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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광주광역시 복합쇼핑몰로 맞붙은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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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광주광역시 복합쇼핑몰로 맞붙은 여야
지난 2월1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에서 열린 '호남의 발전 책임지는 약속!' 광주 거점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최근 광주에서 '광주에만 없는 대형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하고, 강원도에서는 민주당 표 '평화특별자치도' 대신 경제특구와 같은 '경제특별자치도'를 천명하며 지역발전을 화두로 전선(戰線)을 형성했다. 특히 호남 독점정치와 복합쇼핑몰 유치 거부의 주체로 지목되며 '텃밭'을 공략당한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한 분위기다. 인터넷과 호남 지역 여론 동향이 심상찮은 탓으로 보인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16일 광주광역시 송정매일시장 전남권 거점유세에서 "수도권이나 전국 어디를 가도 복합쇼핑몰 많은데 왜 광주만 없느냐"며 "광주시민들께서는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라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뭐가 어렵냐. 유치를 민주당이 반대해왔다"며 "시민이 원하는데 정치인이 무슨 자격으로 쇼핑몰 하나 들어오는 권리를 막느냐"고 했다. 윤 후보는 "수십년에 걸친 지역 독점 정치가 지역주민에게 한 게 뭐가 있냐"며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 '산업이 좀 더 발전한 지역 못한 지역' 갈라치기 하고, '집이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갈라치기해 고착화시켜서 (박탈감이 큰 쪽의 표를 받아) 편하게 정치권력 계속 향유하려고 하는 세력에 더 이상 정권 연장을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즉각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가 윤 후보를 향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눈물 흘리게 하는 복합쇼핑몰 유치"라며 "이는 명백히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상생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훼손해 표를 얻겠다는 알량한 계략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86 운동권' 대표 격인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지낸 송갑석 광주시당위원장도 "전통시장에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는 자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선후보인가"라며 "어처구니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광주광역시 복합쇼핑몰로 맞붙은 여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재된 지난 2021년 7월 14~15일 실시 무등일보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중 '광주시내 대형복합쇼핑몰 유치' 찬반 설문 결과.



노동당 서울 관악구의원과 정의당 공동대표를 지낸 나경채 전 공동대표도 SNS로 윤 후보가 전통시장에서 복합쇼핑몰 유치를 거론했다고 꼬집으며 "광주가 복합쇼핑몰 없어도, 5일장이 시개(3개)나 있다 이눔아"라고 일갈했다.

