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낡고 오래된 가게에 역사·이야기 담았더니 관광명소 됐어요"

창조적 전통시장 육성사업 뽑혀
복고적인 분위기 담아서 현대화
비어 있던 점포에 청년상인 모집
맥주축제 등 이벤트로 교류 늘려
역전 인접 관광객 맞춤 상품 개발
광산구, 주차타워 등 전폭적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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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낡고 오래된 가게에 역사·이야기 담았더니 관광명소 됐어요"
KTX광주송정역 앞에 위치한 '1913송정역시장'. 1913송정역시장 홈페이지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광주 '1913 송정역시장'


거리 길이 약 180m로 형성된 광주 '1913 송정역시장'은 광주에 오면 꼭 한 번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됐다. KTX 광주송정역 맞은편에 위치한 1913 송정역시장은 원래 옆 앞에 위치해있다는 뜻으로 역전시장 또는 송정역전매일시장으로 불렸다.

송정역시장은 1913년에 호남선 기차역이 세워졌을 때부터 지역의 물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등장한 이후 여느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침체의 길을 걷게 됐다. 오랜 침체로 인해 유동인구가 급감했고, 활력을 잃으면서 실질적으로 시장 기능을 잃은 상태까지 전락했다. 당시 55개 점포 중 30% 이상인 19개 점포가 문을 닫았었고, 상인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이어서 자생적으로 시장을 되살리기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장사하던 상인들도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정부·지자체·기업이 함께 '시장 살리기'= 존폐 위기에 있던 시장이 활기를 다시 찾게된 것은 2015년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현대카드가 손잡고 창조적 전통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시범시장으로 선정하면서부터다. 1여년의 리모델링을 거쳐 2016년 4월 18일 감각적이고 개성 있는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청년상인 창업 지원과 전통시장 현대화 등의 후속 사업을 거쳐 1913 송정역시장은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간한 '2020 우수 상권 및 콘텐츠 사례집'에는 송정역시장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지자체와 민간기업의 노력이 담겨 있다.

1913 송정역시장의 재기를 마련한 첫 발판은 광주광역시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현대차 그룹이 공동 주관한 '창조적 전통시장 육성사업'이었다. 2015년 3월부터 2016년 4월까지 1여년 동안 민간 자금과 시비를 포함한 총 15억7000만원이 투입된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현대카드 TF팀의 협업 프로젝트였다. 환경변화에 뒤처진 노후한 시장을 먹거리 특화 시장, 외부 방문객이 즐겨 찾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개선하기 위해 민관이 손을 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가장 먼저 추진협의회가 구성됐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사업의 총괄을 맡고, 현대카드사는 시장 콘셉트와 디자인 기획, 광주시는 행정지원 역할을 담당했다. 송정시장 문화관광형 육성사업단은 협력기관으로 자문에 참여했고, 상인회는 상인들에게 사업을 이해시키고 참여를 유도하는 식으로 협조했다.

현대카드사는 시장상인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시장 전체 디자인과 콘셉트 구성 등 전반적인 기획을 담당했다. 아울러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시장의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리뉴얼 디자인과 시공, 편의시설 구축, 상인 교육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지원을 추진했다.

송정역시장 활성화 사업은 기존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기존 사업들이 주로 주차장이나 간판 정비와 같은 시설정비에 치중해있었다면, 송정역시장 활성화 사정은 시장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전통시장이 주는 복고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채 현대화를 한 결과, 최근의 트렌드인 '레트로'와 맞물려 두 배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시장을 재단장하는 과정은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됐다. 시장과 개별 점포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과 함께 시장의 특화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시장 활성화 팀은 시장의 개선 방향을 '지키기 위한 변화'로 잡았다. 전통시장을 무조건 현대화해 오래된 세월의 흔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난 시간과 다양한 상인들의 이야기를 간직한 곳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시장의 새로운 이름도 1913년부터 100년간 누적된 시간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1913 송정역시장'으로 정했다.

가장 먼저 시장 진입로를 정비하고 시장안내 표지를 설치했다. 방문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화장실과 주차장, 쉼터와 안내데스크 같은 편의시설도 마련했다. 송정역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KTX안내판도 설치했다. 오랜 역사의 '역전시장'으로 자리매김해왔던 시장의 정체성을 고려한 리모델링이었다.

낡고 오래된 가게들의 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에서는 각 가게들이 지닌 역사와 이야기를 담아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간판, 천막, 매대, 포장지에 이르기까지 가게의 특성을 살리고 상품 진열이나 원산지 표기법, 서비스 등 상인들을 대상으로 점포 경영을 위한 개별 교육도 진행했다.

송정역시장만의 특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 메뉴를 개발하고 기술과 노하우도 전수했다. 역전에 자리한 만큼 기차를 이용해 여행하는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보고 이들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 콘텐츠를 갖추는 데 방점을 뒀다. 지역의 내수용 생활시장이 아닌 기차역을 이용하는 관광객이 주요 이용객이라는 것을 특색으로 삼았다. 다양한 열차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성비가 여성이 많다는 점도 고려했다. 안전함, 편안함, 깨끗함은 물론 심미적인 디자인의 역할도 고려한 것이다.

