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DT현장] 머스크의 우크라 인터넷 청구서](http://contents.dt.co.kr/images/202210/2022101802102269607001[1].jpg "[DT현장] 머스크의 우크라 인터넷 청구서")
이 같은 일이 예측불가 전쟁터인 우크라이나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넷은 전장의 모습도 바꾼다. 우크라이나에서 인터넷이 멈춘다면 러시아 군에 대한 정교한 타깃 설정이 불가능해져 전세는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다. 일론 머스크발 '위기의 스타링크 서비스' 이야기다.
세계 1위 갑부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가 막대한 청구서를 냈다. 더이상 스타링크 서비스의 자금 부담을 언제까지 떠안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받고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미 국방부가 비용을 치르란 얘기다. 온갖 비난이 쏟아지자 그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변덕쟁이'라는 오명을 또한번 증명했지만 그래도 다행스럽다.
당초 머스크가 들이내민 액수는 무려 4억달러(약 5715억원). 1년치 요금이다. 머스크는 밑지는 장사는 없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8개월만에 1년치 요금을 청구했다. 온라인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전쟁터에서도 이윤을 추구하는 '사악한 천재사업가'라는 비판이다. 반면 기업가는 자선사업가도 아닌데 왠 호들갑인가라는 옹호론도 만만찮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서비스 제공으로 많은 찬사를 들었다. 평화 수호자라는 명분도 좋았다. 그러나 실제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2만여대의 단말기 대부분은 미국이나 영국, 폴란드 정부 등이 지원한 것인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 격이다. 심지어 스페이스X가 미 국방부에 요구한 단말기나 서비스 비용도 실제 홈페이지에 소개된 가격보다 훨씬 높기도 하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로 가동되는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다. 스페이스X는 위성 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현재까지 3400개가 넘는 소형 위성을 쏘아 올렸다. 이 서비스의 기본 가격은 미국 기준 월 110달러(약 15만8000원)이다. 지난 6월 현재 전 세계 가입자는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스타링크 서비스는 내년 1분기 한국에도 상륙한다.
스페이스X는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하느라 지금까지 8000만달러 비용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1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비용을 미국 정부가 지불하지 않으면 더이상 스타링크 서비스는 없다는 거다. 우크라가 예상을 뒤집고 선전하는 배경엔 미국 등 서방의 무제한에 가까운 군수품 제공도 있었지만 러시아 병력과 병참 위치를 손바닥 보듯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지원한 스타링크 서비스가 있었다. 스타링크 덕에 우크라는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머스크는 '기행의 아이콘'답게 이번 우크라 전쟁에서도 논쟁의 중심에 섰다. 그는 푸틴과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최근엔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병합을 발표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유엔 감독 아래 재투표를 포함한 종전안을 제안해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발끈했다. 주독일 우크라 대사는 거친 말로 머스크를 모욕했다. 그러자 열받은 머스크가 스타링크 서비스 중단 위협까지 꺼내게 됐다는 소문이다.
현재 우크라 전쟁은 군사적 대결 못지않게 각종 정보화 기술을 동원한 첨단 '정보 전쟁'의 형태를 띠고 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보편화한 시대에서 전쟁의 양상은 뚜렷이 변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상업용 위성과 소셜미디어로 인해 투명한 전쟁의 시대가 열렸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탄환을 보내달라"며 결사항전을 선언한 젤렌스키의 호소도 인터넷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선출되지도 않은 초슈퍼 기업가 단 한 사람의 손에 전쟁의 양상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초연결시대 빅테크들의 영향력은 개별 국가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의 저자 라나 포루하는 저서에서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수많은 개별 국가보다 더욱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기술 산업 주위에 경계선을 그을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빅테크들의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공적 책임장치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이대로 두면 다가올 미래가 두렵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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