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코로나, 독감처럼 토착화… 고령·젊은층 나눠 새 방역전략 짜야"

젊은층엔 자율방역, 고위험군엔 적극적 대응 강조
코로나 중증환자 사망원인 규명 연구 등 주목받아
전문가 중심 바이러스 연구 컨트롤타워 신설 주장
"T세포분야 끊임없이 개척, 면역학역사 새로 쓸것"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이준기의 D사이언스] "코로나, 독감처럼 토착화… 고령·젊은층 나눠 새 방역전략 짜야"
KAIST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최근 지인의 부친이 코로나19에 확진됐는데 70대가 넘는 분에게 코로나 치료제 처방을 해 주지 않았다고 해요. 일상회복 이후 일선 현장에서 방역·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새 정부의 자율방역 기조에 맞춰 최근의 코로나 재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방역·의료체계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바이러스 면역 전문가인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장)는 디지털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가 방역·의료 대응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면역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신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인체 면역반응, 코로나19 환자와 백신 접종자의 면역체계 변화 등 면역학 관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최근 6차 재유행에 맞춰 정부 방역체계를 젊은층과 고령층·기저질환 등으로 나눠 이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지난 3월 코로나 대유행 때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었지만, 일상회복으로 돌아선 현 시점에서는 새로운 방역체계로 빠르게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확진 이후 증상이 약한 젊은층과 중증 가능성이 높은 고령층·기저질환자 등으로 나눠 방역·의료 대응 시스템을 달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령, 젊은층에겐 정부가 지향하는 자율과 책임을 통한 '자율방역'을 유지하고, 고령층과 기저질환자에겐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를 통해 중증화와 사망률을 낮추는 방역·의료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올 3월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최근 여름철 재유행 추세를 보면 코로나 유행 사이클 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을 수리학적 모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앞으로 유행 사이클 폭이 더욱 좁아져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는 토착화되고, 독감처럼 이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이준기의 D사이언스] "코로나, 독감처럼 토착화… 고령·젊은층 나눠 새 방역전략 짜야"
KAIST 제공



◇의사 꿈 과감히 접고 '면역학 과학자' 길로= 신 교수의 어릴 적 꿈은 생명과학자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사다 주신 제임스 왓슨의 회고록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왓슨과 같은 생명과학자 꿈을 키웠다. 왓슨은 생명의 비밀을 담은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과학자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생명과학자라는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됐지만, 대학 원서를 낼 때 이왕이면 사람과 관련된 바이러스를 공부하면 어떠냐는 아버지의 권유에 의대 진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의대에 진학했지만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보다는 생명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방학 때면 스스로 미생물학 교실을 찾아가 인턴으로 학업과 실험에 참여하고, 실험실 친구들과 가까워지면서 바이러스가 주는 재미와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결정적으로 의대 진학 후 수강한 면역학 수업이 그를 지금의 바이러스 면역 분야 의사과학자 길로 안내했다. 신 교수는 "면역학 첫 수업 시간에 칠판 가득히 필기를 하며 우리 몸의 면역에 대해 멋지고 화려하게 강의하신 교수님께 매료돼 그날부터 면역학에 빠져들었다"면서 "지금도 그날의 수업을 떠올리면 가슴이 마구 뛸 정도로 면역학과의 강렬한 만남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T세포 바이러스 면역' 연구 개척…"변이에 강한 T세포 활용 백신 개발 필요"= 신 교수는 T세포와 바이러스 간 면역체계를 주로 연구한다. 면역학은 크게 항체와 T세포 연구 분야로 나뉜다. 그 중에서 신 교수는 'T세포 면역학자'다.

T세포는 대표적인 면역세포 중의 하나로, 항체·항원 반응을 통해 우리 몸에서 후천적으로 학습되고 얻어지는 획득면역에 속한다. 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이를 인지해 공격해 우리 몸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한다.

