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尹대통령, 진정성 보여줄 차례다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DT현장] 尹대통령, 진정성 보여줄 차례다
윤석열 대통령이 달라졌다. 여성할당, 지역안배 없이 전문성과 능력만으로 인선할 뿐 '인사 쇼'는 하지 않겠다더니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에 내리 4명을 여성으로 발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보건복지부 장관에 김승희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교육부 장관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각각 지명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는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 학장을 발탁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어 초대 내각과 차관급 인선까지 '여성 홀대론'이 불거지자 낙마한 정호영·김인철 전 후보자의 후임을 모두 여성으로 인선한 것이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20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 위성정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회 간사 등을 역임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을 역임한 보건·의료계 권위자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을 지냈다.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기획재정부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경영평가 단장을 맡아 공공기관의 경영실적 개선의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 내정자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과 서울대 대학원 물리약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서울대 약대 106년 사상 첫 여성 학장으로 취임했고, 올해부터는 한국약제학회 회장과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제7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인선은 후보자와 내정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아빠 찬스' 논란으로 물러난 정 전 후보자뿐 아니라 성비위 논란에 휩싸인 윤재순 총무비서관, 간첩조작사건 연루 의혹을 받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 대통령실 비서진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던 시점이라 분위기 환기 차원의 '깜짝 인선'이자 6·1지방선거를 겨냥한 '전략적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여성 발탁이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신임 특허청장에 변리사인 이인실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을 내정했다. 1977년 특허청이 생긴 이래 45년만에 처음으로 민간인이, 그것도 여성 변리사가 특허청장으로 발탁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인실 특허청장 내정자는 부산대 출신 첫 변리사이자, 한국의 세 번째 여성 변리사"라며 "30여 년 이상 지적재산권 분야에 종사해 온 자타공인 최고 전문가"라고 밝혔다. 이 내정자에 이어 윤석열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도 여성 발탁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정거래위원장에 여성이 발탁될 가능성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그러려고 노력하는 거 같다"고 답했다.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3·9 대선 때나 인수위 초반만 하더라도 '여성 홀대론' 비판에 꿈쩍도 하지 않던 윤 대통령이 여론을 수렴하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외신으로부터 '여성 홀대론' 등 여성정책에 대한 비판을 받은 데 이어 국회 의장단 만찬자리에서도 김상희 부의장으로부터 '젠더 갈등'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다.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 방침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이번 인선이 6·1 지방선거를 앞둔 임시방편일 가능성이 남아 있고,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에 그토록 날을 세웠던 '코드 인사'나 '인사 쇼'로 해석될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가짜 백수오 파동 논란'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치매 막말 논란'을 빚은 인사이고, 이 내정자는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출마했던 전력이 있다. 박 후보자는 교육 비전공자라 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여성'이라는 점이 모든 논란이나 비판을 덮을 수 있는 방패막은 아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정책 방향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방침도 유효하다.

여가부의 '한국 성평등 보고서'(2020년 12월)를 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국가성평등지수는 73.6점(100점 만점)이고, 이중 성평등 사회참여 부문은 69.2점에 머물고 있다. 사회참여 부문을 세분화하면 교육·직업훈련 지수는 93.9점으로 매우 높지만, 경제활동은 75.7점, 의사결정은 38.1점밖에 되지 않는다. 국제성평등지수로 판단해보더라도 한국은 GDI(Gender Development Index)의 경우 총 189개국 중 111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GDI 수준이 낮은 이유는 남녀 간 소득격차에 기인한다. 여성의 추정소득은 남성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윤 대통령의 여성 발탁이 '쇼'가 아니라는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차기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대선 공약으로 여가부 폐지를 내세웠지만 국회입법조사처의 '성평등 추진체계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에도 구조나 형태는 다르지만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거나 담당하는 부처와 기관이 있다.

여성 우대정책이나 특혜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다. 성별, 연령, 지역 등으로 인한 그 어떤 차별도 없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고 공정하게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the13ook@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