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전면해제 불구 그대로
은행 노조 핑계만…소비자 피해
금융위 "법령상 강제할 수 없다"
은행 노조 핑계만…소비자 피해
금융위 "법령상 강제할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상황에서 은행들만 코로나19로 단축됐던 영업시간을 되돌리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지만 은행들은 노조 핑계만 대며 영업시간 정상화에 미온적이다. 금융당국도 소비자 불편을 못 본체하고 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6.1% 인상과 주 36시간 근무, 영업점 폐쇄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엔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금융공기업 등의 노조원 10만명이 소속돼 있다.
노조의 요구에 사측(금융산업협의회)이 난색을 보이면서 결국 협상은 결렬됐고, 중앙노동위원회 쟁의 조정회의에서도 합의에 실패해 결국 지난달 26일 '조정 중지' 결정을 받은 상태다. 이에 따라 파업권을 확보한 금융노조는 오는 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다음달 16일 모든 은행 업무를 중단하는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총파업을 무기로 근무시간은 줄이고 임금을 올리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로 단축된 영업시간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셈이다. 주 36시간 근무 요구안은 단축된 영업시간을 고정시키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은행 영업점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였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해 7월부터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1시간 단축됐다. 지난 4월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지만, 은행 영업시간만 여전히 소비자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노조와 사측이 코로나19 방역지침이 해제되더라도 교섭을 통해서만 영업시간 단축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합의한 까닭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상황에서도 은행들은 단축된 영업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은 노조의 핑계를 대고 있지만 영업시간을 되돌리려는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노조와 사용자단체간 이뤄진 합의이기 때문에 개별 은행이 자체적으로 영업시간을 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업시간을 6시까지 늘리는 등 영업시간을 확대한 탄력점포를 내세우는 은행들의 전략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향후 단축된 영업시간을 유지하면서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만 늦게까지 영업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는 탓이다.
국민은행은 저녁 6시까지 영업하는 '9To6 Bank'를 전국 72곳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오후 8시까지 문을 여는 '신한 이브닝플러스 서비스'로 국민은행에 맞서고 있다. 고객 편의를 강조하며 일부 탄력점포 운영에 나서지만 정작 코로나19로 단축했던 영업시간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으로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는 과정에는 정부의 방역지침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금융권에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단축된 영업시간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령상 정하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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