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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별기고] 진창에 빠진 부동산정책, 발상전환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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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별기고] 진창에 빠진 부동산정책, 발상전환만이 살길이다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전 무역협회 회장

문제의 본질· 근본 배경· 원인 모르고 단편적인 대책만 생각하는 게 잘못

부동산 금융은 금융산업·사업자에 맡기고 투기 개념 없애는 것이 바람직

정부 과도한 역할 자제하고 시장중심·개인 선택권 보장으로 정책 바꿔야


가열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전에서 정책 차원에서 최대의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부동산정책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오는 참상을 놓고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 후보까지도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뒤집는 다양한 대안 들을 제시하고 있다. 주로 세제와 공시지가 운용의 대안을 비롯하여 공공주택 중심의 주택 공급확대 방안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여·야 어느 후보가 됐건 새로 선출될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경제운영의 기본을 '시장으로 돌아가는 것'에 두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더 이상의 발전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현재의 수준을 유지해 가는 것도 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필자의 관점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제안되는 부동산정책의 골격이 다음 정부의 잠재적 시장성을 검증하는 가장 유용한 지표가 되리라는 생각에서 그들의 부동산과 관련한 정책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

[새해 특별기고] 진창에 빠진 부동산정책, 발상전환만이 살길이다
◇본질적 접근이 안 보인다

불행하게도 이미 엉망진창이 돼 버린 문 정부의 부동산 제도와 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 오고 시장원리에 기초하여 부동산 문제를 본질적으로 개선할 큰 정책의 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여당 후보는 어차피 당이나 본인의 이념적 성향이나 문 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는 위치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야당 후보도 현재까지 선보이고 있는 정책으로 봐서는 50보, 100보다. 문제의 본질, 근본 배경과 원인을 모르거나 도외시하고 단편적 대책들만 생각하니 근본처방이 나올 수 없다.

무엇보다도 먼저 생각할 것은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의 실패가 당사간의 계약에 의해 이뤄져야 할 모든 것을 정부의 행정명령(법률도 아니고)과 규제로 해결하려는 국가주의 경제사상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 필요하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이야기하는 '치명적 자만'에서 벗어나 시장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재인식이 선행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라는 격언을 되새겨야 한다.

한편 문제해결의 출발은 부동산과 관련하여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잘못된 가정과 전제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우리 국가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미신과 같은 많은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이루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수렁에 빠진 부동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수도권 주택수, 수요의 80%에 불과

이상의 인식하에서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투기 억제, 불로소득의 환수가 어떻게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될 수 있나?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국민적 열망의 최대한 충족이 돼야 한다.

다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택보급률이 이미 105%에 도달했으므로 추가적인 주택수요는 대부분 투기적 수요로 간주하고 출발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전제다. 주택보급률 계산에 사용된 총 주택 수 중 약 120만 호의 불량주택, 30년 이상 된 주택 210만호 등에 대한 고려, 사용된 총 가구 수에 포함되지 아니한 약 200만의 외국인 가구, 약 50만으로 추정되는 불법체류자 등을 감안하고, 살 집이 없어 부모에게 얹혀있는 잠재적 독립가구 등을 감안하여 부동산정책의 대상이 돼야 할 실질적 주택보급률을 정교하게 계산해야 한다. 필자는 이를 80% 내외 수준으로 추정한다.

국제비교 시 주로 이용되는 주택보급률 지표인 인구 1000명 당 주택 수 특히 수도권의 주택 수는 이상적인 주택 수 500 호의 약 80%에도 미달하는 380 호 내외에 머물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즉 현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은 기본적으로 크게 잘못된 현실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 중요한 것은 '부동산 투기'라는 정의될 수 없는 개념을 기초로 이를 규제하는 것을 정책의 제1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부동산 투기라는 개념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시장에서 실소유와 투기수요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구분의 실익도 없다. 정의될 수 없는 개념을 기반으로 해서 제도를 만들고 규제를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투기수요' 허상과 싸우는데 '정책 낭비'

당연히 '1가구 1주택의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을 여러 채 가졌다고 터부시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다주택자는 결국 잠재적 임대사업자다. 집값이 안정되고 부동산 문제가 정상화되면 국민이 모두가 자가 주택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개인의 선택과 시장조건에 의해 자연스럽게 소유자와 임차인으로 적절하게 소유구조가 조성될 것이다.

