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리튬값 폭등에도 실종된 자원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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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리튬값 폭등에도 실종된 자원외교
탄산리튬 가격 추이. <한국자원정보서비스>

[현장리포트] 리튬값 폭등에도 실종된 자원외교
"개별 기업이 리튬을 걱정 없이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원외교'가 필요하지만 그 단어 자체가 적폐로 찍혀 말을 어떻게 꺼내겠습니까." 한 국내 배터리기업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자원외교로 광산 개발의 길을 뚫어줬으면 하는 게 배터리 업계의 바람이지만, 자원 외교가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로 낙인 찍힌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쉽게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4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킬로그램 당 494.50위안(9만9938원)으로 올해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전월 평균 대비 6.22%, 전년 평균 대비 334.99% 증가한 수치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리튬의 가격 상승세를 잠재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배터리 양극재 핵심 원료로 원가의 60~70%를 차지하기 때문에, 리튬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은 원가 부담에 시달린다.

탄산리튬을 가공하는 역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업체 가운데서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만이 제련시설을 갖추고 있는 데다, 대부분은 수산화리튬을 전량 수입해 대중국 의존도가 84%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국내 업계는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시급한 과제까지 떠안았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와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등에 쓰이는 중·대형 배터리 수요가 오는 2025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팩의 시장 규모는 올해 750억달러에서 2025년 1590억달러로 약 2.1배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리튬의 장기적인 공급처 확보가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당장은 적자여도 장기간의 시간을 두고 광산과 염호를 개발하는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기업들은 해외 기업과 장기구매계약, 광산 프로젝트 지분 투자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최근 세계 각국이 핵심자원을 안보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어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임지훈 한국무역협회 공급망분석센터 연구원은 "자본 집약적인 리튬 채굴사업은 기업이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커 국가 차원의 투자가 절실하다"며 "장기구매계약, 지분 투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 광산을 보유하지 않는 한 리튬 수급 불안을 필연적이기 때문에 적극적 자원외교를 통해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자원외교 단어 자체에 조심스런 반응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손실이 나면서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았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적폐로 낙인찍히면서 자원 개발 자체가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광해광업공단의 광물해외융자 사업의 예산 예산내역을 살펴보면 2018년 224억1200만원, 2019년 235억8000만원, 2020년 17억5000만원, 2021년 18억1600만원대로 줄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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