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포럼] 기초연구지원, 자만하면 위험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1302102369660003[1].jpg "[포럼] 기초연구지원, 자만하면 위험하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이후 닷컴버블, 리먼사태 등 국가적 위기 때마다 미국정부는 기초연구 관련 예산을 줄였다. 이런 불안정한 지원으로 인하여 인재양성이 불안정해졌고, 주요 과학기술 지표들이 중국에 이미 추월 당했거나 조만간에 추월당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일본의 연구자들도 최근 일본 정부가 기초연구비 지원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있어 걱정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은 경쟁여부에 따라 크게 기반연구비와 경쟁연구비로 구분된다. 기반연구비는 우리나라의 기초연구비와 성격이 유사하다. 일본 정부의 경쟁적 연구의 활성화라는 정책기조와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된 국립대학 법인화 정책과 맞물려 기반연구비가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기반연구비 감소가 관련 성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지난 10년간 일본의 국제논문 수와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고, 일본의 과학인프라에 대한 IMD 지표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6년 아오야마(靑山)학원의 후쿠오카 신이치(福岡伸一) 교수가 "지금 일본인의 노벨상 연속 수상은 현재 과학기술진흥책의 성공이 아니라 20년, 30년 전 연구의 성과다"라고 한 인터뷰 기사를 본 적 있다. 공든 탑을 쌓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부수는 것은 순식간임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다행히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 위기 시에도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하였다. 70년대 중반 중화학공업 등 첨단기술 산업육성을 위해 정부가 과학기술 지식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기초연구 지원을 시작하였고, 1983년부터 특정연구개발사업 예산의 10%를 기초연구에 배정하여 기초연구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이런 앞세대의 혜안으로 인한 기초연구 투자로 인해, 우리나라가 2010년 이후 꾸준히 최상위권에 자리하는 IMD 국가경쟁력 지표가 과학인프라이다.
또한 2021년 네이처 인덱스 국가별 연구성과 10위 국가 중 유일하게 순위 상승하는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국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아직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기초연구 환경은 열악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이 100년 이상 투자한 것에 비하여, 30년간 축적된 지원으로 나노재료, 생명과학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연구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무작정 기초연구 예산을 늘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기초연구 성과를 내야 함은 당연히 연구자의 몫이다. 다만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비용 대비 편익 관점에서 보고 당장 돈 안 되는 연구는 논문 편수라도 많아야 한다는 식으로 평가한다면, 미래를 준비할 지식이 제대로 창출될지 걱정이 앞선다. 기초연구는 성과의 가시성이 적고, 성과를 보기 위해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초연구 지원 정책은 후세대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정책의지와 안정적·지속적 정책추진체계가 필요하다.
올해는 국제연합(UN)이 정한 '기초과학의 해'다. 차기 윤석열 정부는 과학기술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기초연구의 본질을 파악한 것으로 보여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제 일반인들도 기초연구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국가의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고, 글로벌 혁신역량을 유지 및 확보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기초연구 지원'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을 우리가 미국과 일본 처럼 직접 경험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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