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여당에 "똥별" 뺨맞고, 야당엔 큰소리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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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여당에 "똥별" 뺨맞고, 야당엔 큰소리 軍
지난 9월 7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 사주인지 조작인지, 실체 불분명한 의혹이 이슈 블랙홀로 떠오른 동안 정치권에선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현직 국방부장관이 제1야당 유력 대선주자를 '공개 저격'했다. 문재인·민주당 정부 일각에서 '만병통치약'처럼 거론해온 문민(文民) 장관도 아닌 4성 장군 출신 국방장관의 행동이었다. 야당 국회의원과 국회 상임위 차원의 질의에서 문답하며 공방을 벌인 과거 장관 사례들은 일부 있었지만, 여당의 대야(對野) 공세에 맞장구를 치며 대선 국면에 끼어드는 발언은 이례적이다.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서욱 국방장관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초선)의원으로부터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문재인 정권 국방 비판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군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7일 "현 정권은 우리 군을 적이 없는 군대, 목적이 없는 군대, 훈련하지 않는 군대로 만들었다"며 "참담하다"고 발언한 것을 꼬집으라는 여당 의원의 요구에 그대로 부응한 셈이다. 현 정권에서 같은 직을 거쳐 간 송영길·정경두 전 국방장관도 야당과 관계가 좋을 수는 없었지만 이런 식의 대야 공세 사례는 찾기가 어렵다.

윤 전 총장의 비판은 일부러 시각을 비틀지 않는 한 정권·군 수뇌부를 향했음을 알 수 있다. '적이 없는' 군대를 만들었다는 것은 군 통수권자로서 대북(對北) 평화 구호와 저자세를 고집해 온 문재인 대통령과 외교·안보라인에 의한 대적관(對敵觀) 혼란을 질책한 발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목적이 없다'는 말도 현재의 군 운용에서 '어떤 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것이냐는 관념이 불분명하다는 것으로 그 연장격이다. '훈련이 없는' 군대는 현 정권과 소신 없는 군 수뇌부가 한미(韓美) 연합군사훈련 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북한 정권 눈치를 보며 실시 여부나 규모를 놓고 나라 안팎을 시끄럽게 만든 장본인임을 가리켰음이 뻔하지 않나. 안보 불안이 '삶은 소대가리 앙천대소'와 '중국몽'같은 단어로 요약되는 배경을 살필 책임도 정권에 있지 않나.

그러나 두 육군 대장 출신의 문답은 점입가경이었다.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발언 당일이 '미라클 작전'(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자 구출 작전)이 성공한 날이었다면서 "실제 우리 군이 '훈련적 목적'이 없는 군대로 전략했느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의 발언에 없던 '훈련적 목적'을 끼워 넣은 질의였다. 이에 서 장관은 "우리 군은 국민과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것이 군의 존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이 교육훈련 할 때 적을 상정해 교육 훈련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한미연합훈련을 포함해서 실질적으로 교육훈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까지 '어떤 적'을 상정하는지 언급 않고 동맹군과의 실전 훈련은 '교육' 정도로 치부한 셈이다.

거듭 드러낸 안보관은 또 어떤가. 북한군이 제멋대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군 통신선을 끊었다가 이었다가 하면서 한미연합훈련 축소 실시에도 겁박 무드로 돌아서며 종국에는 도로 끊은 게 불과 지난달이다. 같은 달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정황이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의해 확인돼 핵물질인 플루토늄 재생산·증산 우려가 불거졌다. 사실상 이미 핵무기를 쥔 채로, 이른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3주년'을 기념한다며 9일 0시 9·9절 열병식까지 벌인 게 북한군이다.

친북(親北) 평화 프로세스의 민낯이 드러나고도 서 장관은 9일 오전 2021년 SDD(서울안보대화) 개회사를 통해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남북한 군사당국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체결한 (2018년) '9·19군사합의'는 남북 간 지상·해상·공중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담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나 외교부에서나 나올 법한 수사(修辭)가 국방장관의 입을 통해 나왔다. 불과 몇시간 전 벌어진 북한군의 열병식은 거론하지도 않았다.

같은 날 나온 야당의 외교·안보 비판은 신랄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 가짜뉴스, 대통령부터 앞장서서 퍼뜨리고 있지 않느냐"며 "김정은이 남북합의를 위반해 핵무장을 강화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우리 정부가 항의하기는커녕 도리어 김정은 돕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권 대북(對北)정책을 요약해 "첫째로 세습·독재정권을 국제사회에 마치 정상적인 정권인 양 데뷔시키고, 둘째로 김정은을 정상적 지도자로 포장해 주고, 셋째로 북한의 가짜 비핵화 쇼에 우리나라가 연대보증을 서며 핵고도화할 시간만 벌어준 것이다. 이 정권의 대북정책은 이미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對中) 스탠스를 놓고도 "문재인 정권은 대한민국의 꿈을 중국몽에 종속시키며 굴욕을 자청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과 마찰을 빚었을 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우리의 국방주권을 포기한 채 대중 3불(3不·사드 추가 배치 포기, 한·미·일 군사동맹화 거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을 약속했다"고 성토했다.

과연 군의 사기 저하를 불러오는 주체가 누구일까. 서 장관이 타인에게 군의 사기 저하를 부른다고 탓할 입장인지도 의문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장관 취임한 이래 부실 관리 책임론과 사퇴 압박에 숱하게 직면했다. 올해 국방장관 대국민 사과만 짚어도 △북한 귀순자 경계실패(2월17일) △부실급식·과잉방역 논란(4월28일)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6월9일, 6월10일, 7월 7일)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승선 장병 수백명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7월20일)까지 여섯 번에 이른다.

'대통령 복심'에 의한 '똥별 막말 사건'도 빼놓을 수가 없다.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군 수뇌부를 거친 예비역 장성들이 윤석열 캠프로 향했다는 소식에 관해 "별값이 똥값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 첫 육군참모총장 김용우 대장(이하 예비역), 공군참모총장 이왕근 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최병혁 대장, 해병대 사령관 전진구 중장 등을 겨냥한 것이다.

윤 의원은 "민주당 정부에서 과실이란 과실은 다 따먹었던 분들이 정치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면 장군답지 못한 것"이라며 "정치적 신의나 이런 진지한 얘기는 다 접어두더라도, 별까지 다신 분들이 하는 모습들이 참 쪽팔린다"고도 했다. 당사자들 사이에선 "군인이 정권에 따라 자신의 소신과 맞지 않는다고 옷을 벗는 것 자체가 더 황당한 행동"이란 반응이 나왔다. 이런 막말에도 입을 닫고 있던 서 장관이 적이 누군지 모르는 군대를 만들었다는 야당 대선주자 발언은 때렸으니, 국방백서에서도 지워버린 주적(主敵)을 야당으로 삼고 있나 의아할 수밖에 없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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