그는 "지난 100년 간 의학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한 학문은 면역학으로, 사람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인체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동안 항체 연구가 대다수를 차지했는데 지난 30∼40년 전부터는 항체에 대응하는 T세포 연구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변이가 자주 발생하는 RNA 바이러스 계열은 면역 T세포를 잘 활용하면 중화항체에 비해 더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할 수 있다. 항체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변이가 자주 생기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대응하기 어렵고, 백신 접종을 통해 생긴 중화항체 역시 면역 기능을 오래 유지하기 쉽지 않다.

신 교수는 "항체와 달리 T세포는 변이가 생긴 바이러스를 잘 인식해 대응할 수 있어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 기존 RNA 바이러스뿐 아니라 새롭게 출현할 RNA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 개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면역체계 관련 연구성과 '세계적 주목'= C형 간염 바이러스 연구를 해 오던 신 교수는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면역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동안 바이러스 면역 분야에서 축적한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 출현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면역에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된 중증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이토카인 폭풍'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가 그 중 하나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돼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이다.

신 교수는 "중증 코로나19 환자 중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사망한 사례가 다수 보고되는데, 사이토카인과 같은 과다 염증반응이 왜 일어나는지 알려지지 않아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진 '인터페론'이 오히려 염증반응을 촉발해 코로나 중증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전략에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신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하면서 형성된 방역면역의 핵심인 '기억 T세포'가 10개월 간 유지된다는 연구결과도 내놨다. 코로나19 면역반응 유지와 재감염에 대한 방어 기전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성과다.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에서 기억 T세포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줄기세포 유사 기억 T세포'가 잘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한 환자를 10개월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기억 T세포'가 10개월이 지난 후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을 만나면 증식해 방어면역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에 반해 항체는 코로나19 회복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장기간 유지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기억 T세포가 코로나 초기 바이러스뿐 아니라 올 초 유행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강력한 면역반응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신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중화항체와 기억 T세포라는 적응면역이 생긴다"면서 "이 가운데 중화항체는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과정 자체를 차단하는 데 반해, 기억 T세포는 감염 차단은 못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감염자의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6차 재유행 속에 지난 3월 오미크론 대유행 때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의 재감염률이 낮은 것은 기억 T세포가 면역반응을 하기 때문이라는 게 신 교수의 주장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코로나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초진 확진자들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말부터 국내에서 가장 먼저 화이자 백신을 2회 접종한 의료종사자 150명의 샘플을 대상으로 T세포 유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T 기억세포 중 자가 증식을 잘 하는 '줄기세포 유사 기억세포'가 많은 사람일수록 T세포가 오래 유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코로나, 독감처럼 토착화… 고령·젊은층 나눠 새 방역전략 짜야"
KAIST 제공



◇"바이러스 연구 컨트롤타워 필요"…"'살인진드기병' 등 고유 바이러스 연구 시급"=신 교수는 우리나라 바이러스 연구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려면 국가 차원의 바이러스 연구 컨트롤타워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바이러스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나눠져 있다. 지난해 설립된 국립보건원 내 국립감염병연구소와 과기정통부 기초과학연구원(IBS) 내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등이 각각 바이러스 관련 임상연구,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부처간 칸막이로 원활한 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 교수는 "각 부처가 운영하는 바이러스 연구기관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임무 설정을 하고 전문가 중심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와 병행해 중장기적인 바이러스 분야 인력 양성 확대와 지속적인 R&D 지원 및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바이러스 연구 방향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못지 않게 다른 나라에서 할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만 출현하는 고유 바이러스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일명 '살인진드기병'으로 불리는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나 결핵 등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SFTS에 걸린 경증·중증 환자의 샘플을 확보해 T세포와의 연관성 연구를 하고 있다. 아울러, WHO(국제보건기구)가 최근 국제적 공중보건사태를 선언한 '원숭이두창'과, 1979년 1월 이전 천연두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혈액 샘플을 이용해 면역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신 교수는 "T세포 면역 연구 분야에서 누구나 내 이름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새로운 분야를 끊임없이 개척하고 선도함으로써, 면역학 역사의 '사조(思潮)'를 새롭게 열어가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