시장을 홍보하기 위한 SNS 채널로는 모바일앱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리플렛과 소식지를 만들고 공동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기존의 낡은 가게들을 재단장하는 과정은 먼저 상인들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간판과 천막 디자인에 대해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니즈를 파악했다. 송정역시장이 갖고 있는 역사, 시간의 흐름이 잘 표현되도록 기존 상점 간판도 최대한 복원해서 활용했다. 그 결과 일률적이지 않고 가게의 특성이 드러나면서도 보기에도 좋은 간판이 만들어져 상인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당시 비어있던 17개 점포에는 청년상인들을 모집했다. 중소벤처기업부(구 중소기업청)와 협업해 지역 특성을 살린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상인을 발굴하고 유치했다. 청년상인들이 빈 점포를 채우자 시장 분위기는 한층 활력이 더해졌다.

인근 KTX 광주송정역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해 시장 안에 열차시간 전광판과 물품보관함을 갖춘 쉼터와 미니 대합실도 설치했다. 이곳은 제2의 대합실 역할을 하면서도 시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소를 마련한 것이다. 누구나 단기간 입점해 아이템의 상품성과 고객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도록 팝업스토어 형식의 체험 매장 '누구나 가게'도 신설됐다.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낡고 오래된 가게에 역사·이야기 담았더니 관광명소 됐어요"
1913광주송정역의 역사를 나타내는 바닥 표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쇠락하는 전통시장에서 특색있는 관광명소로 '탈바꿈'= 시장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 운영의 주체인 상인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총 12회에 걸친 상인 대상 교육도 진행했다. 이 교육 과정은 매출 관리, 진열, 접객, 내부 정리법 등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사례 중심의 실질적인 내용으로 구성됐고, 각 점포별로 고객 관리, 홍보문구 개선, 제품 포장 등 영업 개선 방안에 대한 맞춤형 클리닉 컨설팅도 이루어졌다.

민간 기업 특유의 기획력은 시장과 개별 점포의 공간 디자인 외에 소품에서도 돋보였다. 1913송정역시장을 하나의 브랜드로 삼은 BI디자인을 제품 포장이나 용기에도 적용했다.

이후 송정역 시장에 변화가 찾아왔다. 그저 오래되고 쇠락한 시장이었던 역전시장이 역사와 디자인 그리고 청년을 품고 방문객이 즐겨 찾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거듭났다. 시장의 청년 상인들은 시장을 다채로운 콘텐츠로 채우고 있다. 송정청춘살롱(브랜딩노하우, 트렌드 강좌) 토크 콘서트, 원데이 클래스, 어린이 사생대회, 맥주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는 시장을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경험을 나누는 교류의 장으로 만들었다.

송정역시장이 일직선 코스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시장이라는 점은 한계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먹거리 위주이기 때문에 방문이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번 방문한 고객이 다시 찾고 싶은 시장이 되려면 특색 있는 이벤트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상인들도 공감하고 있다. 실제 2018년부터 시작한 맥주축제 '비어고을 광주'에 대한 반응이 좋아 일일 평균 유동인구가 평소 500명에서 3500명으로 늘고, 매출도 3배 증가한 사례가 있다.

시장 활성화 사업의 목적은 결국 '자생력'이다. 시장에 더 이상 지원이 없어졌을 때도 시장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송정역시장은 상인들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내용의 교육을 진행했다. 시장을 개선하는 노력도 지속되어야 한다. 시장이 방문 명소로 인기를 끌면서 주차 공간 부족이라는 문제가 발생하자 광산구는 주차타워를 마련했다. 송정역시장 임대인들은 2016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협약에 이어 2020년 2월 또 한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매출이 줄어든 상인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5개월 한시적으로 임대료 10% 인하 및 동결을 결정하는 등 상생의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상인들에게는 새로 조성된 상권을 유지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등의 무분별한 유입을 어떻게 막아낼지가 과제로 남았다. 코로나19의 상흔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도 숙제다.

광산구는 중기부의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다시 한 번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상권 르네상스 사업'은 전통시장과 인근 상권을 묶어 '상권 활성화 구역'으로 지정해 활성화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중기부 공모 사업이다.

광산구는 1913송정역시장~광산로 일원(총면적 21만5241㎡)을 연결한 '광주송정역 1시간 맛 거리' 사업으로 공모를 신청했다. 대표식당 및 상가(핵점포) 유치와 다양한 콘텐츠로 KTX광주송정역 1일 이용객 2만2000여 명을 끌어들여 광주의 관문에 위치한 송정역세권을 '광주 대표 상권'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김삼호 광산구청장은 '2021 중소벤처기업부 상권르네상스 공모사업' 발표평가에서 "지난 3년간 소상공인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 광산구야말로 골목상권의 르네상스를 열 수 있는 최적지"라면서 "송정역세권 상권의 모든 소상공인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주어지길 간절히 염원한다"고 밝혔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낡고 오래된 가게에 역사·이야기 담았더니 관광명소 됐어요"
2017년 4월 15일 1913송정역시장의 활성화 염원을 담은 1주년 기념행사 모습.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낡고 오래된 가게에 역사·이야기 담았더니 관광명소 됐어요"
1913광주송정역시장에 위치한 '개미네 방앗간'에서는 곡물로 만든 건강한 식재료를 만나볼 수 있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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