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애경산업 R&D 투자는 `찔끔` 제품가격 인상은 `왕창`

입력: 2022-11-22 10:29 김수연 기자

폰트

기자 구독

내달부터 무더기 가격 인상 예정
샤워메이트 19%·케라시스 11%↑
R&D 비용 비중은 수년째 2%대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애경산업 제공>

애경산업이 내달부터 자사 생활용품 대표 브랜드인 케라시스, 샤워메이트의 제품 가격을 무더기로 인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경우 가격인상 계획이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불가피한 가격인상을 하고 있는 식품업계에 편승해 수익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오는 12월 1일부로 샤워메이트 제품 3종을 각각 20%가까이 가격을 올린다. 케라시스 제품 2종도 각각 11.1% 가격을 인상한다.

회사는 이미 편의점 등 유통 채널에 가격 인상 공지를 전달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먼저 샤워메이트 플라워 옐로우 플라워 바디워시 900g, 플라워 핑크 플라워 바디워시 900g, 플라워 퍼플 플라워 바디워시 900g 제품 가격을 각각 9900원에서 1만1800원으로 19.2% 인상한다.

또 케라시스 볼륨 클리닉 샴푸 750㎖, 볼륨 린스 750㎖ 제품을 각각 99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11.1% 올린다.

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이 이처럼 무더기로 제품 가격을 올리는 이유가 두 달 전 단행한 제품가격 인상으로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효과를 봤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애경산업은 지난 9월에도 '포인트 딥클린휩 클렌징폼(100㎖)'을 6900원에서 8900원으로 30% 가까이 올렸다. '포인트 올인원 클렌징티슈(20P)'도 2700원에서 3000원으로 11.1% 인상했다. 30%대의 가격인상을 단행한 올해 3분기 이 회사는 전년 동기 대비 146.1% 늘어난 152억(연결 기준)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액은 16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그에 비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년째 2%대를 전전하고 있어, 제품 개발에는 돈을 찔끔 쓰고 가격을 올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사가 R&D에 쓴 돈은 2019년 150억원에서 2020 140억5800만원으로 줄었고, 작년에는 141억4000만원이었다. 올해는 9월말까지 119억6800만원을 썼다.

업계에서는 애경산업 채동석 대표가 아버지 고(故) 채몽인 선대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퇴색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애경그룹 창업주인 채몽인 선대회장은 '애인경천'(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하늘과 같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이라는 창업정신을 담아 사명을 '애경'으로 지었다.

애경산업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번 가격 인상 이유로 들고 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