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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中, 한반도 영향력 확장 전략 구체화… 韓, 실제적 정세에 눈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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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한때 임시수도로 강화도 지정
수전에 약한 몽골군 방어 위한 선택
향후 원나라 간섭에도 국체 보존
지리적 조건, 인간 삶에 절대적 역할
환경적·지정학적 요인에 대한 무감각
주변상황 이해 어렵고 대가 감당해야
中, 외부 위협에 중앙권력 통제 강화
韓, 팽창하는 중국의 힘 대응해야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中, 한반도 영향력 확장 전략 구체화… 韓, 실제적 정세에 눈돌려야
강화도와 김포반도 사이를 가르는 강화해협 (출처: 강화군청 홈페이지)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中, 한반도 영향력 확장 전략 구체화… 韓, 실제적 정세에 눈돌려야
미국과 달리 다양한 국가와 육상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일러스트 윤소영)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中, 한반도 영향력 확장 전략 구체화… 韓, 실제적 정세에 눈돌려야
윤지환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

통일한반도를 향한 한 걸음…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⑥ 북방 이해를 위한 지리적 사고 - 동아시아 지리와 한반도(2)


가끔 가족들과 근교 나들이를 갈 때 찾는 강화도(인천광역시 강화군)는 2개의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섬이라는 사실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육지와 마주하고 있는 강화도는 수전에 약한 몽골군을 방어하기 위해 한때 고려의 임시수도로 선택되었다. 나머지의 고려 국토는 그야말로 초토화되었지만, 바다로 둘러싸인 강화도의 보호막은 왕을 비롯한 지배층의 항전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었고 이후 원나라의 간섭 속에서도 고려의 국체는 보존될 수 있었다.

공동기획

한국외국어대학교 HK+ 국가전략사업단

디지털타임스




현재의 관점으로 보자면 육지와 섬 사이의 한강 너비 정도 되는 좁은 바다가 맹렬한 기세로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했던 몽골군을 어떻게 저지할 수 있었는지 의아함을 자아낸다.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동네 운동장 달리듯 종횡무진하던 몽골군이 고작 700여 미터 너비의 바다를 못 건너 수십 년 동안 고려를 굴복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역사는 그 당시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해안선의 상당 부분에서 간척이 진행된 현재와 달리 고려 시대의 강화도는 수십 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바닷가도 절벽에 가까운 지형이었다. 또한 육지와 섬 사이의 좁은 바다는 일반적인 바다보다 훨씬 빠른 물살이 지난다. 평생 바다와 같은 많은 물을 보지 못했던 몽골인들에게 강화해협의 빠른 물살은 어떤 적보다 두려운 대상이었을 것이다. 강화도와 김포반도 사이의 좁은 바다는 여몽전쟁의 판도에 영향을 줬으며 현재 우리가 배우는 역사적 사실의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사건 자체와 그 의미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강화도-김포반도 사이의 좁은 바다와 같이 지리적 조건이 역사에 깊이 관여하는 사례는 아주 많다. 아니, 지리라는 조건은 늘 역사와 함께 해왔다. 미국의 지리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저서 '총, 균, 쇠'를 통해 통시적 관점에서 남보다 앞섰던 유럽의 문명 발달과 제국주의 역사의 주된 이유를 유럽 대륙과 기타 대륙 간에 존재했던 지리적 차이로 설명한다. 한편에서는 다이아몬드가 지나치게 환경결정론적인 오류를 범한다고 비판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바는 지리적 조건이 인간의 운명을 100% 좌우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의 골자는 인간의 주체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사결정이 지리적 세팅을 기반으로 하여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서양 해류의 영향으로 일년내내 고른 강수량 분포를 보이는 유럽은 각종 독초와 해충, 뜨거운 사막과 깎아지른 절벽이 즐비한 다른 지역과 비교해 잉여 작물 산출이 유리했고 이는 삶의 2차적 문제인 과학과 예술의 발달에 도움을 주었다. 또한 말과 돼지, 소 등 아메리카 대륙에 토착하지 않았던 대형 포유류 가축들은 유럽의 뛰어난 농업 생산력과 단백질 공급의 조건이 되었다. 스페인 침략자들이 모는 말을 처음 본 아즈텍인들이 그 속도에 놀라 혼비백산하였다는 일화는 여러 기록에 남아있다. 강과 산맥, 복잡한 해안선 등으로 다양한 지역이 나눠진 유럽은 현재 미국이나 중국의 영토와 비슷한 크기이지만 단 한 번도 통일 국가를 이뤄본 적이 없다. 이러한 지역적 분절성은 국가 간의 경쟁으로 치달았고 비록 수많은 전쟁 가운데에서 피를 흘렸지만 보다 나은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혁신을 주저하지 않은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듯 유럽의 지리적 조건은 제국주의의 반인륜적인 범죄와는 별개로 그들의 다양한 성과를 설명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유럽인들은 이러한 환경을 적절히 활용하여 역사를 만들어갔던 것이다.

