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객석] 꿈나무들 눈높이에 딱… 자연스레 들려주는 우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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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함현상
'아빠사우루스·엔통이의 동요나라' 작업
유튜브로 인기음악 찾거나 조카 조언받아
쉽게 부를 수 있고 가사 멋진 동요 중심으로
타악기 재미난 소리 활용해 국악버전 편곡
1차 소비자 보호자인 만큼 어른용 선곡도
[객석] 꿈나무들 눈높이에 딱… 자연스레 들려주는 우리소리
함현상은 중앙대 한국음악과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국악합창단 두레소리의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아동극 '천하무뽕', 영화 '두레소리' '귀향'의 음악을 만들었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소리와 병창사이' 작곡 및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5월에 어린이는 공연장의 '특별한 손님'이 된다. 예술로 그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곳곳에서 어린이 특별 공연이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1922년에 제정된 '어린이날'이 100주년을 맞아 공연이 더욱 풍성하다

"어린 시절의 즐거운 추억이 많은 아이는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것이다"

-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행복한 기억은 아이의 인생을 지배한다. 소설가 도스토옙스키는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아름답고 신성한 추억만 한 교육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년 시절, 몸에 각인된 행복감은 성장기 내내 좋은 자양분이 되어준다.

가정의 달을 맞아 아이들과 추억을 쌓기 위해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5월이면 우후죽순 쏟아지는 어린이 공연. 한 편을 보더라도 좋은 작품을 고르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일 터. 이제는 어린이 공연도 '교육'과 '재미'를 동시에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립극장 역시 어린이를 위한 공연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국립극장 소속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그동안 어린이 음악회 시리즈 '엄마와 함께하는 국악보따리(2004)' '땅속 두더지, 두디(2013)' '아빠사우르스(2016)' 등을 연달아 선보이며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왔다. 지난해 '엔통이의 동요나라2'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지속적인 어린이 음악회를 통해 관객의 탄탄한 신뢰가 축적된 것이다. 여기서 '엔통이'는 국립극장 마스코트 캐릭터의 이름이다. '동요나라'에 발걸음을 내디딘 아이들은 국악기의 소리를 구분하며 자연스레 국악을 익힌다.

국립극장과 함께 '아빠사우루스' '엔통이의 동요나라' '엔통이의 동요나라2'를 연이어 작업하고 있는 함현상을 만났다.

-어린이를 위한 국악 공연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 10여 년 전에 인형극 의뢰가 들어왔었어요. 부끄럽지만 그때만 해도 아이들이 보는 건데 대충 만들어도 통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춘천인형극제에 오른 작품을 감상하러 갔는데요. 아이들이 엄청 떠들면서 공연을 보는데 배우들이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고 연기하는 거예요. 그렇게 떠들던 아이들이 로비에 나와서 수다를 떠는데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막 까부는 것 같지만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목격하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더 열심히 임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국립극장·국립국악관현악단과 '아빠사우루스(2016~2017)'와 '엔통이의 동요나라(2018~2019)'에 이어 지금의 '엔통이의 동요나라2'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세 작품 모두 어른을 대상으로 한 음악극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아이들의 정서를 꿰뚫지 못하는 것 같아서 작업 때마다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세 작품의 제작 시기가 다른 만큼 각각 고민하던 지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아빠사우루스'는 90% 이상이 창작곡이어서 음악적 완성도를 목표로 잡았어요. '엔통이의 동요나라'는 창작곡이 20% 정도이고, 나머지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노래를 국악으로 편곡한 거예요."

-가장 각별한 작품은 무엇이에요?

"'아빠사우루스'요. 국립단체와 처음 작업해 본 경험이었거든요. 국립극장의 안정적인 제작 환경이 너무 흡족했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의 연주 실력도 보장되어 있고요. 모든 제작진이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될 수 있게 해주려고 노력해 주셔서 감동이었어요."

-'어린이 공연'은 연령대별로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세간의 의견이 있습니다. '엔통이의 동요나라2'는 36개월 이상이 관람 가능한 공연인데요. 몇 세를 염두에 두고 곡을 배치했는지요?

"요즘 아이들이 듣는 음악을 유튜브에서 찾아봤어요. 조카들에게도 물어봤고요. 모든 연령대가 듣고 즐거워할 수 있게 노력했죠. 대신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니까 타악기 하나를 써도 재미난 소리를 많이 활용했어요."

