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규제지역 해제가 26일부터 적용됐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미 미분양 물량이 수개월째 쌓이는 등 본격적인 부동산 하락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1일 국토교통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규제 해제 결과를 설명하며 "이번 조치가 주택 매매시장의 거래절벽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규제가 해제된 지역에서 집을 구매할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대출 규제와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 규제가 완화된다.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이 사실상 배제됐고 지방의 경우 이미 주택 매매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규제지역 해제 만으로 거래절벽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여기에 추가 금리 인상 우려도 남아 있어 갭투자, 외지인 등의 투자 수요도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분양·입주 물량이 적었던 일부 지역에서는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3년간(2019.1~2022.9) 광역시의 인구와 분양 물량을 고려하면 부산과 울산, 광주 등이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약 342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부산광역시에 최근 3년간 분양된 아파트는 2만9415세대에 불과하다. 최근 '아파트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대구광역시의 인구 246만, 6만7127만세대 분양과 대조적이다. 이밖에 150만명이 거주하는 광주와 116만명이 거주하는 울산광역시에는 같은 기간 각각 1만6350세대, 1만1858세대가 공급됐다.
해당 지역은 미분양 물량 증가세도 크지 않았다. 8월 기준 부산의 미분양 아파트는 총 1799세대로 전월 대비 296세대 늘었다.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7월과 동일한 852세대를 유지했다. 울산광역시는 오히려 미분양 물량이 7월 788세대에서 8월 775세대로 줄었다. 광주광역시 미분양 아파트는 198세대(7월 기준)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적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미 주택 매매 수요가 많이 사라진 상황에서 규제지역 해제 효과는 결국 지역 내 수요로 결정될 것"이라며 "부산의 경우 최근 정비사업 지연으로 분양 물량이 크게 줄었고, 광주와 울산 역시 공급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수요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금리 추가 인상, 하락 전망에 따른 관망세 증가 등은 변수"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규제지역의 지정·해제 시점이 시장 상황에 비해 너무 늦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번 규제지역 해제가 '선제적인 조치'라고 발표했지만 부동산 하락기는 이미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또 최근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고 완연한 하락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규제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규제지역의 지정과 해제는 해당 지역의 3개월간의 거래, 미분양, 주택가격 동향 등을 보고 결정하도록 돼있지만 다 오르고 나서야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고, 지정된 이후에도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며 "이번 해제 역시 집값 하락이 본격화된 이후에야 조치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규제를 통해 집값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차라리 규제 자체를 없애고 부동산 가격을 시장에 맡기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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