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우크라이나전쟁 6개월이 주는 교훈](http://contents.dt.co.kr/images/202208/2022082202102269660001[1].jpg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우크라이나전쟁 6개월이 주는 교훈")
러-우크라이나 전쟁은 외교역량의 중요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놓인 국가의 운명은 자국의 역량뿐만 아니라, 강대국의 이익에 쉽게 희생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래, 친러시아파와 친서방파의 대립이 반복되었다. 2019년 대통령에 당선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으로부터 확실한 동맹으로 인정받지 않은 상황에서 EU 및 나토(NATO) 가입 등 친서방 정책을 서두르면서 친러시아 세력의 불만을 키웠다. 특히 지난해 9월 나토와 함께 진행한 연합군사훈련 강행은 러시아에게 적잖은 충격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의 전쟁 도발을 우려한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이 외교중재에 나섰지만 푸틴의 전쟁 야욕을 꺾질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전에 전쟁을 예방하지 못했으나 러시아 침공 이후 수도 키이우에 남아서 국민적 저항을 이끌고 있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상대로 수도 키이우를 잘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장악한 동남부 지역에서 선전도 이끌어내고 있다. 군사적으로 열세라고 하더라도 지도자의 솔선수범과 국민의 단결된 마음이 있다면 군사강국과의 충돌에서도 밀리지 않음을 보여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의도에 대한 서방세계의 경고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국민들의 희생을 키웠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번 전쟁은 러-우크라이나 두 나라만의 충돌로 그치고 있다. 이는 미국 등이 핵전쟁이나 세계3차대전 등의 확전을 우려, 우크라이나에게 군수물자를 지원할 뿐, 병력 지원을 꺼렸기 때문이다. 지난 18일에도 미국은 8억 달러(1조 600억원) 가량의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는 병력지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중국이나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이 핵전쟁 및 전쟁확산을 우려한다는 사실을 이용한 치고 빠지는 군사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현 상황은 우리나라가 추구해온 균형외교의 설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군사적인 동맹인 쿼드와 경제적 동맹인 칩4를 통해 중국에 대항하는, 아시아판 나토체제를 만들고 싶어 한다. 지난 6월말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담 초청은 사실 우리 국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기보다는 중국의 위험이 더 커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당시 나토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묶어 글로벌 안보위협에 대응하자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의 강한 군사 동맹을 기초로 하면서 중국과의 활발한 경제교류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의 국지전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전 세계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에너지와 곡물생산의 중심 국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 차단으로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이 벌써부터 겨울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이들 국가들이 천연가스 대체 공급지를 찾으면서 우리나라가 수입해오던 인도네시아 등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또 밀과 옥수수 등의 곡물 가격 상승으로 가난한 국가들은 이미 식량부족현상을 호소하고 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 러시아-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10년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큰 피해자는 불안 속에서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다. 서방 언론의 추산에 따르면, 적어도 5000여명이 전쟁으로 사망했다. 또한 전체 국민 4300만 명의 37%에 해당되는 1600만 명이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대피해야 했다. 70년 전 6·25 전쟁을 경험했고, 지금 중국-러시아와 이웃한 우리에게 러-우크라이나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