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왕실보다 사랑 택한 日공주...62년 전에도 같은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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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왕실보다 사랑 택한 日공주...62년 전에도 같은 일이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조카인 마코(眞子·29) 공주가 일반인 남자친구 고무로 게이(小室圭·29)와 연내 결혼한다. 결혼 연기 발표 3년 6개월 만이다. 이 소식에 일본 열도가 시끌벅적하다. 공주가 일반인과 결혼한다는 것이 이례적인 일인데다 결혼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거웠기 때문이다.

마코 공주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이자 왕세제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55)의 장녀다. 마코 공주와 고무로는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동급생이다. 5년간의 교제를 거쳐 2017년 9월 약혼을 발표했었다. 이후 2018년 11월 4일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한 주간지가 고무로의 어머니 문제를 보도하면서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고무로의 모친이 한 남성과 재혼을 전제로 장기간 교제하다가 헤어졌는데, 상대 측이 과거 빌려줬던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모친은 "그 돈은 그냥 준 것이지 빌려준 게 아니다"라며 갚지 않은 것이었다. 당시 고무로도 은행에 다니다 퇴사해 왕실 자금에 기대며 살 것이란 여론의 눈총을 받게 되었다.

논란이 커지자 궁내청은 2018년 2월 결혼 연기를 발표했다. 하지만 마코는 고무로와 결혼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왕실 담당 기자에 따르면 전대 미문의 '사랑의 도피'도 서슴지 않을 자세였다고 한다. 결국 부친 후미히토의 허락을 얻어냈다.

마코는 고무라와 결혼하면 왕족의 신분을 떠나게 된다. 일본왕실 전범 제12조에는 "왕족 여성은 왕족 이외의 남성과 혼인한 때에는 왕족의 신분에서 벗어난다"고 되어있다. 일본 왕실은 남자에게만 계승되기 때문이다. 왕족 여성은 민간인과 혼인신고를 한 시점에서 민간인이 된다.

마코는 왕적에서 빠질 때 일종의 생활정착금 명목으로 받는 약 1억5250만엔(약 16억원)도 받지 않을 작정이다. 일본 왕실에선 왕족 여성이 일반 남성과 결혼하면 왕적에서 빠지는 대신 돈을 받게 된다.

두 사람은 결혼하면 미국에서 살 것이라고 한다. 고무로가 미국 뉴욕주의 법률 사무소에 취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무로는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올해 5월 수료했다. 7월에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렀고, 합격 여부는 올 12월께 발표된다. 고무로가 취업하면 자력으로 경제적 기반을 갖추게 된다.

그간 결혼으로 가는 여정은 힘들었다. 이러쿵저러쿵 참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난관을 이겨내고 새로운 인생을 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62년 전에도 이런 유사한 사례가 일본 왕실에 있었다. 평민과 사랑에 빠져 마코와 비슷한 선택을 한 공주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구니 미치코(久邇通子·87)다.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아내 고준(香淳) 왕비의 큰 오빠 구니노미야 아사아키라(久邇宮朝融)의 셋째 딸이다. 미치코 공주가 선택한 남자는 평민이었다. 두 사람은 가쿠슈인(學習院)대학교 동창이었다.

평민 월급쟁이와 결혼하는 것을 왕실은 결사반대했다. 하지만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운명 직전에 결혼을 승낙했다. 남친과 만난지 6년이 지난 1959년 두 사람은 결혼했다.

신혼 집은 도쿄(東京)의 방 2개 짜리 아파트였다. 왕실 가족의 물질적 지원을 전혀 받지않고 결혼 생활은 시작됐다. 미치코는 타이피스트로 일했고 남편은 회사를 열심히 다녔다. 남편은 부귀영화를 뿌리치고 자신을 선택한 아내를 위해 회사 일에 몰입했다. 빨리 돈을 벌어 미치코가 살았던 2만평 규모의 궁저에는 못 미치더라도 나름의 저택을 지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회사 일에 몰두하느라 가정을 등한시할 수 밖에 없었다. 미치코는 이혼을 요구했다. "헤어집시다. 당신은 직장인으로는 우수하지만 남편으로서는 실격입니다"라고 선언하고 집을 나갔다. 미치코는 물질적 풍요가 아닌 정신적 풍요를 원했다. 결국 4년 만에 두 사람은 헤어졌다.

미치코는 32세 때 직장에서 만난 6세 연하의 남성과 재혼했다. 우유 배달 대리점을 하는 평범한 집안의 아들이었다. 현재 두 사람은 도쿄 교외의 아파트에서 55년째 함께 살고 있다.

마코와 미치코는 공통점이 많다. 왕실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자신의 의사로 결혼 상대를 선택했다. 주변의 맹렬한 반대에도 의지를 관철했다. 과정은 물론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2020년 11월 마코는 "우리는 서로가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의지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며 "결혼은 이런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마코가 결혼을 통해 행복의 '깊은 맛'을 찾기를 바란다. 세월이 흘러도 위대한 '사랑의 전설'로 기억되길 기원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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