다주택과 고가주택 소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라는 말도 안 되는 세금을 붙여 규제하는 비시장적 발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부동산 문제가 물 흐르듯 시장원리에 의해 풀어져 가면 자산운용의 각종 수단, 예컨대 금융자산으로 보유할 것인지, 부동산을 보유할 것인지 등은 자연스럽게 자산운용시장의 상황과 운용자 각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것이며 그 시장에는 장기 동태적으로는 '한계 수익율 균등의 법칙'이 지배할 것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 초과이윤이 존재한다면, 다시 말해 이 정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이 투기의 소지가 있다면 이는 정부의 불필요하고 잘못 설계된 제도와 규제에 의해 초래된 부동산시장의 왜곡의 결과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그 구입자금의 출처를 소명하게 하고 임대소득이 발생할 때 적정한 수준의 과세를 하는 것으로 정부의 역할은 충분하다.

◇시장에 맡기되 주택공급자간 경쟁 촉진

재건축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에서의 공급은 기본적으로 당사자와 민간 사업자에게 맡겨도 된다. 정부는 오로지 유일한 부족 자원인 토지에 대한 공급을 기본적으로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토지정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공급업자가 집을 크게 짓던, 작게 짓든, 선 분양 하든, 후 분양 하든, 비싸게 팔던 싸게 팔든, 완성해서 양도하든, 골자만 짓고 내장은 입주자가 하게 하든, 정부는 일체 간여할 필요가 없다. 시장이 다 조절해 줄 것이다. 공급자들의 건축원가를 파악하려는 한심한 생각은 빨리 버리는 것이 좋다. 시장에서 단일 불변의 원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가는 공급자의 경영전략의 한 요소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원가를 알려고 하는 순간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 그런 의미에서 원가상한제니 원가신고제니 하는 각종 규제제도는 자유시장과 자유기업 원리에 전적으로 배치되는 발상이다. 규제를 구상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대신 공급자간 경쟁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를 고민하라. 정부나 지자체에 의한 공공주택의 공급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임의적 공시지가 인상, 조세법률주의 벗어난 위헌

다음, 부동산 금융은 금융산업, 금융사업자에게 맡겨야 한다. 정부가 대출조건과 금리 등을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정부주도의 담합이다. 경쟁법이 가장 혐오하는 경쟁제한 행위다. 필자가 '한국에서 최대의 경쟁 사범은 정부 자체다'라고 끊임없이 주장할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경쟁제한 행위를 정부가 주도하고 있지만 금융부문이 가장 심각하다.

문 정부에서 초래된 부동산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금융에 대한 정부의 도를 넘는 간여라고 본다. 한국의 금융은 제조업 등과는 달리 여전히 후진적 요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금융 산업과 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근본적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경쟁력은 오로지 경쟁적 구조에서만 나온다'라는 명제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금융사업자들로 하여금 대출 대상, 조건, 금리 등을 스스로 결정하게 해서 차별화하게 해야 한다. 이 틀이 갖춰져야만 부동산금융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부동산 세제는 기계적 조세법률주의(명목적으로만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국회가 정한다는 의미)에서 벗어나 어떤 형태든 국민의 조세부담의 신설이나 증가는 행정부 단독으로 해서는 안 되고 국회의 의결을 거쳐 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의 진정한 정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시지가 인상에 의한 조세부담의 증가는 명백한 위헌이다.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것은 국회의 가장 본질적 기능을 방기하는 중대한 직무유기다. 일반적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면 거래세는 낮추고 거래세를 강화하면 보유세는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자가 일반적으로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지만 이에도 한도와 절차가 있다.

