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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왕 놀이`에 `李총통`? 웃을 수만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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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 향한 화천대유·천화동인 구설
맞받은 李 "이준석 봉고파직·김기현 위리안치"
野 "李 왕 놀이…가면 확 찢으니 변학도" 응수
패러디물 '이재명게임'선 "1대 총통" 회자
놀라긴커녕 웃어버린 민심, 위기감 반영 아닌가
[한기호의 정치박박] `왕 놀이`에 `李총통`? 웃을 수만은 없네
지난 9월 말부터 인터넷에 확산 중인 정치풍자물 '이재명 게임'의 일부 장면.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성남시장 재임(2014년7월~2018년3월) 시절인 2015년 성남시에서 시행한 '성남판교대장도시개발사업' 특혜 논란이 만 한 달을 넘어서고 있다. 관(官) 주도로 '공익환수 사업' 간판을 걸어놓고 '뒷문'으로 들인 소수의 인사들이 수천억 원 이익을 과점했다는 거대 비리 정황과 더불어, 듣기에도 생소한 한자어가 난무하면서 대중의 귀를 간지럽히고 있다.

초기엔 화천대유(火天大有)와 천화동인(天火同人)이 등장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특수목적법인(SPC)인 '성남의뜰'에서 과반 지분을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SDC)보다 2배 이상 많은 배당금 4040억원을 불과 총 3억5000만원(지분 7%, 화천대유 5000만원·SK증권 특정금전신탁 3억원)의 자본금만 출자한 채 쓸어담은 '자칭 자산관리' 업체와 그 관계사들(천화동인 2~7호)을 가리킨 이름이다. 각 명칭은 '태양이 온 천하를 비춰 크게 얻는다'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이 협력한다'는 뜻으로 중국 주역(周易)의 64점괘 중 13·14번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쨌든 일을 꾸며 크게 한탕 했다는 용의점과 통하는 듯하다. 현재는 언론과 야권의 성화 속에 늦게나마 꼬리부터 밟으며 몸통을 추적하는 수사가 벌어지고 있다.

화천대유·천화동인뿐만이 아니다. 별안간 봉고파직(封庫罷職)·위리안치(圍籬安置)라는 생소한 한자어가 정치권을 달궜다. 조선시대 형벌로 각각 '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시키고 관고를 봉해 잠그는 것', '유배된 죄인이 거처하는 집 둘레에 가시로 울타리를 쳐 그 안에 가둬두는 것'을 뜻한다. '설계자·몸통은 이재명'이라는 야당의 추궁과 특검론을 불편해 하는 이 지사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에게 '지시'한다며 입에 올린 말이다.

이 지사는 지난달 28일 이른바 '개발이익 환수제' 토론회에서 "(나를) 왕권적 총재 비슷하게 생각해주니까 이 사실을 믿는 국민의힘에게 특별한 지시를 하도록 하겠다"며 이 대표에게 "이재명이 다 설계하고 다 이재명이 만든 거야, 이렇게 얘기한,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서 봉고파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에겐 봉고파직에 더해 저기 저 남극 지점에 위리안치를 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담조이지만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가 왕의 입장을 자처하며 제1야당의 '투톱'에게 파직·유배령을 내리는 데에 거리낌없는 모습이 2차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튿날(29일) 이 대표는 '비례의 원칙'을 거론하며 이 지사를 겨냥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놓겠다"고 했고, 30일엔 "'왕 놀이'하는 이 지사 가면을 찢고 나니 변학도가 보인다"고 비꼬았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이재명 게임'이란 정치풍자물이 인터넷 유행을 탔다. 이는 넷플릭스를 통해 모처럼 전 세계에 K-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것이다. 드라마 포스터와 문재인 대통령 이름을 접목 시킨 '문재인 게임' 패러디가 먼저 등장했는데, 별안간 후속작 격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풍자물은 "문재인 게임은 프롤로그였다"는 카피를 띄운 뒤 "자, 주최자가 바뀌었습니다"라는 게임 진행요원의 언급으로 시작한다.
"20대 대통령은 누구인가요?"라고 묻는 서바이벌 게임 참가자에게 진행 요원은 "20대 대통령이 아니라 1대 총통"이라고 답한다. "이번에도 (자영업계) 생존자들에 대한 보상은 재난지원금뿐인가요?"라는 참가자 질문엔 이 지사의 얼굴이 합성된 주최자가 나타나 "생존자?"라고 되묻는다. 다른 장면에선 여성 참가자의 죽음을 시사하며 "찢겨 있었어"라는 언급이 나오고, 먼저 숨진 참가자들을 사례로 경고하려던 주최자가 "어 왜 죽였더라?"라고 자문하기도 한다. 한 관전자가 "화촌데유(화초인데요)"라고 말했다가 주최자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총격을 당하는 모습도 나온다.

이외에도 주최자는 '과반 찬성에 의한 게임 중단'을 원하는 참가자가 '투표를 하게 해달라'고 하자 "투표?", '민주주의 아닙니까?'라는 질문에 "민주주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 거론엔 "인간?"이라고 연신 되묻는다. 생존 게임을 소재로 했다지만 충격적 요소가 적잖다. 정치권발(發) '왕놀이' 비유나 '총통' 풍자를 접한 민심이 놀라긴커녕 실소(失笑)를 하고 있는 것은 심상찮다. 인물에 대한 단순 호오(好惡)를 떠나 위기감을 공유하는 징후가 아닌지.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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