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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샛별 칼럼] 포켓몬빵의 귀환, MZ시대의 신호탄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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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최샛별 칼럼] 포켓몬빵의 귀환, MZ시대의 신호탄을 쏘다
지난 2월, '포켓몬빵'이 돌아왔다. 왕의 귀환이다. 1998년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한 달에 500만 개가 판매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포켓몬빵은 2022년 현재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물량이 풀리자마자 '완판'되는 것은 물론이고, '마트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것)과 '편의점 트럭 순례'(편의점에 물류를 제공하는 트럭을 쫓아다니는 것) 같은 현상이 유행하고 있다. 한 마트에서는 1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하고 번호표를 나눠주거나, 일부 편의점에서는 아예 "포켓몬빵을 일절 취급하지 않겠다"는 안내문까지 붙여놓고 있다고 하니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왜 포켓몬빵이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모든 것을 놀이로 만드는 것을 즐기는 MZ세대의 특징과 어릴 적 추억이 담긴 포켓몬빵이 어우러지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일 수도 있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문화 및 여가생활까지 제약이 뒤따른 코로나 상황에서, 걱정이 없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생산량을 제한하여 과잉경쟁을 부추기는 상술과 포켓몬빵 안에 들어있는 희소한 띠부띠부씰이 온라인에서 고가로 판매되면서 생겨버린 마음속의 소소한 사행심 역시 빠뜨릴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금은 다른 방향의 질문, 예컨대 "포켓몬빵 열풍에서 '무엇'을 읽어낼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포켓몬빵 열풍은 그저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또 한 번의 유행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세대 구성의 변화를 중심으로 한 'MZ시대의 도래'라는 거대한 시대전환의 시작점에 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그널은 MZ세대가 어느덧 추억의 '주체'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주지하듯, 포켓몬빵은 MZ세대의 추억템(추억이 담긴 아이템)이다. 일반적으로 기성세대에게 허락되는 추억이라는 단어가 MZ세대에게 부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의미하는 바가 크다. 추억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자신들의 추억을 상품으로 기획하고 재현해 낼 수 있는 위치에 진입하는 동시에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력을 갖출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포켓몬빵은 단순히 MZ세대의 추억템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청소년세대 그리고 그들의 부모세대에까지 전파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바야흐로 MZ세대가 정치와 경제(생산) 영역을 넘어 소비문화 영역을 선도하는 새로운 주도층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시그널은 포켓몬빵이라는 MZ세대의 추억템이 담고 있는 내용의 독특성이다. 보통의 추억템이 사회 전반에서 인기를 끄는 경우, 특정 세대의 추억을 담고 있지만 첫사랑이라든지 우정, 가족애 등 전 세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주제와 맞닿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포켓몬빵은 다르다. 포켓몬은 촘촘한 파워 레벨을 가진 약 800여 종 이상의 포켓몬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는 포켓몬스터라는 글로벌 게임 콘텐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터넷기술의 발달과 함께 태어나 게임세대라 불리며 자라난 MZ세대와 그 아래 세대에게는 친숙할지언정 기성세대는 절대로 잘 알고 이해하거나 즐길 수 없는 것들이다. 따라서 포켓몬빵 열풍은 동일문화권의 윗세대보다 타문화권의 동일세대와 더 많은 공통점을 갖는 MZ세대의 특징이 새롭게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세대(世代)와 시대(時代)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한 시대에 태어나는 세대는 필연적으로 특정한 시대정신을 세대정신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사회의 중심이 되는 특정 세대의 이념, 사상, 가치관 즉 이들의 세대정신은 그 시대를 움직이는 시대정신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MZ세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포켓몬빵 열풍은 그것을 주도하고 있는 '세대'의 측면에서나 그것의 '내용'이 갖는 독특성의 측면에서 볼 때 이전의 전 사회적 소비 열풍과는 분명 뚜렷한 차이가 있다.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은 MZ세대의 정신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포켓몬빵을 품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기성세대의 문턱을 넘고 있는 MZ세대를 목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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