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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탈레반, 그들이 이길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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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탈레반, 그들이 이길수 밖에 없는 이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이 아프간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이어 지난 17일(현지시간) 아프간 장악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변화'를 천명했다. 복수하지 않을 것이며, 여성 인권도 보장하겠다고 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미국은 2001년 9.11 사태를 계기로 2001년 10월부터 아프간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2조달러(약 2349조원)가 넘는 엄청난 전비를 빚으로 충당해 쏟아부었다. 이는 참전용사들에 지급되는 보상금이나 부채기금 이자 비용은 제외한 수치다. 이런 엄청난 전비에다 미군 2448명이 전사하는 희생에도 불구하고 미군 철수 개시 이후 아프간 친미 정권은 탈레반 세력에 일패도지했다.

미국이 20년간 전쟁을 치르며 지켜왔던 곳 모두가 반년도 안돼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는 1975년 베트남전 상황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제2의 베트남사태'라는 조롱성 평가가 곳곳에서 들린다. 지난 5월 미군 철수 작업이 시작된 후 불과 3개월 만에 아프간 정권이 탈레반에 의해 와해된 것을 놓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눈부신 실패"라며 "아프간군에 내재된 결함이 실패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아프간 전쟁터에선 전혀 다른 두 세력이 대결을 벌였다. 한쪽은 초강대국 미국이 지원하는 대규모 정규 정부군이었다. 다른 한쪽은 과격파 게릴라 부대다. 아프간정부군은 약 30만명이다. 무기와 장비는 선진적이다. 미국이 헬기, 장갑차, 정찰용 드론 등 최신 무기와 하이테크 장비를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보병을 주축으로 하는 게릴라 군이다. 공군은 없다. 주로 쓰는 무기는 러시아제 AK-47이다. 이 소총은 암시장에서 쉽게 조달할 수 있다. 다른 무기와 장비는 정부군으로부터 노획해 쓴다. 탈레반 병사들이 M16 소총, M4 카빈 등 미제 무기를 들고있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는 이유다. 마약 판매로 얻는 수익이 주요 자금이다. 파키스탄, 이란으로부터 물질적 지원과 조언도 받고 있다. 병력은 지난해 유엔(UN) 추계로는 5만5000~8만5000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병력, 무기수준 등으로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사기'(士氣)다. 정부군은 통솔력 부족과 부정부패, 사기 저하에 장기간 시달려 왔다. 윗선에도 떼어먹는 바람에 병사 봉급 지급도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탈레반의 파상공세로 정신적인 타격은 더욱 깊어졌다. 요충지가 연쇄적으로 함락될 때마다 사기는 그만큼 떨어졌다. 병사들은 미국에게 '버림 받았다'고 느꼈다. 탈영해 국경을 넘는 병사들도 생겨났었다.

반면 탈레반은 강력한 결속력을 자랑한다. 스스로는 무자헤딘(성전을 행하는 이슬람 전사)이라고 칭한다. 지하드(성전)를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한다. 권력과 돈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신'을 위해 싸운다는 신념으로 뭉쳐있다. 이들은 샤리아(이슬람법)로 다스리는 이슬람 정부를 원한다. '괴뢰정권'으로 부르는 비이슬람적 아프간 정부를 타도하는 것은 신의 뜻이다.

이런 두 세력이 맞붙었고 결과는 탈레반의 완승으로 끝났다. 파죽지세였다. 당초 미국 정보기관은 미군이 8월말 철군을 완료한 이후 아프간 정부가 2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는 너무 안이한 판단이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축재한 돈을 가지고 국외로 도피했다. 가니 대통령이 도피한 곳은 아랍에미리트(UAE)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 이 곳이 국제테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불안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테러조직과 과격세력이 아프간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약거래 등으로 벌어들인 탈레반의 자금이 이러한 조직으로 흘러들어가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바이든 정권은 장장 20년에 걸친 전쟁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아프간 전쟁은 물론이고 이라크에서의 전쟁도, 알 카에다 소탕도 '과거의 이야기'로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 전쟁은 애시당초 시한이 없는 전쟁이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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