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전략기획국장
![[우인호 칼럼] 행정수반인듯 아닌 국무총리는 왜?](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1602102269045001[1].jpg "[우인호 칼럼] 행정수반인듯 아닌 국무총리는 왜?")
당연한 말이지만 국무총리 제도는 헌법에 규정돼 있다. 국무총리와 연관된 헌법 조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제66조 ④항).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제86조 ①항).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제86조 ②항).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제87조 ①항).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제87조 ③항).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제88조 ②항).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의장이 되고, 국무총리는 부의장이 된다(제88조 ③항). 행정 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제94조).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제95조)."
간단히 줄여 행정 각부를 통할(統轄·모두 거느려 다스림)하고, 국무위원을 제청(提請·어떤 안건을 제시해 결정하여 달라고 청구함)하고, 국무위원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일을 실제로 수행하면 통상 '실세 총리'로 불린다.
1987년 개헌 이후 30명에 가까운 총리가 있었지만 '실세 총리'로 평가될 수 있는 사람은 이회창(문민정부), 김종필(국민의정부), 이해찬(참여정부) 정도다. 이회창 전 총리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기싸움'을 하며 4개월여 만에 사표를 제출해 '실세'라고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결국 둘 뿐이다.
국무총리 제도에 대해 연구('한국 혼합대통령제에서 책임총리제의 특징과 한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2013년)를 했던 한상익 박사에 따르면, 총리는 소신형, 분담형, 순응형, 관리형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회창 전 총리, 고건 전 총리(참여정부)가 소신형 총리라고 한다. 분담형은 말 그대로 대통령과 권력을 분담해서 나눈 사람들이다. '실세 총리'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책임 총리'로 불리는 김종필, 이해찬 전 총리가 이 유형이다. 나머지 분들이 순응형과 관리형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많은 유형으로 나뉠 수 있는 이유로는 역사적인 근원과 정치세력 간의 타협을 들 수 있다. 대통령중심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이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 산물이 헌법에 드러난 것이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라는 86조다. 행정수반인 듯 행정수반이 아닌 자리가 총리인 셈이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야 하기에 '책임 총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국무총리제는 역사적 시효를 다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헌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헌법에 적혀 있는 대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정상이다. 비정상으로 점철된 국정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게 차기 '윤석열 정부'의 일성 아닌가. 정상·비정상의 판단 기준이 헌법과 법률이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윤 당선인의 첫 지시가 특별감찰관 부활이라는 점도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로 누가 될 것이냐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다. 누가 되더라도 행정부를 제대로 통할해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국무위원을 그냥 두거나 공무원을 윽박지르는 것을 모른 체 하는 총리는 존재 이유가 없다. 역사적 시효를 다했다는 평가가 있을 망정 '책임 총리'는 정치적으론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정(calm down)시킬 수 있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buchn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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