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윤 전 원장은 광주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58년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1962년 법조계에 입문했다. 서울민사지법·형사지법·광주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청주·전주지법원장 등을 거쳐 1988년 대법관이 됐다.
제9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1989∼1993년)과 제12대 대법원장(1993∼1999년)을 지내는 등 37년을 판사로 살았다. 법조계에선 고인의 대법원장 재임기간 6년을 '사법제도의 지각변동' 시기로 평가한다. 윤 전 원장의 사법개혁은 취임 첫해에 구성된 '사법제도발전위원회'가 주도했다.
대표적인 개혁 성과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의 도입(1997년 시행)이 꼽힌다. 서울민사·형사지법을 통합한 서울중앙지법 출범(1995년), 특허법원·행정법원 신설(1998년) 등에도 윤 전 원장의 손길이 닿았다. 기소 전 보석 제도 도입, 간이 상설법원 설치, 상고심사제 등도 업적으로 꼽힌다.
사법부의 독립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인 고인은 일선 판사실과 대법원장실 등에 걸려 있던 대통령 사진을 떼어냈고, 법관의 청와대 파견도 막았다. 대통령이 외국을 오갈 때면 대법원장이 공항에 나가 맞이하던 관례도 없앴다. 퇴임 후 영산대 석좌교수·명예총장에 취임했고, 2004년부터 영산법률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청조근정훈장(1999년)과 국민훈장 무궁화장(2015)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오현 씨와 아들 윤준(광주고법원장), 윤영신(조선일보 논설위원)씨, 남동생 윤전(변호사)씨 등이 있다. 장례는 법원장(葬)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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