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이코노미] 中반도체 라인 美로 옮기면 원가 50%↑… 삼성·SK 경쟁력 `흔들`

미·중 패권다툼 중간에 낀 韓
시장재편땐 선택지 변화 예고
국내 생산·공급망 구축 필요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일러스트 이코노미] 中반도체 라인 美로 옮기면 원가 50%↑… 삼성·SK 경쟁력 `흔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두 나라의 반도체 패권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시장인 중국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으면서 동시에 미국에도 반도체 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졌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대중국 동맹 전선에 '칩4(미국 일본 대만 한국)' 참여를 압박하며 동시에 과감한 인센티브 지원을 약속했지만, 양사의 주력인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미국으로 생산비중을 옮겨놓을 경우 원가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반도체업계의 중론이다.

현재는 미·중 갈등이 어느 한쪽도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우리나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재계에서는 양국 간 반도체 전쟁의 승자가 정해지고 시장이 재편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택지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자국 내 반도체 생산·공급망을 강력하게 구축할 수 있는 민·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는 상황을 시시각각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펠로시 의장의 방문으로 인한 미·중의 갈등이 과거 쿠바를 두고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이 벌였던 극한 대치 상황처럼 확전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한편으로는 극한 대치 끝에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 경우 한국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미국내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지만, 미국 내 생산비중을 높일 경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10년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만, 한국, 싱가포르보다 약 30%, 중국보다는 50%나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가 보조금과 세액공제로 약 770억 달러(약 100조원)를 제공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을 통과시키긴 했지만, 인건비와 전기요금, 수도료 등 고정비를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장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길 경우 고정비 부담이 제품 원가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궁극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메모리반도체의 위상도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내 투자가 메모리가 아닌 시스템반도체 제조를 위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집중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등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영역에서는 세계 시장의 68%를 차지하는 절대강자이지만, 생산 능력 점유율에서는 2020년 기준 12%를 차지하며 중국(15%)보다 열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화를 막기 위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미국산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생산라인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 같은 반도체 시장 재편 과정에서 결국 노선을 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반도체 강국이라는 위상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선제적이고 과감한 반도체 제조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산업 구조상 생산은 미국의 기술이 필요하고 수요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어느 한 방향으로 노선을 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된 이후에는 애매모호한 중립 유지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이후 중심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과감한 혁신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용성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정부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국내 반도체 산업경쟁력 지속을 위해선 핵심장비 및 소재에 대한 개발 등 기술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일러스트 이코노미] 中반도체 라인 美로 옮기면 원가 50%↑… 삼성·SK 경쟁력 `흔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