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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D사이언스] "수소시장 경쟁은 마라톤… 민관 집중투자로 레이스 주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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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시장 태동기 지나 곧 개화기, 폭발적 성장 기대
생산·저장·운송 기술 뒤처지지만 활용은 최고 수준
패스트팔로워·퍼스트무버 전략 병행으로 승부해야
무엇보다 그린수소 생산위한 수전해기술 향상 시급
경쟁초기 고전 예상, 민관 혼연일체 땐 언제든 도약
[이준기의 D사이언스] "수소시장 경쟁은 마라톤… 민관 집중투자로 레이스 주도해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양태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부원장


"2030년 확 커질 것으로 예상됐던 수소시장 개화기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이슈로 인해 3∼4년 정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수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서두르지 않으면 기술격차를 극복하지 못해 '수소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수소기술 확보를 위해 민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국내 수소 분야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양태현 한국에너지연구원 부원장은 수소기술 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선제적 투자와 민관 협력의 시급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실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에너지 안보 강화 추세 속에 미래 청정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는 수소를 12개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고, 지난달 2050년 글로벌 수소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수소기술 미래전략과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 로드맵 등을 마련해 국가적 R&D 역량을 쏟고 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수소 선도국 될 충분한 잠재력 있다"=양 부원장은 "지금 수소시장은 태동기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강력한 유인책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수소 기술이나 산업 생태계가 취약한 우리나라가 서둘러 대응하지 않으면 수소기술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1988년 수소전기차 개발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집중 투자를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수소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히 수소 선도국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양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수소 생산, 저장·운송, 활용 등 전주기에 걸친 모든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수소 생산, 저장·운송같이 기술 격차가 큰 분야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선도국 수준으로 올라선 수소 활용 분야는 '퍼스트 무어 전략'을 병행해 수소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해 스택 등 핵심 소재·부품부터 시스템까지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초고속 인터넷 구축을 통해 IT강국에 진입했듯이, 수소경제 시대를 맞아 수소 선도국으로 나아가려면 수소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확대해 수소 생산과 활용을 늘림으로써 수소산업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수소 연구인생…수소 연구자 '외길'=양 부원장의 연구 인생에서 '수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1990년대 석·박사 시절에 수소연료전지 관련 연구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소 연구에 입문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수소는 연구 테마로 주목받지 못했고,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연료전지나 이차전지 등에 대한 연구가 막 시작됐을 무렵이었다"면서 "진로 선택 과정에서 연료전지냐, 이차전지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양 부원장은 석사과정 당시 광전기화학반응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이산화티타늄 광전극 연구를 시작으로 박사과정에서는 수소저장합금을 이용한 배터리 전극 개발 등 수소, 연료전지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석·박사 시절 연구했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둥지를 틀고 본격적으로 수소연료전지 연구를 파고들었다. 에너지연에서 그는 수소전기차와 가정용 연료전지 상용화에 기여하는 등 30년 넘게 수소 관련 연구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

◇탄소중립·에너지 안보에 몸값 치솟는 '수소'=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중에서 원자번호 1번인 수소는 NDC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이자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미래 청정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소는 산소와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며 오염물질을 전혀 내놓지 않는 이상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다만 물처럼 다른 분자와 결합한 화합물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공 과정을 거쳐야 활용할 수 있다 보니 그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수소는 화석연료,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 등으로부터 전기분해나 열화학 반응 등의 방법으로 주로 생산된다.

양 부원장은 "앞으로 화석연료(브라운 수소), 천연가스(그레이 수소) 기반의 수소생산 방식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대신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기반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린수소 방식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다 보니 가격이 비싸다. 또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설비의 효율이 낮고 대형화도 이뤄지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지닌다. 그럼에도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을 보완해 발전(연료전지·가스터빈), 수송(수소차·열차·선박), 산업공정(연료·원료)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지금과 같은 기술 발전 추세라면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양 부원장은 "우리의 경우 재생에너지가 풍부하지 않고, 수소 생산 여력이 부족한 만큼 해외에서 75% 이상의 수소를 들여와야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해외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어 수소를 생산해 이를 우리의 수소 운반선으로 들여와 국내 수소 공급 인프라를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수소 생산, 저장, 활용 등 전 주기에 걸친 기술 확보가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삼성물산, 포스코, 한전 등으로 구성된 국내 컨소시엄이 사우디 국부펀드와 8조8000억원 규모의 '그린수소 플랜트 건설 추진 프로젝트'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사우디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탄소중립 2050 시나리오와 수소경제이행계획에 따르면 2050년 2790만톤의 수소가 필요한데, 이 중 2290만톤은 해외에서 수입할 계획이다.

