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前노동부 차관
![[정병석 칼럼] 법치가 최우선 대선 공약이 되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2502102269660001[1].jpg "[정병석 칼럼] 법치가 최우선 대선 공약이 되어야")
지금은 대한민국의 판이 바뀌는 중대한 국면이다. 정치·경제·사회·교육 등 각 분야의 시스템이 훼손돼 국가가 위기에 몰린 상황인데 무너진 시스템에서 어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고 공약하더라도 제대로 시행될 수도 없다.
국민들이 각종 공약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지금 시스템에서는 어떤 공약을 내세워도 헛된 공약에 그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엄연히 실존하는 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편법, 불법이 만연한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나 법률을 만든다는 공약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최근 한국을 뒤흔드는 온갖 문제는 정치인을 비롯한 국회, 법원, 검찰, 공무원이 법을 무시하고 법을 어겨서 생긴 즉 법치 문란의 문제이다.
한국 사회를 바로 잡는 길은 헌법과 법률을 제대로 지켜 실천하는 것이지 기본소득이나 재난지원금 등 논란이 많은 정책을 새로 공약하는 것이 아니다.
법치가 훼손된 사례를 드는 것은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어렵다. 탈 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법과 절차를 무시하며 원전의 경제성을 조작하고 공무원을 협박하여 서류를 변조, 훼손하는 것이 법치에 부합되는가. 절차적 정당성은 어디로 갔는가. 선거재판은 6개월 이내에 완료하도록 명시된 공직선거법 규정을 위반하고 재판을 마냥 미뤄도 되는가. 입법권을 가진 선출직은 임명직에 비해 법을 무시해도 되는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은 것으로 착각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헌법 어디에 그런 특권을 부여하고 있는가. 헌법의 범위를 넘어 입법권을 남용하여 위헌 논란이 많은 법률을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 부쳐도 되는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법치 훼손 사례를 보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간의 분쟁, 조합원과 비조합원간의 분쟁으로 물류창고를 봉쇄하고 건설공사 현장을 가로 막아 사업주와 소비자에게 막대한 재산손실을 끼치는데도 공권력이 보호를 외면하면 국민은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가. 택배노조의 집단횡포에도 국가 공권력에서 보호받지 못한 택배지점장이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었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세금을 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하여 민심을 잃은 정부는 실패한 정부이고 실패한 정부는 교체돼야 한다. 맹자의 혁명사상이나 존 로크에서 비롯되어 미국의 독립선언서에도 천명한 원칙이 그런 취지이다. 고려의 역성혁명을 뒷받침하고 조선의 건국이념을 정립한 정도전이 '조선경국전'에서 밝힌 세금을 내는 원리와 통치자의 역할을 다시 상기해보자.
"백성들이 서로 모여 살게 되면...서로 다투게 되고 힘이 대등한 경우에는 싸우게 되어 서로 죽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통치자는 법을 가지고 그들을 다스려서 다투는 자와 싸우는 자를 평화롭게 해주어야만 민생이 편안해진다. 그러나 그일은 농사를 지으면서 병행할 수 없는 것이므로 백성은 10분의 1을 세로 내어 통치자를 봉양하는 것이다."
법치의 훼손, 불법의 만연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일이 너무도 빈발하여 국민들이 무감각해지고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지키기 어려운 공약을 남발하여 앞으로도 법치훼손이 반복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므로 선거 때 국민들이 법을 어기는 정치인을 엄단하고 법치를 실행하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법을 제대로 지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며 국가를 수호하겠다는 가장 근본적인 약속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지키는 것이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무책임한 공약의 남발이 아니다.
법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데는 우리 국민들도 반성해야 한다. 국민은 선거때 막강한 선택권을 행사하고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을 응징할 수 있다. 그런데 불법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장밋빛 공약에 휘둘려 표를 찍으니 정치인들이 법치에 무관심하게 된다. 이번 대선이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가 회복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도록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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