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DT현장] 과기정통부, 안심할 때가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12/2021122102102269731001[1].jpg "[DT현장] 과기정통부, 안심할 때가 아니다")
정부 부처는 벌써부터 다음 정부에서 논의될 정부 조직개편 시나리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느 부처의 업무가 다른 부처에 흡수·통합되고, 또 다른 부처는 아예 없어져 새로운 부처로 출범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에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기획재정부의 예산과 기획 기능을 떼어 내 '기획예산처(가칭)'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 방안을 언급함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 부처 간 살아남기 위한 물밑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일부 부처는 자체 조직개편을 위한 외부 용역을 실시하는가 하면, 또 다른 부처는 공공기관 효율화 논의를 위한 인력과 현황 분석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차기 정부에서 이뤄질 정부조직 개편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에서 기능 축소, 통폐합되는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 수면 아래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다른 부처와 달리 여유 있어 보이는 곳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는 생각이 든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디지털 전환 가속화라는 대변혁의 시기에 과기정통부의 역할은 그 어느 부처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과기정통부는 문재인 정부 내내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대표적으로 소·부·장, 코로나19 감염병, 탄소중립 등 국가적 주요 현안 해결과 대응에 과기정통부는 매번 타 부처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무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다 보니 과기정통부는 역대 정부 때마다 부침을 거듭하며 '연명(延命) 부처'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매 정부 조직개편 때마다 과기정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퍼즐을 시작으로 정부 조직법 개정 작업이 이뤄졌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과기정통부에게도 소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부는 과학기술부총리로 격상됐고, 과학기술 정책 총괄과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심의·조정, 성과 평가를 전담하는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새롭게 설치되면서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이명박 정부 들어 과학기술부는 교육부와 짝궁이 돼 '교육과학기술부'라는 어색한 이름과 함께 위상이 쪼그라 들었고, 교육이라는 전 국민 이슈에 밀려 서러움을 당하기도 했다.
다음 정부인 박근혜 정부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의 업무를 통합한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생소한 간판을 단 부처가 출범하면서 과기정통부의 정체성은 더욱 혼미해졌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과기정통부라는 제 이름을 찾고 과학기술혁신본부도 부활했지만, 겉만 그럴싸하게 보였을 뿐, 과기정통부는 국정 중심에서 늘상 빗겨난 부처로 쇠락해 갔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차기 정부에서의 과기정통부의 존립 여부다. 관가에서 들리는 바에 의하면, 현재 2차관(ICT 분야) 업무가 따로 떨어져 나가 다른 부처에 합쳐지고, 1차관(과학기술 분야) 소속인 과기혁신본부의 독립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국무총리실 이관설, 우주 관련 업무를 담당할 정부조직 신설 등이 현실화되면 과기정통부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을 전면에서 내세워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의 역량을 총결집하고 있다. 과거 과학기술은 국가 경제발전의 수단이 됐다면, 지금은 국가 안보와 국가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할 정도로 중요성과 비중이 커졌다.
우리 앞에 놓인 탄소중립과 감염병,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국가·사회 현안 및 이슈 해결과 AI, 빅데이터,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등 미래 첨단 전략기술 분야 육성도 과학기술이 주연을 맡지 않고선 '밑빠진 독'에 불과하다.
과기정통부는 차기 정부에서 미래 대한민국을 가장 앞에서 이끌어 갈 수 있을 지 '현타(현실자각 타임)' 할 때가 온 것 같다. 지금이라도 장관을 중심으로 무너진 부처 리더십을 다시 세우고, 정책 기획 및 조정 역량을 높이기 위한 철저한 내부 성찰과 과감한 혁신을 통해 명실상부한 과학기술·ICT 분야 컨트롤타워로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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