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
![[포럼] 마이데이터 확산, 아직 갈 길 멀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0702102369063001[1].jpg "[포럼] 마이데이터 확산, 아직 갈 길 멀다")
나에 대한 데이터가 많을수록 나를 위한 서비스가 정확하고 유용해진다. 나의 데이터는 금융뿐만 아니라 상거래,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분포되어 있다. 한정된 분야의 데이터는 내 삶의 일부만을 반영하고 그에 따른 서비스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마이데이터가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려면 금융을 넘어 흩어져 있는 내 정보를 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지난해 '마이데이터 발전 종합정책'과 '마이데이터 데이터 표준화 방안'을 연달아 발표했다. 국가 차원의 전 분야 마이데이터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전 분야 마이데이터 도입의 법적 근거로서 내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기업에 다른 기업으로 이동해주도록 요구할 수 있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현재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시행된 금융 마이데이터로는 분야 간 개인정보의 이동이 불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
타 분야도 데이터 이동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는 하나 수많은 규정을 일일이 바꾸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마이데이터 사업자 입장에서도 다수 부처의 규제를 받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결국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전송을 요청하고 마이데이터 사업도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반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분야 간 데이터 이동에 필요한 표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을 식별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휴대폰번호, CI(주민등록번호 연계정보) 등 각 분야마다 서로 다른 정보를 이용한다고 생각해보자. 일일이 누군가의 눈과 손으로 대조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분야 간 데이터 이동의 현실이다. 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서는 표준 도입이 시급하다.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표준화가 되어 있었던 금융분야의 경우에도 API를 도입하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에서 보건의료 등 타 분야와의 데이터 호환을 위해서 또 몇 년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마이데이터가 개인정보 유출의 새로운 위협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보안과 관리·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이데이터 도입에 따른 보안사고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금융 마이데이터 시범서비스 과정에서도 몇 차례 보안사고가 발생했다. 전 분야의 개인정보가 상호 이동하는 과정에서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안전하고 일관성 있는 보안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처럼 각 분야의 데이터 구슬을 꿰어 전 분야로 마이데이터를 확산시켜 우리 삶의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아직 할 일이 많다. 이미 정부 정책으로 확정된 바와 같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마이데이터 산업의 근거가 도입되는 대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주기 바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그동안 데이터 보호와 활용을 조화롭게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정보주체의 능동적 선택권 행사를 통한 데이터 활용이라는 마이데이터의 철학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각 분야를 넘나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우리나라가 세계 데이터 산업을 선도하는 그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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