·경제에 재정 여력을 집중할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내년 경제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당연히 불필요한 대통령실 이전비용 등 낭비성 예산, 위법적 시행령에 근거한 예산은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고 민생·경제 회복과 거꾸로 가는 '초부자 감세'를 철회해, 조금이라도 더 민생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며 "예비비와 각종 기금, 기타예산 등 감액 여력도 더 점검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정부안의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히 감액해 확보된 재정으로 시급한 '7대 민생예산'을 책임지겠다"면서 확보된 민생예산으로 △함께 산다는 이유로 감액되는 기초연금 부부합산제 폐지 △고금리 시대 저소득층, 저신용자 등 서민 금융 회복 지원 △어르신, 청년, 장애인처럼 사회적 약자 지원예산 더 두텁게 확보 △지역 화폐(지역 사랑 상품권) 등 지역민과 소상공인의 상생을 위한 골목상권 예산 확보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예산 확대 △기후위기에 대응한 재생에너지 예산 확보 △농민들 생계가 달린 쌀값 안정화 등 농업지원예산 등을 챙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 의장도 같은 자리에서 "과거부터 국민의힘은 부자정당, 기득권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이번에 세법 예산부수법안 처리 과정을 보니 실제로 국민의힘과 정부여당은 부자 정도가 아니라 슈퍼부자 정당이 틀림없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위의장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자는 정부안에 대해 "이 25%의 대상자는 매년 영업이익이 3000억원 이상 나는 법인에 한한 것"이라며 "해당 기업의 고용자들이 월급 줄 것을 다 주고 투자할 것을 다 하고 세액 공제를 다 하고 3000억 이상을 낸 법인에게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영국도 법인세를 감세하려고 했다가 44일 만에 총리가 낙마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이밖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법의 경우 정부·여당은 주식양도소득세의 비과세 구간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종합부동산세도 3주택 이상에게 중과세 누진제를 철회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는 게 민주당 측 이야기다.임재섭기자 yjs@dt.co.kr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한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