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칼럼] 대선이 끝이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1102102269660001[1].jpg "[장영수 칼럼] 대선이 끝이 아니다")
뒤를 생각하지 않는 공격과 비난은 진영 간의 갈등을 극단화시키고 있으며, 각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도를 넘는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의 대선 승리를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태도는 자칫 당장의 대선뿐만 아니라 향후의 정치과정 전체를 심각하게 왜곡, 오염시킬 수 있는 것이다.
왜 서구의 선진국에서 '민주주의의 꽃' '민주주의의 축제'라 일컬어지는 선거가 우리나라에서는 죽기 살기의 경쟁이 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선거의 민주적 기능에 대한 이해의 부족 및 선거제도의 왜곡으로 인하여 선거가 원래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승자독식의 구조로 인해 정권획득에 대한 집요함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적 선거의 기본적 의미는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담당하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며, 이를 민주적 기능의 측면에서 정리하면, 첫째,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표자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국가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며, 둘째, 임기를 마친 후 차기 선거에서 낙선되거나 정권이 교체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에 의한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며, 셋째, 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고 주권자로서의 자각을 강화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선거문화, 특히 대선의 경우를 보면 정권의 장악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첫 번째 기능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두 번째 기능은 차기 선거에서 이른바 정권심판론과 결부되어 나타나는 정도이다. 더욱이 세 번째 기능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선이 민주주의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통령 당선자를 위한 선거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을 위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 선거를 통해 국민이 주권자임을 확인해야 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 당선자도 국민이 주권자임을 계속 되새기게 만드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1987년 민주화 이전의 대선은 사실상 요식행위에 가까웠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 충분히 예견된 상태에서 직선 또는 간선으로 대통령을 선출했고,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민주화 이후 선거가 제 기능을 일부 회복하면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가능해진 것은 분명한 민주주의의 진전이다. 그런데 집권해-승자독식의 구조 속에- 권력을 맛을 알게 된 정당 및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패배해 권력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만년 야당으로 활동할 때보다도 오히려 더 큰 것 같다. 그로 인해 정권획득에 대한 집요함은 민주화 이후에 오히려 훨씬 강해지고 있다.
과도한 경쟁은 항상 부작용을 낳는다. 정권의 획득 및 유지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정당은 민주적 정당일 수 없다. 설령 정권에서 조금 멀어지는 듯하더라도 주권자인 국민에게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가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할 때에만 정당의 생명력이 길어지고, 대통령이 만든 정당이 아닌, 정당이 만든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대선이 모든 것의 끝은 아니다. 대선에 승리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선에 패배한다고 모든 것을 잃는 것도 아니다. 떳떳하지 못한 승리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고, 국민들의 박수를 받는 패배는 차기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확고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아름다운 선거를 통해 자연스러운 정권교체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승자독식의 구조를 개혁함으로써 대선 경쟁을 합리화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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