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정치정책부장
![[DT현장] 나라곳간 사정 알고 하는 얘긴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111/2021110902102269614001[1].jpg "[DT현장] 나라곳간 사정 알고 하는 얘긴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또다시 지급하자며 꺼낸 말이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올해 초과 세수가 약 40조원 가량 될 것"이라며 "흉년이 들어 백성이 굶고 있는데, 관아 곳간에 잔뜩 쌀을 비축해 두는 게 무슨 소용이냐. 없는 돈 만들어 쓰자는 것도 아니고,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힌 세금으로 쓰자는 것"이라고 했다.
속 사정을 모르고 들으면 지당하고도 지당한 말이다. 역병이 돌아 백성이 굶어 죽어나가는데, 더 걷힌 세금을 백성 구휼하는데 쓰자는 걸 누가 잘못된 것이라 하겠나. 그러나 조금만 나라 재정 상황을 살펴보면 이런 말이 나오기 쉽지 않다. 우선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는 말은 팩트(Fact)가 아니다. 부동산 세금 강화 등으로 세수가 작년보다 더 걷힌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 곳간은 이미 구멍이 나 탕진 상태다. 올해 말 나랏빚(국가채무)만 970조원이고, 내년엔 1030조원이 넘는다. 나라가 이미 빚더미에 앉았는데, 잠깐 수입이 조금 늘었다고 '펑펑' 쓰자는 얘기는 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위정자라면 감히 꺼낼 수 없는 말이다. 이 후보는 또 '초과 세수 40조원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했는데, 이것도 면밀히 들여다보면 틀린 말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2차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편성하면서 초과로 들어올 31조원을 소득 하위 90% 이하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 등에 쓰기로 했다. 이 후보가 얘기한 40조원은 40조원이 아니라 31조원을 뺀 약 9조원이 정확한 액수다.
추가로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9조원 가량의 세수는 지방교부금 등을 제외하면 중앙정부가 쓸 수 있는 건 2조원 안팎밖에 안된다. 작년과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또다시 가구당 100만원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약 12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10조원의 돈이 모자란다. 그래도 100만원 전국민에 지급하자고 한다면 정부는 또 적자국채를 발행해서 돈을 조달해야 한다. 그러면 또 나랏빚이 늘어나게 된다.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명확하게 국민에 설명해야 한다. 그냥 대충 세금 더 걷혔으니,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돼 있으니, 내년 3월 대선도 앞두고 있으니, 돈 준다는 데 싫다는 국민은 없을 테니, '현금 뿌리자'는 건 그야말로 '막무가내 포퓰리즘'이다.
이 후보 말 중에 옳은 것도 있다. 우리 국민은 가난하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임금근로자 약 2000만명 가운데 월급이 100만원이 안 되는 근로자가 200만명이 넘는다. 월급이 200만원이 안되는 근로자는 600만명이 넘는다. 월급 300만원이 안 되는 근로자는 1300만명이 넘는다. 특히 청년들과 60세 이상 고령자 임금이 낮은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물가는 치솟는데,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데, 일자리는 없다. 먹고 살기 진짜 힘들다.
이런 저소득층에 현금 100만원 준다고 하면 마다할 사람 없다. 그러나 당장 100만원으로 잠깐은 행복할 수 있겠으나,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깜깜하다.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다. 정치하는 사람이 당장 눈 앞의 이익만 쫓아 고기를 그냥 가난한 사람에 주겠다는 것은 단수가 낮아도 한참 낮은 사람이다. 어떻게 경제를 일으켜 일자리를 늘리고, 이를 통해 국민의 소득을 늘릴까를 고민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어찌 '관료는 세치 혀를 목구멍 깊숙이 넣어 숨기고, 대선 후보가 하는 말을 따라야 한다'고 하는가.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전체 경제성장을 꾀한다는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며 각종 단기 노인 일자리와 현금성 복지비를 늘렸는데, 오히려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이전보다 더 줄었다.
문재인 정부 약 5년 간 나랏빚은 400조원 가까이 늘었다. 역대 정권 중 최고 증가폭이다. 2015년만 해도 600조원 미치지 못했던 나랏빚은 내년 1000조원을 훌쩍 넘는다. 계속 현금성 예산을 늘리고 '확장재정'을 이어간다면, 2029년엔 나랏빚이 200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국가채무비율이 현재 47%에서 72%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 때 가서도 국가채무비율이 여전히 낮다고 할 텐가.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올해 태어나는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면 짊어져야 할 나랏빚이 1억원이 넘는다. 현재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약 1700만원이다. 1초당 나랏빚이 305만원씩 늘어나고 있다. 나라 곳간이 이 지경인데 빚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당장 호주머니에 돈 들어왔다고 현금 나눠주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2030 젊은 세대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재난지원금이 고스란히 미래 빚으로 남을 걸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될 사람은 깊이 숙고하고 헤아려 말을 해야 하고 미래를 살찌우는 정책을 입안해 추진해야 마땅하다.
김승룡 정치정책부장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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