일상적 수준에서도 우리는 환경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살아간다. 물론 그것을 잘 인식하고 사는지는 다른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차가 별로 다니지 않았던 골목길은 동네 친구들의 훌륭한 놀이터였다. 거의 도보로만 이동이 이뤄졌던 골목길에서 다소 시끄럽다는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있긴 했지만 아이들이 야구나 축구를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환경이었다. 다만 유리창을 깨뜨리는 일은 조심해야 했다. 이후 서서히 자가용 통행이 많아지고 차와 부딪힐 위험이 늘어가자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은 차츰 줄어들었다. 이런 환경적 변화에서 누군가 초인적 리더쉽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면 오가는 차량을 적절히 통제하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지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차라리 그런 노력을 기울일 바에는 다른 공터로 가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이렇듯 인간은 지리적 환경이 주는 여건 속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최선의 결정을 선택하고 행동한다. 반대로 인간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지리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지리와 인간은 활발한 상호 관계를 맺는 가운데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여전한 지리의 유의미성

시간이 흘러 기술이 진보하는 과정에서 인간 앞의 자연이 주는 장벽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아무리 건조한 내륙국가에서 산다고 해도 현재의 몽골인들은 배나 다리로 바다를 건너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배가 난파하거나 다리가 무너지는 순간이 아니라면 말이다. 만약 현대의 기술력을 갖춘 몽골군이 한반도를 침략한다면 그들 앞에 놓인 강화해협은 고려의 임시수도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인간의 기술은 마음만 먹으면 지구 한 바퀴를 하루 안에도 돌 수 있는 일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가운데 인간은 자연이 주는 지리적 조건을 점점 가볍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전 세계 인구를 한꺼번에 모아 어깨와 어깨를 맞대게 한다면 고작 서울시 2개를 합친 면적에 70억 인구가 모두 서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큰 존재가 아니며 지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여전히 광대하다.

비유적으로 묘사하긴 했지만, 필자가 강조하는 바는 우리 앞에 놓인 지리적 조건이 여전히 인간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인간 앞에 주어진 여러 선택지가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하나로만 수렴되거나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사람의 대부분은 고국의 인문적, 자연적 환경으로 인해 선진국 주민의 생활 수준을 영위하지 못한다. 비록 그들 중 누군가는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해 고국을 떠날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최근 미디어를 통해 봤듯이 떠나는 비행기에 매달려야 하는 처절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여담이지만 한 고등학생은 최근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네비게이션이 있으니 이제 지리는 배우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배우지 않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대가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계산기나 컴퓨터가 발명되었지만 수학은 계속 배운다. 지리를 모르면 현재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고 그 대가를 감당해야 하는 몫은 자기 스스로이다.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국가와 같은 집단적 수준에서도 지리는 여전히 중요하다. 아무리 재정과 권력이 튼튼하게 뒷받침되는 나라라 해도 지리적 조건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살지 않을 거라면, 인간은 꾸준히 지리적 환경과 부딪혀야 한다.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도 세계 곳곳의 지리를 파악하고 활용한다. 패권 유지에 있어 전략적 요충의 군사적 우위를 점하는 일은 지리를 모르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지리의 중요성을 잊은 채 전쟁을 수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와 이후 탈레반의 정권 찬탈은 전쟁을 통해 미국이 최종적으로 원했던 친미적 민주정권의 수립이 실패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약 아프가니스탄의 인문 환경을 더 잘 인지한 채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다면 미국은 아프간 사람들의 문화와 정치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바탕으로 최종적인 목표 성취에 더 가까이 근접했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인문적, 자연적 환경에 대한 미국의 무지와 오판은 결국 탈레반의 재집권과 수많은 아프간 사람들의 두려움, 공포로 귀결되었다. 미국보다 결코 든든한 안보 위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조건에서 우리는 지리를 너무 안일하게 대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는 한가로운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한반도에 있어 중국의 의미란?

