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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좀스런 역선택·논평철회…野는 `小선주자`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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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선택 논란 洪, '조국닮은 檢수사권 박탈' 또 뭇매
"캠프 논평 천박" 진중권에 "철회" 꼬리 내린 尹
"부실선거 정부 책임, 투표는 해야" 글 지운 崔
지지층 바란 공정·상식·소신 괄시…대선급 맞나
[한기호의 정치박박] 좀스런 역선택·논평철회…野는 `小선주자`뿐인가
9월23일 오후 MBN 주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2차 TV토론회에 나선 8명의 주자 중 홍준표(왼쪽부터)·윤석열·최재형 예비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 중량급으로 꼽히는 대선주자들이 연이은 뒷걸음질로 지지층을 허탈케 하고 있다. 한동안은 야권에 몸담은 채 여권 골수지지층의 지지를 끌어내 몸집을 키운 경선 후보가 당 핵심지지층에 혼란을 줬다. 가장 몸집이 큰 후보는 이미 널리 보도된 '대통령 아들 비판' 캠프 논평을 누군가에게 약점 잡힌 듯 돌연 철회해 영입인사에게 '물'을 먹이는 격이 됐다. 이외 후보들까지 정당정치인답지 않은 행태 연발에 좀스럽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3일 오후 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로 생중계 된 대선 2차 경선 2차 TV토론회에서 하태경 의원은 홍준표 의원에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또 '썸' 타고 있는 게 있더라"라는 취지로 꼬집었다. 홍 의원이 지난달 대권 재도전에 나서면서, 전에 없던 여당발(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유사한 공약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정치검찰 때문에 대한민국이 혼란스럽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게 맞느냐'는 지적에 홍 의원은 "저는 경찰 국가수사본부를 독립시켜서 한국의 FBI로 만들고 전(全) 수사권을 거기에 주자는 것이고 검찰 수사권은 공소유지에 한해서만 보완수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 의원은 "조국의 검수완박이랑 똑같다"며 "(보'완'수사와 보'충'수사) 한글자만 다르다"고 추궁했다.

홍 의원은 "자꾸 '조국 프레임'에 가두려고 하는데 조국을 가장 경멸하는 사람 중 하나가 저다"고 맞섰으나, 하 후보는 다시 "조국 프레임은 홍 의원이 '역선택'을 받기 위해 스스로 파놓은 함정"이라고 파고들었다. 역선택을 거론한 건 결국 홍 의원이 그동안 '야권 또는 범(汎)보수권 후보만' 선택하게 한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등 여권 지지층으로부터 반(反)윤석열 행보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아 상승세를 타왔음을 꼬집은 것이다. 다만 '무야홍' 셀프 유행어의 덕까지 보던 홍 의원은 지난 16일 1차 토론에서 하 의원과의 질문공방 도중 '조국 일가 수사는 과잉 수사였다'는 발언으로 추석 연휴 직전 '조국수홍'에 '블루(민주당 계열색)준표'라는 역풍을 맞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안심할 수 있는 처지로 보이진 않는다. 논평 내놓고 '캠프 입장이 아니다'라는 희한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윤석열 캠프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손자'이자 정치권 경험자인 청년 김인규 부대변인이 21일자로 낸 '문준용씨에 또 공공 지원금! 지원이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계속되는 이유 무엇인가'라는 논평을, 탈문(脫문재인) 진보좌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예술에 대한 이해가 일천하고 천박하다"고 쏘아붙이자 이튿날 '철회'를 선언했다. 김 부대변인은 최근 불거진 강원도 양구군청(군수 조인묵·민주당)의 7000만원 전시 지원금을 포함해 "문준용씨가 지난 2년 반동안 공공예산으로 지원받은 액수는 총 2억184만원이라고 한다"며 "문씨가 (청와대 주장대로) 미디어아트계에 '세계적인 예술인'이 맞다면, 도대체 왜 국민의 혈세로만 지원받는 것이냐"고 따졌다.

22일 김재원 최고위원과 강원도당 등 당내 구성원들은 양구군이 '재정자립도 한자릿수'에도 불구하고 '박수근 미술관' 취지와 무관해 보이는 대통령 아들 작품을 사들이는 데 혈세를 쓴 이유, 전시업무와 무관한 단체에 10억원 수의계약으로 재차 맡긴 경위 등을 파고들 동안 윤석열 캠프는 발을 뺐다. 윤 전 총장은 논평 게시 과정을 몰랐다면서도 "국민들이 정말 관심을 가질만한 중요하고 큰 이슈에 대해 논평을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했다. "이런 거나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진 전 교수와 궤를 같이 하며 '내 사람'을 깎아 내린 셈이다. 덩달아 논란 된 '래퍼 노엘 부친' 장제원 종합상황실장 거취도 연휴 내내 침묵하다가 '사의를 반려했다'는 전언(傳言)만 보도됐다. 윤 전 총장은 '조국 사태'와도 맞닿은 특권층을 향한 국민의 박탈감, '공정과 상식' 구호, 지지율을 떠받쳐주는 당원·지지층의 눈높이와도 거리감만 드러낸 듯하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자신의 논평을 말없이 자진 삭제하며 갈팡질팡했다. 최 전 원장은 22일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 관련 페이스북 글을 2건 올렸다. 첫 글에선 "4·15선거 관련 일부 선거구의 선거소송 검증과정에서 비정상적 투표용지가 상당수 발견됐고 무효처리 됐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대법원 등에 '관리부실 해명'을 촉구했다. 두 번째 글에선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김어준씨는 K값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논리로 부정선거를 주장했다"며 전산 개표조작설과는 거리를 두고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 투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의 무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논란'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등도 비판, "문재인 정부의 부실한 선거관리"를 질책하며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시도했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은 이 글들을 몇시간 만에 지웠다. '음모론에 편승했다'는 언론과 당내 일각의 시비, '부실관리' 논리에 만족하지 못한 부정선거론 진영 양쪽의 비난을 동시에 받자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최 전 원장이 '표가 떨어지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한다'는 콘셉트를 내 건 직후 벌어진 일이다. 어쩐지 야당에 대(大)선주자는 보이지 않고 소(小)선주자들만 뛰고 있는 듯하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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