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하면 늘 '보수적'이란 말이 따라다닌다. 고 신격호 창업 회장 시절부터 빚을 내 사업하기를 극도로 꺼렸던 탓에, '돌다리도 두들겨본 후에 건너는 롯데'라는 말조차 생겨났다. 이런 롯데 그룹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건설과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 부담으로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계열사의 신용등급은 줄줄이 강등됐다. 증시에서 주요 상장사들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신동빈 회장의 공격적인 그룹 몸집 키우기 전략이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건설은 지난 18일 국내 은행 2곳으로부터 3500억원을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하나은행에서 2000억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1500억원 이다. 이들 은행은 계열사인 롯데물산과 '롯데건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 롯데건설에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거나 출자해 보충해준다'는 약정을 맺은 후에야 대출을 해줬다.
롯데건설이 계열사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건 이번이 벌써 다섯번째다. 지난달 18일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같은 달 롯데케미칼에서 5000억원을 빌렸다. 이달 들어선 롯데정밀화학과 롯데홈쇼핑에서 각각 3000억원과 1000억원을 3개월간 차입하기로 했다. '운영자금'조로 계열사로부터 빌린 돈은 총 9000억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도 같은 날 약 1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국내 2위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과 운영자금 마련 등을 위한 것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미국의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2조7000억원의 주식매매계약(지분 53.3%)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호텔롯데는 18일 보유하고 있던 롯데칠성음료 보통주 27만3450주(2.72%)를 18일 주당 13만8500원에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전량 매각, 378억7000만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호텔롯데 측은 "현금흐름 개선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건설과 석유화학 등 특정 계열사들의 자금사정 악화가 지주사는 물론 다른 계열사들에게까지 연쇄적으로 번져가고 있다며 롯데지주 등 롯데 계열사 7곳의 신용등급 전망치를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쇼핑, 롯데지주, 롯데케미컬의 등급 전망을,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쇼핑,롯데지주, 롯데렌털, 롯데캐피털의 등급 전망을,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쇼핑,롯데지주, 롯데오토리스, 롯데물산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려잡았다. 조만간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현 신용등급은 유지했다.
이들 신평사는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차입금과 부채비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지주의 순차입금(별도기준)은 지난 2018년 3조860억원에서 2019년 1조2027억원으로 줄었지만 이후 △2020년 1조7644억원 △2021년 2조2084억원 △2022년(9월) 2조7606억원으로 연평균 5000억원씩 늘어났다. 2020년 113%였던 부채비율(연결기준)은 2022년 118.4%로 높아졌다.
이처럼 '은행 급전 빌리기'에 '자금 돌려막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롯데 그룹의 유동성 경색 현상은 단기간에 풀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의 우발채무가 6조7000억원에 달해 추가 자금 공급이 필요한 데다 거액의 돈이 들어올 곳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주력인 유통업 부문은 신세계나 이마트,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악화돼 올해 3분기 기준 누적적자가 3626억원에 달했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지주가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신용도가 하락할 경우에는 롯데지주의 계열통합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롯데지주 자체도 2020년 이후 계열사 지분 추가 인수와 계열사의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차입금이 증가세이며 자체적인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획] 롯데건설 돈맥경화 그룹마저 흔든다](//contents.dt.co.kr/images/202211/2022112102100163046001[1].jpg "[기획] 롯데건설 돈맥경화 그룹마저 흔든다")
![[기획] 롯데건설 돈맥경화 그룹마저 흔든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11/2022112102100163046001[1].jpg "[기획] 롯데건설 돈맥경화 그룹마저 흔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