◇동등 수준의 집 이전 가로막는 양도소득세는 '수탈'

특히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보유기간 중 과도하게 보유세를 높이는 것이 타당한지 깊이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처분할 때 초과이윤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해 적절히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경우도 평균적인 가격 상승분 이상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시 말하면 기존에 보유한 부동산을 처분하고 새로이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최소한 동등 수준의 부동산으로의 이전은 보장되는 수준이 양도소득세의 상한이 돼야 한다. 어떤 이유로도 국민들이 이미 세금을 납부하고 난 뒤의 소득으로서 구입한 부동산을 세금 때문에 처분할 수밖에 없고 그보다 못한 부동산으로 옮겨가지 않으면 안 되도록 내 모는 것은 이중 과세이며 국가에 의한 국민 수탈이다.

차제에 공시지가에 의한 재산세의 일률적 과세보다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적정 세율에 의해 과세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실거래 가격의 파악에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국세행정 수준이나 기법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이를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적정 세율에 대해서도 국민의 재산권 보호차원에서 신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모든 세원의 기본인 소득세에 고율의 초과누진율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론상 세후의 가처분 소득으로 마련하는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과세는 비례세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과도한 토지공개념은 문제 악화 초래

마지막으로 토지의 공적 개념의 확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토지 관련 각종 법제에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공적 개념을 구체화하는 요소들이 들어 있다. 각종 개발의 제한, 규제지역의 지정, 경자유전의 원칙, 초과이득에 대한 과세 등이 다 그런 것 들이다. 더하여 과거 '토지공개념 3법'으로 제정된 제도 중 개발이익환수 제도를 제외하고 택지소유 상한제와 토지초과 이득세제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내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당 후보와 그 진영에서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토지소유와 토지조세제도를 구상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상황이다. 문 정부의 실패를 보고도 그보다 더한 참상이 초래될 정책을 구상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재화와 달리 토지는 보다 높은 공공성의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고 보지만 역시 '토지도 시장이 답이다'라는 원칙 하에서 시장 친화적 방향에서 토지의 공공성을 실현해 나가는 방법에 대한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만약 여당 후보가 당선돼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토지소유제도, 토지 조세제도가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문 정부에 이어 다시 헤어나오지 못할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다.

정부의 과도한 역할이 자제되고 시장중심, 기업의 역할과 개인 선택권의 보장 쪽으로 부동산 정책의 큰 방향이 바뀌어 간다면 현재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정책 관련 기능 중 토지정책의 비중은 높이고 주택정책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여 조직을 재편하는 것이 조직 원리에 맞는다.

◇'정부 실패' 반복 말고, 원점에서 다시 접근해야

결론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 정부 들어와서 특히 심각해진 부동산 시장의 왜곡과 이로 인한 국민 대다수가 겪고 있는 고통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실패'에 배경이 있다. 하기야 이 정부 이전에도 거의 모든 역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경기조절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냉·온탕식 정책을 구사함으로써 부동산시장의 왜곡을 심화시켜 왔다.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는 이런 뿌리 깊은 '부동산문제에 관한 정부의 실패'에 대한 깊은 반성을 바탕으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종합적 방안, 대책이 아닌 정책을 미리부터 구상 제시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우선 문재인 정부가 투기규제, 불로소득 환수라는 잘못 설정된 목표아래 도입, 시행된 무수히 많은 부동산 대책들을 대부분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 돼야겠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다. '정부는 해야 될 일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정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깊이 새겨야 할 경구다.



김인호 이사장은…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경제기획원 물가정책국장, 소비자보호원장, 철도청장, 환경부 차관, 초대 장관급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장관급)등을 거쳐 무역협회 회장을 지낸 관료 출신 경제계 원로다. 20년째 시장경제연구원과 동행하며 시장의 자유와 경쟁을 통한 국민경제의 창달을 고민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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