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칼럼] 여소야대, 협치의 기회일 수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2502102269660002[1].jpg "[장영수 칼럼] 여소야대, 협치의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장점은 무엇보다 권력분립의 실질화 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다. 권력분립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나누어 놓는 형식적 삼권분립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실현된다. 여대야소의 정국은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통해 효율적인 국정운영의 가능성이 커지지만 권력분립의 약화 및 정부여당의 독주 내지 독선의 우려도 커진다는 점도 외면하기 어렵다. 이를 잘 보여주었던 것이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입법폭주를 비롯한 일방적인 국정운영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여소야대의 정국은 국정운영의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반면 정부여당의 독주를 야당이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력분립이 실질적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야당의 발목잡기로 인한 국정운영의 비효율 문제는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소야대 정국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한 여야 간, 나아가 국민적인 대타협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의 독주를 야당이 통제하되, 무조건적인 반대를 앞세운 발목잡기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통제 속에서 국정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 전제조건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여야의 불신과 반목, 그 바탕이 되는 진영 간 적대적 대립이 해소되어야 한다. 과거 '보수궤멸' 등의 극단적 언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반성하고, 또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둘째, 승자독식의 정치구조가 개혁되어야 한다. 정부여당이 모든 실질적 권력을 장악하고, 야당은 발목잡기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정치구조는 타락할 수밖에 없다.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야당이 나름으로 정책대안을 내고 정책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셋째, 여야가 직접 대립하는 것보다는 누가 국민을 설득하느냐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다음 선거까지는 권력을 마음껏 누리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항상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정책을 국민이 더 높이 평가하는지에 신경써야 한다.
이러한 전제조건의 충족은 협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협치, 즉 여야의 협력을 통한 국정운영의 방식은 다양하다. 독일 등의 다당제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연립정부의 구성이나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의 DJP연대, 그리고 최근 윤석열-안철수의 후보단일화도 나름의 협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향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상호 불신 속에서 이루어지는 적대적 공생 방식의 일시적인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여야의 제도적 협치이다. 협치의 기본은 일방적인 시혜나 양보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것(give & take)이다. 그런데 승자독식의 구조 속에서는 정부여당에 국정운영에 관한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주고받을 것이 없다. 야당으로서는 발목잡기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과도한 진영갈등 및 독선적인 정치문화를 바꿔야 하며, 그 바탕 위에서 다수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발목잡기 이외에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시스템, 예컨대 국회에 의한 총리의 추천 및 총리의 독자적인 권한 인정 등이 고려될 수 있다.
여야의 상호 불신이 심각한 현재 상황에서 당장 협치를 말하는 것이 이상론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때를 놓치면 앞으로가 더욱 문제된다. 협치 없이 갈등과 반목 속에 대한민국 정치가 정체 또는 후퇴할 경우 국민은 누구의 탓인지를 묻게 될 것이다. 그때에는 여당과 야당 모두가 자신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결산을 주권자인 국민 앞에 제시하고, 6월 지방선거, 나아가 2년 후의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다시금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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