-'스토리 극'이라는 특징도 있습니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이 합쳐져 극본이 탄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린이 공연 협업 방식에서의 독특한 차별점이 있나요?

"동요를 활용하는 작품이잖아요. 1차 대본 구성이 나온 후에 작가님도 곡을 같이 선정하셨어요. 저와 이가현 작가, 정종임 연출가 셋이 대본 리딩을 하면서 건반을 가운데 놓고 작업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어서 그런지 모든 창작진이 착한 마음으로 임하는 거예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해 그걸 음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쉽진 않았을 텐데요.
"극 중 주인공들이 한 번은 놀이방에서 장난감을 어질러놔요. 그래서 선생님이 학생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그 장면이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아이의 이름을 엄하게 부르는지, 부드럽게 부르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작가님이 실제로 아이를 키우고 계셔서 이런 부분들을 디테일하게 물어볼 수 있었어요."

◇'동요의 힘'을 느끼다

-동요에는 예쁜 노랫말이 담겨서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큰 도움이 돼요. 실제로 동요가 지닌 힘을 느꼈나요?

"우선 가사가 너무 좋아요. '엔통이의 동요나라' 시리즈를 하면서 느낀 건 최근 창작동요도 굉장히 세련되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반면 매년 5월 5일마다 열리는 국악동요제를 보면 아직도 예전의 국악동요가 나와요.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없는 가사를 지닌 동요들이 훈련에 의해 노래되고 있더라고요. 대회를 나오기 위해 국악 학원에서 동요를 익힌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공연에서는 자연스럽게 국악의 소리를 스며들게 하고 싶었죠."

-전래동요 중 일제강점기에 유행했던 동요도 많잖아요.

"그렇죠. 특히 국립극장에 올리는 공연이니 더욱 조심해야 했어요. 그렇지만 너무도 대중적인 동요들은 부정할 수가 없어서 한국적인 맛을 강하게 입혔습니다."

-국악버전으로 편곡을 진행하며 중점적으로 고민한 부분은요?

"전래동요는 쉽게 부를 수 있는 노래들만 찾았어요. 창작동요는 그야말로 유치원의 빅히트송들을 넣었습니다. 또 가사가 아주 멋진 곡들을 찾았어요. 들으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가사를 가진 동요가 많아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이런 가사를 보면 '나도 그런 말을 못했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연에는 아역배우가 직접 참여합니다. 어린이 배우가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특별히 고려한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연습해오지 말고, 편하게 부르라"고 했어요. 국악 공연이기 때문에 국악 발성을 하면서 부르는 건 지양했고요. 보컬 트레이너도 국악 전공자가 아닌 분을 모셔왔죠. 국립극장 공연이라고 하니까 어머니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하시고 국악처럼 연습을 철저히 시켜왔더라고요. "아이들이 부자연스러운 옷을 입은 걸 객석에서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어요.

-'엔통이의 동요나라'는 1탄과 2탄이 있는데요.

"1탄이 동요에 집중을 했다면, 2탄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악기를 구성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원들의 역할이 연주뿐만 아니라 연기까지 소화하게 됐죠. 다들 부모의 마음으로 즐겁게 연기를 해줘서 고마워요."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국악 공연을 보러 가서 국악을 접하게 됐고, 그때부터 우리 음악으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늘날 어린이들은 상업화된 노래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국악 종사자로서 안타까운 적은 없나요?

"이날치 같은 팀이 많아지면 좋겠죠. BTS의 멤버 슈가가 '대취타'라는 곡을 내서 화제를 모았잖아요. 영향력 있는 사람이 국악을 활용한 곡을 발표하면 이렇게 확 효과를 봐요. 저는 BTS 멤버들이 만약 어릴 때 국악을 더 많이 듣고 자랐으면, 국악 요소를 그들의 음악에 더 많이 가져오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엔통이의 동요나라'가 그런 밑 작업이라고 봅니다."

-사실 '엔통이의 공연나라'는 1차 소비자가 보호자(어른)이잖아요.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국악은 어렵다"라는 선입견이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어른들이 좋아하는 동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오는 동요도 선별해 넣었어요. 어릴 적 흥얼거리던 동요를 아이와 함께 따라 부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글=월간객석 장혜선기자·사진=국립극장·국립국악관현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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