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올해 수주한 재건축 사업 현장에서 입찰보증금을 일부 회수하고 있다. 지난주 유상증자 2000억원·롯데케미칼과 5000억원 규모 금전소비대차계약 체결에 이어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서울 강북구 미아3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조합에 입찰보증금 100억원을 회수해달라고 요청했다. 미아3구역 재개발은 롯데건설이 지난 4월 수주한 정비 사업으로, 롯데건설은 시공사 선정 당시 입찰보증금 300억원을 조합에 납부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가 정비 사업지에서 철수하는 경우가 아니면 입찰보증금 회수를 먼저 요청하는 경우는 없다"며 "롯데건설이 이런 오해를 무릅쓰고 현금 확보에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된 이후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건설사에 제공하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사실상 올스톱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신용보강을 제공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 규모는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3조1000억원 가량이 올해 말 만기 도래한다.
롯데건설이 수주한 지 오래되지 않은 재건축 현장을 중심으로 입찰보증금 일부 회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공사 선정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은 현장일수록 건설사가 제출한 입찰보증금이 사용되지 않은 채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건설이 올해 수주한 정비 현장 중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재건축·부산 서금사 재정비촉진 A구역 등도 입찰보증금 회수를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합이 시공사 입찰보증금을 반환할 경우 조합원들이 반발할 수 있어 이 제안을 수락한 사업지는 미아3구역과 성수1구역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 서금사A 재개발 조합 내에서도 시공사 입찰보증금 일부 반환 등이 논의됐지만 조합원 반발에 의해 실행에 옮겨지진 않았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조합이 입찰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가 극히 적은 사례인 것은 맞지만, 입찰보증금에서 이자가 발생하는 현장에선 조합도 사업비 전액을 갖고 있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며 "조합이 입찰보증금을 당장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부 회수하는 것이 조합과 시공사 모두 윈윈하는 전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순원기자 ss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