이 후보는 직접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불과 지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전 '조기 대선 몸풀기' 중이던 상황에서 "지역 상권을 초토화할 광주 신세계 복합쇼핑몰 입점을 반대한다"(당해 2월14일 SNS)고 밝힌 사례가 재조명된다. 그는 같은 달 27일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광주신세계 복합쇼핑몰 입점 반대 상인 20여명과 간담회에서는 "도심에 들어서는 복합쇼핑몰은 소규모 상권을 파괴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국민배당 28조원과 토지배당 15조원으로 영세 자영업자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는 당시 보도도 있다. 광주신세계는 앞서 지난 2015년 5월부터 광주시와 투자협약(MOU)을 맺고 광주 서구 광천동 부지에 연면적 33만9900여㎡ 규모로 특급호텔·이마트·백화점 등 유통 복합시설 건립을 추진했으나, 을지로위원회를 중심으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에서 연신 제동을 걸고 인허가 장벽에 가로막히자 그해 10월 철회했다. 2017년초 연면적 21만3500여㎡으로 투자 규모를 줄인 '랜드마크 복합시설 계획 변경안'을 광주시에 제출했지만 이 역시도 지역 시민단체와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인터넷 여론에서는 윤 후보의 발언을 계기로 이같은 광주 복합쇼핑몰 무산사(史)와 함께, '광주광역시에 없는 것'이라는 이름의 목록이 회자 되고 있다. 롯데몰·스타필드 등 쇼핑복합시설,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같은 유명 창고형 매장, 특정 브랜드, 운전면허시험장, 당일·새벽배송 서비스, 명품매장, 5성급 호텔 등이 줄줄이 거론된다. 이런 것들에 '금시초문'이라는 호남 시민들의 반응과, 인구(144만여명) 기준 6대 광역시를 비롯한 호남권에서 누릴 수 없는 것이 예상 밖으로 많다는 역외 국민들의 놀람이 교차하는 모습도 보인다. 회원 수 10만여명의 광주지역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복합쇼핑몰 유치 주장이 잇따르자, 해당 발언들을 '정치 발언'으로 몰아세워 강퇴(강제퇴장) 시키는 언로(言路) 차단 움직임까지 인다고 한다. 지역 맘카페에서도 갑론을박이 고조되는 등 여론이 술렁이고 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으로 "광주 시민여러분이 작년 여론조사에서 58%의 여론으로 갈구하는 대형 쇼핑몰 유치, 윤 후보는 공약한다"며 "광주시민이 원하는 것에 정당이 맞서면 광주 주민은 그들을 심판할 권리가 있다"고 호응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 선대위도 17일 "광주시민 60%가 원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민주당 광주시당이 지역 패권주의에 빠졌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가세했다. 지난해 7월 14~15일 이틀간 무등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광주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16명에게 설문을 마친 지역 정치·현안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에서는 '광주시내 대형복합쇼핑몰 유치'에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응답이 58.0%로 과반이었고 '굳이 유치할 노력까지 할 필요는 없다'가 24.3%, '유치하면 안 된다'는 10.0%에 그쳤다. 특히 20대에서는 72.3%, 30대에서는 80%에 육박(77.4%)하는 압도적인 비율로 '적극 유치' 답변이 나왔다. 당시 응답자 61.0%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가운데 표출된 민심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는 17일 자신의 명의로 KBS 광주방송총국, 광주 문화방송, KBC 광주민영방송 등에 공문을 보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관련 TV토론 개최를 요청했다. 그러자 민주당 광주시당은 "토론의 때와 장소가 매우 부적절하다"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복합쇼핑몰 유치에 반대한 적이 없다"며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지역 상권과의 상생과 공존"이라고 했으나, 광주시민 설문 결과를 뒤로 하고 '가장 먼저' 고려하자는 개념이 영 뚜렷하지 않다. 문득 영화 곡성(哭聲)에서 등장한 대사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라는 말이 떠오른다. 공교롭게도 호남 사투리다.

한편 윤 후보는 16일 접경지역인 강원도의 원주 유세에서는 "민주당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어디서 왔는지 현대사회에 도대체 족보도 찾을 수 없는 이데올로기(이념)를 갖고 강원도를 평화자치도 운운해서 되겠나. 경제특별자치도가 필요하다"며 "강원도에 규제완화할 수 있는 권한을 대폭 부여하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을 "적화통일을 자기들 제1원칙으로 내세우고 핵무기를 만들어서 늘 실험하는" 세력이라 지목하면서 "우리가 안보에 철저를 기하지 않고 그 사람들과 만나 '평화 쇼' 하면 평화가 되느냐"면서다. 민주당 표 평화특별자치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18·19대 대선과 2020년 21대 총선까지 강원 제1공약으로 발표됐으나 입법까지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고, 국민의힘에서는 경제특별자치도 구상으로 맞불을 놓아온 이슈다.

이튿날(17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강원 춘천 선대위 회의에서 "평화특별자치도 공약이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이라고 하는 윤 후보의 생각이 낡은 이념의 잘못된 사고"라며 "전쟁 운운하면서 선제타격도 자꾸 언급하는데"라고 연결지었다. 최윤 강원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전두환 정권과 다름없는 발상이다. 강원도는 평화가 반이고 평화가 발전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인 허영 의원은 "윤 후보가 전날 원주에서 날린 어퍼컷은 강원도를 향한 어퍼컷이며, 강원경제를 망치는 어퍼컷"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모두 낡은 기득권 교체 압박을 받아왔는데, '누가 낡았는지' 현시대를 살아가는 주권자들에게 묻고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겠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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