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물 복합위기 소용돌이속
노동계, 화물 파업 이어 夏鬪 예고
국회는 방치하고 정부는 구호만
"경제 주체, 고통 분담 자세 절실"
경제가 폭풍 전야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실물경제도 위협받고 있다. 성장률은 2%대로 떨어지고 6, 7월 물가는 5%대로 치솟을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보다 혹독한 '복합위기'의 징후가 농후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제 상황이 더욱 비상해지고 있다"며 "복합위기가 시작됐는데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진정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 엄중한데도 이를 극복할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 노동계는 더 강성 투쟁에 나서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째를 맞으면서 경제가 멈춰설 조짐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 산업에 대해서도 (반입을) 막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자동차 철강 전자 시멘트 건설 등 산업 전반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자동차·조선 등 대기업 노조들이 대규모 파업을 예고하는 등 '하투'도 심상치 않다. 민주노총은 지난 6일 총파업과 국회앞 농성으로 하투에 시동을 건데 이어 이달말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 대정부 투쟁 강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지만 구호뿐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가경제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도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한다는 말뿐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수용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회는 후반기 원 구성도 못하고 겉돌고 있다. 사회부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 청문회를 열지 않아 새정부가 출범한지 한달이 넘었지만 내각 구성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민생 문제 해결에 나서기는 커녕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이어 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통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들고 나와 정국을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기업들은 이런 틈바구니속에서 임금을 대폭 올리는 등 눈치보기에 열중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14~15일(현지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고금리·고환율 ·고물가 등 '트리플 약세' 현상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물가는 뛰어 서민 생활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도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당시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외쳤지만,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10년 주기로 발생하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가계와 기업, 정부, 정치권 모두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1997년 위기 당시 '노사정 합의'처럼 한마음으로 고통을 분담하려는 의지가 요구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위기 극복을 위해 '금 모으기' 운동까지 벌였던 당시와는 딴 판이다. 화물연대 파업처럼 저마다 '권리'만 주장하고, 정부의 복지 혜택만 바랄뿐 스스로의 힘으로 서려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적 정책이 남긴 후유증이다. 윤 대통령이 '태풍'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위기를 강조하고, 정부가 국고채를 3조원 어치 사들이며 유류세를 일시 인하한다고 해서 끌 수 있는 불이 아니다. 각 경제주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맬 각오를 다져야 한다. 양준모 교수(연세대 경제학)는 "파업과 반정부 투쟁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가 얻을 건 하나도 없다"면서 "경제주체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고통을 나누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총리 주재 긴급 부내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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