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잇속 챙기기' 발목잡기
선진국 반도체 세제지원과 대조
지방정부 산업경쟁력 확대 필요
선진국 반도체 세제지원과 대조
지방정부 산업경쟁력 확대 필요
◇'반도체 클러스터' 해법 뭐였나?= 용인 원삼면 415만㎡ 부지에 들어서기로 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1만7000명의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180조원이 넘는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클러스터 내에 입주하는 기업만 중소·중견업체를 포함해 50곳 이상으로 추산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공업용수 공급을 맡은 여주시가 어깃장을 놓으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전임 이항진(더불어민주당) 시장 시절 점화된 여주시의 용수 시설 인허가 문제는 올해 지방선거 직후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이충우 시장으로 바뀐 뒤에도 이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임 시장 때는 SK하이닉스가 주민들과의 동의서만 받아오면 (용수 시설 인허가를) 해주겠다는 입장이었는데, 현 시장은 전임 시장의 결정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강화된 상생안을 찾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 관련 규제개선과 수질보전 사업지원 가능여부를 따져보기로 하는 등 당근책을 내놨다. SK하이닉스도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전개, 여주산 쌀 소비진작 지원, 반도체 인력양성 추진방안 등을 검토키로 했다. SK하이닉스와 여주시 사이에서 중재를 맡은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준공 지연요인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정부가 산업 경쟁력 지원해야"= 이처럼 지방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의 구상에 제동이 걸린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평택 반도체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추진한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뒤,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올 계획이었으나 지역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결국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는 선에서 사업이 재개됐지만, 갈등이 해소되기까지 5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산업 경쟁력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지방정부도 좀 더 큰 그림에서 중앙정부의 사업추진 의지를 바라보고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전체뿐 아니라 지역에도 도움이 될 사업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도체특별법은 3개월째 표류= 기업들의 반도체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 어렵게 발의된 반도체특별법은 3개월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반도체 관련 법안을 최근 처리한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대비된다. 미국은 지난 7월 '반도체산업지원법'이 미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390억달러(약 53조원)를 확보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반도체 기업에 부여되는 세제혜택 수준은 40%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의 반도체특별법은 거대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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