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주요 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해외자산의 환헤지 비율 상향조정을 요청할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주무 부처를 통해 관련 기관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 기관은 국민·공무원·군인·사학 등 4대 연기금, 교직원·지방재정·과학기술인·군인·경찰·대한소방 등 7대 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 12곳을 뜻한다.
전체 해외자산 규모를 약 4000억달러로 보고 있다. 이 중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규모만 3340억달러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전체 해외자산의 ±5% 이내 범위에서 환헤지를 할 수 있다.
공적 투자자들의 환헤지 비율이 상향될 경우 외환시장에는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공적 투자자들이 환헤지 비율을 올리기 위해 선물환을 매도하면 은행은 선물환 매수 포지션이 돼 외화를 차입, 선물환을 시장에 매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과적으로 1300원대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환헤지 비율 상향 규모를 약 10%포인트 안팎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10%포인트 상향하면 외환시장에는 약 330억달러가 공급되는 구조다. 타 기관들도 환헤지 비율을 10%포인트 높이면 궁극적으로 400억달러가 시장에 풀린다는 계산이다.
외환시장 하루 거래량이 70억달러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400억달러가 시장에 공급되면 상당한 가격결정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100억달러대 외환 스와프와 80억달러대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조치와 연동되면 당국의 외환 수급조치 규모만 600억달러에 육박한다. 여기에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 물가 상승률 둔화 기대도 커진 상황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헤지 정책의 조정은 기관별 내부 프로세스에 따라 이뤄지므로 선물환 매도 시기와 규모도 기관별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며 "상당 기간 선물환 매도 물량이 나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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