현재 대한민국은 강한 반일 정서에 휩싸여있다. 양국 갈등의 책임 규명은 차치하더라도 특정 국가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미움의 집중은 주변 정세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우리는 다가오는 실제적인 정세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일본은 2차 대전에서의 참혹한 패배 이후 큰 교훈을 얻었다. 그것은 절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 것과 철저한 미국과의 협력 유지이다. 비록 우리와 독도를 두고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를 향한 일본의 실제적 위협은 크지 않다. 양국 모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중 어느 한쪽이 상대에게 위협을 가할 수는 없다.

우리는 신장(위구르)과 티베트에 여러모로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을 보며 동아시아 정세를 이해해야 한다. 이는 비단 현재의 문제로 국한된 것이 아닌 과거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는 부분이다. 측정하는 방법에 따라 누가 더 넓은지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지만, 미국과 중국은 거의 비슷한 면적의 국토를 가지고 있다. 그러함에도 두 나라 간에는 근본적인 지리적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은 꽤 협력적인 이웃인 멕시코와 캐나다를 각각 남북에 마주하고 있다. 비록 멕시코에 대해서는 캐나다와 달리 장벽으로 국경을 가로막고는 있지만 말이다. 또한 미국의 양안은 태평양과 대서양의 두 거대한 바다에 접해있어 막강한 군사력으로 제해권을 장악하기에 유리하다. 이러한 지리적 환경은 미국이 주변 정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마음껏 국력 신장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수천 년에 걸쳐 무수히 많은 외적, 그들이 말하는 오랑캐의 침입을 받으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 이 깨달음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서구 제국주의자들에 의한 국토의 유린을 겪고 나서 더욱 확고해졌다. 그것은 하나의 강력한 중국에 대한 열망과 외부의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중국 본토로부터 각각 서북부와 북부, 그리고 동북부에 자리한 신장, 몽골, 만주는 오랜 기간 한족 정권을 괴롭혀왔던 이민족 집단이다. 이들에 대한 한족의 두려움은 진시황제 시절부터 명대에 이르기까지 만리장성 구축에 대한 집착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인공 장벽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거친 이민족들(몽골, 여진)에게 두 차례에 걸쳐 정복당하기도 했다. 서구 제국주의의 기억과 일본과의 지리멸렬한 전쟁을 경험한 중국은 이제 더는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각오를 단단히 한 듯하다. '70년대 말 개혁개방을 펼치고 난 후 잠자고 있던 중국 경제는 그 잠재력을 활짝 꽃피웠다. 중국 경제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G2에 근접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불안했던 접경 지역 통제에 더 고삐를 죄고 있다. 티베트를 누구에게든 내준다는 것은 높은 산악지대에서 대륙 본토를 향해 마음껏 폭탄을 쏟아부어도 좋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물론 누군가가 지금의 중국을 그런 식으로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중국은 역사적 깨달음을 통해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접근하고 있다. 마침 히말라야를 경계로 중국은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와 마주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도와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1959년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했던 사실이 두고두고 거슬린다. 또한 이슬람교를 믿는 신장 주민들이 중국에 적대적으로 동요한다면 주변의 이슬람 국가들과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특히나 최근 탈레반에 접수된 아프가니스탄과도 신장 방면으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더욱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외부적 위협은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중앙권력의 통제력 강화에 그들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반환된 홍콩은 중국과의 일국양제(One country, two systems)를 통해 그동안 자치권을 누려왔지만, 중국은 더 이상의 참을성은 없는 듯 홍콩을 확실하게 중앙권력의 지배에 두려 하고 있다. 타이완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엄포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주변 정세에 대한 단호함과 함께 중국은 내부적으로도 안면 인식 기술과 인터넷 통제를 통해 공산당에 대한 정서적 이탈을 확실히 단속하려 한다.

이는 주체할 수 없는 중국의 힘이 내외부적으로 팽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에 영향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중국의 전략은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북한이라는 일종의 완충지대가 존재함으로써 우리는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해왔다. 하지만 바로 코앞에 패권 다툼의 강력한 라이벌인 미국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한반도를 자신의 영향권에 포섭하려는 중국의 의도는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대한민국은 중국과의 사이에 북한이라는 지리적 조건을 둠으로써 지금까지는 나름의 안보적 우산 속에 자리해왔다. DMZ를 사이에 두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이 오히려 안전망이었다는 해석은 너무 아이러니하게 들릴 것이다. 어쨌든 팽창하는 중국의 힘에 대해 우리는 고민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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