◇"수소 밸류체인 강화 위한 기술개발 시급"=양 부원장은 우리나라 수소산업을 초기 단계 수준으로 진단했다.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발전을 포함한 수소 활용분야는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앞서 있다. 하지만, 생산과 저장, 이송 분야는 선도국에 비해 기술 격차가 크고 산업 생태계도 취약하다.

그는 "수소산업의 밸류체인은 생산, 저장, 운송, 활용, 인프라로 구성돼 있는데 안정적인 수소경제사회를 구현하려면 밸류체인 각 분야에서 기술을 고르게 발전시켜야 한다"며 "무엇보다 수소 생산 분야에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을 빨리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전해는 전기를 이용해 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현재 선도국 중심으로 알칼라인, PEM(고분자전해질) 수전해 기술이 주로 상용화돼 있다. 우리나라의 수전해 기술은 선도국 대비 60% 수준에 그쳐 수전해 시스템 국산화와 성능 향상이 시급한 실정이다.

양 부원장은 "수전해는 우리가 반드시 집중해야 하는 분야다. 우선 전체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셀, 스택 등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2030년을 목표로 상용화 예정인 차세대 수전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민관 협력으로 수소생산 시점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소 저장·운송 분야는 수소를 외국에서 수입할 경우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대용량 수소 저장이 가능한 액체수소 저장이나 에너지 소비가 적은 암모니아 제조 기술 등이 필요하다. 수소 운송을 위해서는 세계 1위인 LNG(액화천연가스) 운송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탄소 수소 선박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는 "수소 활용 분야는 수소 모빌리티와 수소 연료전지 발전이 중요하다. 세계 1위에 올라선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트럭, 버스 등 상용차나 기차, 선박, 항공 등에 걸쳐 모든 제품을 출시하고, 내구성 향상과 가격 절감을 위한 소재·부품 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정형 연료전지는 초고효율화, 고내구화 기술 개발을 통해 가스터빈 발전단가 수준으로 경제성을 확보하는 게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부원장은 수소 공급 인프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2050년 수소를 제일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이 발전, 산업 분야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수소 인수기지와 수소 배관망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와 함께 정부 R&D가 마중물이 돼 수소 관련 안전, 기술검증, 인프라 등에 대한 확충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K-수소 경쟁력', 민관 협력에 달려 있다=수소 기술 선점을 위한 세계 각국의 기술개발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수소 선도국들은 수소의 안정적 확보와 공급을 위한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관련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는 세계 수소시장이 2050년까지 3000조원 규모로 성장해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양 부원장은 "미래 수소시장을 두고 유럽, 미국, 일본 등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기술력과 생태계가 취약한 우리는 초기에 고전이 예상되지만, 정부와 민간이 집중 투자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기업들은 아직 수소 분야에 투자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현대자동차, 두산퓨얼셀 등 일부 대기업이 수전해 분야에 투자하며 수소시장에 진출했지만 대대적인 투자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통해 기업들이 수소에 투자할 수 있는 초기 생태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양 부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수소시장은 마라톤과 같은 장기 레이스로, 초기에 뒤처졌다고 포기하거나 앞섰다고 방심하면 언제든 역전 당할 수 있다"며 "연구자들은 장기 목표를 설정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기업은 시장 진출을 위한 전방위 투자·기술 전략을 수립하면서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야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다.

이어 "민관이 혼연일체가 돼 한국형 수소기술을 완성함으로써 수소시장 선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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